“한국교회의 남다른 에너지를 제대로 설명해내려면 복음을 받아들인 한국교회 내부자들의 운동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한정국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은 ‘내부자 운동 관점에서 보는 한국교회사와 한국형 선교’라는 기고에서 민족사의 특수한 정황으로만 한국교회사를 보는 것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내부자 운동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예언자적 리더십을 가지고 과거 선교역사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창조자로서 지도력을 구비해야 한다”며 “하나님의 때를 잘 분별하여 우리 역할을 수행하려면 먼저 한국기독교 및 교회 역사를 아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고, 한국기독교역사 속 한국교회 선교의 원형과 발전을 내부자 운동 관점에서 고찰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부자 운동은 복음을 수용하는 현지인, 곧 내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하여 자국선교를 시작하는 것을 강조하는 운동이다. 서정민 연세대학교 교회사 교수도 한국교회사의 독특한 다이내믹스(Dynamics)는 한국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이 같은 내부자들의 주도에 의해 이뤄졌다고 강조해 왔다.
한정국 선교사는 “한국기독교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근간종교로 자리잡고 세계선교 역사상 유례 없는 결실을 보여 세계교회를 놀라게 했다”면서 “한국교회의 특수한 성장력을 한국근대사회, 한국사의 특수 상황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 것은 역사적, 교회사적 접근은 맞으나 한국교회 생성, 발전과 한국교회가 지닌 남다른 에너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자 운동 관점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한국교회의 독특한 힘을 보지 못하고 민족사의 특수한 정황으로만 보는 상황사적 관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 오늘날 선교현장에서도 내부자인 현지인들이 복음운동을 주도하여 국가와 민족이 변혁되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선교사는 구한말에서 현재까지의 한국교회사를 구성하는 요소를 ‘복음’, ‘교회’, ‘민족’의 세 가지로 보는 한국교회사 학자 이덕주 교수의 연구 방법론을 채용해 한국교회의 독특한 다이내믹스를 설명했다. “한국기독교역사에서 ‘교회’로 표현되는 기독교 공동체가 ‘복음’으로 표현되는 종교적 진리를 ‘민족’으로 표현되는 삶의 정황에서 수용, 해석, 적용하는 과정에서 한국교회의 다이내믹스가 많이 분출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부자 운동 관점에서 한국형 선교를 개발하기에 앞서 한국형 선교의 정의에 대해 그는 ‘한국 전통문화와 한국인의 특질에서 찾는 것’을 협의의 정의로, ‘한국인의 교회가 한국 역사, 문화 상황에서 태동, 발전해오면서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 교회가 성장하며 선교해온 것’을 광의의 정의로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형 선교가 성경적이면서도 세계적이 되려면 광의의 정의로 발굴해 사례화하고 공유해야 할것”이라고 말한 그는 마치 한국교회 초기에 2주간 한국을 방문한 네비우스 선교사가 서양인들이 원리화한 네비우스 전략을 제시한 것이 지금도 가치 있는 것처럼 한국형 선교 원리와 전략이 현지교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했다.
한국형 선교의 한 예로 그는 한국교회의 첫 해외선교가 선교현지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 시작된 것을 들었다. 한국교회는 산동반도를 첫 해외선교지로 택해 중화예수교장로회에 알렸고 이들로부터 배정받은 산동반도 래양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선교했다. 이 과정에서 래양지역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들이 한국 선교사들을 지원했고 한국 선교사들은 상당한 열매를 거둔 것이다. “중국교회와 미국 장로교 현지 선교부는 한국교회에 즉물지역을 추가로 배정하는 등 한국, 미국, 중국 교회 삼자 간 멋진 선교협력을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한 선교사는 “한국교회가 선교현지에서 조심스런 동역 체계로 선교를 시작했고 한국 선교사들은 새로운 역할을 잘 해내 현지교회에서 귀한 일꾼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이는 오늘날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현지에서 일할 때 본받아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한국교회가 중국 산동성뿐 아니라 일본인 선교를 위해 장로교와 감리교가 연합한 장감연합선교회를 구성, 1912년 주공산 선교사로부터 1944년 김치선 선교사에 이르기까지 한인 선교공의회로 협력을 추구한 것은 선교 협력의 귀한 본을 보여준 것이며 후세 한국 선교사들이 본받을 만한 사례로 꼽았다. 한 선교사는 “무엇보다 일제의 어두운 민족수난 시대에 이처럼 선교협력이 이뤄졌다는 것은 한국교회사에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선교학자들이 이 같은 한국교회의 경험과 선교현장의 사례를 통해 비서구적인 한국형 선교 원리와 전략을 개발하고, 이러한 한국교회의 훌륭한 유산들을 서구교회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교회들과 나눠 세계교회를 위해 공헌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