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만 선교사 “매서인과 전도부인들의 헌신, 민족의 영·육의 눈 뜨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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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한글성경을 번역하고 전국 방방곡곡에 배포한 선교사와 매서인, 전도부인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대영성서공회 자료집 한국지부 연례보고서(1884~1941)’(이하 ‘대영성서공회 자료집’) 편역본이 오는 10월 말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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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선교역사, 교회 역사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해 온 편역자 리진만 선교사(인도네시아, 우간다)는 “개화기 대한국 역사와 선교역사의 저장소인 이 자료는 국내외 어느 도서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자료”라며 “이번에 편역본으로 나오면서 많은 이들이 이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영성서공회 자료집’은 대영성서공회(BFBS, British and Foreign Bible Society) 본부에서 매년 발간한 연례보고서(AR, Annual Report) 내용 중 한국 관련 부분과 한국지부 보고서를 발췌해 편역본으로 발간됐다. 1884년 조선이 처음 언급된 BFBS의 자료부터 1941년 대영성서공회 한국지부가 일제에 의해 강압으로 철수할 때까지 58년간 연례보고서 자료를 실었다.
이에 더해 자료집 앞부분에는 BFBS가 조선 선교에 관심을 가지기 전부터 성경 번역과 배포를 추진하고 있던 스코틀랜드 성서공회(NBSS)의 1879년~1885년 연례보고서를 소개해, 무려 63년간의 외국 성서공회 자료를 전체 456쪽 분량에 담았다. 리진만 선교사와의 인터뷰는 21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대영성서공회 연례보고서는 어떤 책인가.
“제목에도 나와 있듯, 1804년 대영성서공회가 출범한 이후 세계 곳곳에 성경을 번역하고 배포하는 각 지부의 보고서를 영국 본부에서 매년 발간한 자료집이다. 조선에 관한 기사는 NBSS에는 1879년부터, BFBS에는 1884년부터 기술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BFBS와 대한성서공회가 연례보고서를 디지털 자료로 발간하고 있어서 누구나 자료를 내려받아 볼 수 있다.(BFBS https://www.biblesociety.org.uk, 대한성서공회 https://www.bskorea.or.kr) 단, 1941년 이전 BFBS AR 디지털 자료는 현재 옥스퍼드대학 도서관 한국학자료관에서 관리하는데, 신청한 자료의 양에 따라 유로로 제공받을 수 있다.”

-대영성서공회에 관해서도 소개해 달라.
“대영성서공회의 기원은 18세기 말엽 영국의 웨일스에 살던 메리 존스(Mary Jones)라는 소녀로 인해 시작되었다. 성경에 대한 메리의 열망에 깊이 감동한 토마스 찰스 목사(Rev. Thomas Charles)는 사람들이 성경 말씀을 갈급해 한다는 것을 인식하였고, 1802년 12월 런던에서 열린 기독교서회 회의에서 메리의 이야기를 전하며 성경 보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회의를 계기로 1804년 3월 7일 영국성서공회가 탄생하게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에는 13개국 대표들이 영국의 헤이워즈 히드(Heywards Heath)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곳에서 전 세계 모든 인류의 방언으로 성경을 출판해 말씀을 전할 목적으로 드디어 세계성서공회연합회를 조직하기에 이르렀다.
1941년 3월 18일, 조선성서공회(현 대한성서공회)는 대영성서공회 조선지부로부터 모든 재고품과 재산을 인계받았다. 80여 년이 흐른 지금, 대한성서공회는 2024년 한 해에만 국내에 총 99만 6,187부, 아프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 이웃들에게 총 84만 517부의 성서 및 전도 자료를 기증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편역본 ‘대영성서공회 자료집’ 발간은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 자료집은 대영성서공회 연례보고서(1884~1941)에서 한국 관련 부분과 한국지부 보고서 자료를 모은 것이다. 일반 독자들과 연구자들을 위해 자료집의 책 순서를 연도별로 편집했고, 부록 찾아보기에서 관심 인물과 지역 및 교회에 관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제작했다.
보고서 내용은 주로 한국에 파송된 선교사들이 각 선교거점(Station)에서 진행되는 선교 사역 보고와 함께 각 선교지점(Sub-Station)에서 선교사를 도와 활동하는 매서인과 전도부인들의 사역 활동을 본부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주로 매서활동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외국인들에게 대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현황을 알리는 창구의 기능을 담당했다. 이러한 면에서 ‘대영성서공회 자료집’은 선교 사료적 가치와 일반 역사적 사료로서의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기관 차원에서 시간과 예산, 자원을 들여 진행할 편역 및 출판 작업을 개인이 직접 진행했는데,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2020년 발간한 ‘매서인은 교회설립의 선구자였다’(저자 리진만, 준프로세스)를 집필하면서, 당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 고서인 ‘대영성서공회 자료집 / 한국지부 연례보고서(1884~1941)’ 원본을 접했다. 이 책을 보면서 BFBS가 한국 복음화에 커다란 공헌을 한 사실을 언젠가 꼭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연구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편역본을 발간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거의 3년여간 연례보고서 원본을 복사하고, 영문 텍스트로 옮겨 이를 번역했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역주(譯註)를 달았다.
조선에 선교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발간된 대영성서공회 연례보고서는 한국 선교의 보고(寶庫)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에 관한 연구가 아직도 단지 몇몇 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아쉽게 생각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연구의 토대가 되는 ‘대영성서공회 한국지부 연례보고서’ 원본을 국립중앙도서관뿐 아니라 전국 어느 대학 도서관에서도 접할 수 없고, 오로지 대한성서공회 도서관에서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번 출간을 계기로 개화기 선교 역사, 근대 역사, 특별히 한국교회 설립의 선구자였던 매서인과 전도부인에 대해 재조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책에서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있나.
“매년 기록된 대영성서공회 연례보고서 내용은 목회자는 물론, 앞으로 선교사로 자원하는 분들에게도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특별히 가슴을 뛰게 하는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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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BFBS 켄뮤어 총무가 보낸 보고서에는 매서인이 직접 개척한 개신교 공동체가 얼마나 많았는지, 매서인의 영향으로 얼마나 많은 교회가 세워졌는지를 보여준다. ‘내가 최소한으로 추산해도 이것(그가 선교하는 성공)의 90%는 성서공회 사역의 결과이다. 매서인과 전도부인 사역은 하나님 왕국을 발전시키는데 가장 귀중한 도구이다.’
1902년 콜리어 선교사는 이렇게 보내왔다. ‘작년 겨울 매서인 유는 남천을 방문하여 몇 권의 복음서를 팔았습니다. 그는 난폭한 자들이 마을에 기독교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을 5주 후에 돌아와 보았습니다. 매서인은 불한당에게 붙잡혔고, 그들이 매서인의 벗겨진 가슴에 칼을 들이댔을 때 그는 깡패들이 자신을 위협할 수 없으며, 그가 살아있는 한 계속 거기에 올 것이며, 그들이 그를 죽이면 그의 자리를 대신할 다른 전도자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보여준 용감한 태도는 이를 본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들은 니고데모처럼 밤에 매서인을 찾아와 영생에 관해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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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하운셀(Rev. C. G. Hounshell) 목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서인은 선교사의 첨병입니다. 그는 씨를 뿌리고, 우리는 열매를 거둡니다.’
이 외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탄압, 일본 식민시대에 매서인, 전도부인들이 목숨 걸고 성경을 전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이처럼 매서인과 전도부인은 한국교회 설립 및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아쉬운 점은, 연례보고서에 등장하는 몇백 명의 매서인, 전도부인의 전체 이름이 나오는 경우는 몇 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매서인 김 씨, 이 씨, 박 씨 등 성만 나오는 것이다. 이들의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자료집에 이분들이 활동한 지역이 나오므로, 그 후손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구전으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찾는다면 이름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매서인, 전도부인의 후손들도 관심 있게 이 책을 봐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편역자로서 소감과 기대는?
“조선에 처음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사역을 준비하던 선교사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파송한 선교사가 아니라,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코틀랜드’ 선교사였다. 우리는 대영성서공회에서 한국에 많은 기금과 인력을 보내줘서 한글성경의 번역과 배포에 큰 역할을 한 것에 감사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1940년 대영성서공회가 철수할 때까지 대영성서공회 한국지부 재정의 20%를 한 차례도 빠짐없이 후원한 ‘스코틀랜드 성서공회’의 기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의 선교와 전도가 성장기에서 쇠퇴기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완전히 쇠퇴하기 전에 다시 한번 믿음의 선조들의 전도 정신과 선교 결의를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개화기 전도 환경은 정말 열악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말할 수 없이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는데, 21세기 매서인과 전도부인이 필요한 때다. 개교회의 발전과 성장을 원한다면 과거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며 전도했던 매서인과 전도부인의 열정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또 저는 우연히 1879년부터 1939년까지 스코틀랜드 연례보고서 PDF 자료를 입수하게 되어, 이 자료집도 올해 안으로 세상에 알리고 싶다.
준프로세스에서 펴내는 이번 ‘대영성서공회 자료집’이 한국 근대사와 한국 초기 선교역사, 교회 역사를 연구하는 데 이바지하길 소망한다. 독자들과 연구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편역자로서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이 책을 내놓는다.”(문의 02-2266-5563 준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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