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말글 사랑 이야기 마당’ 성황리 열려
한글 주기도문 최초 번역한 원산도에 기념비 건립 추진

2025 한말글 사랑 이야기 마당
▲이날 행사 참석자들이 한창환 서예가의 작품 ‘한글사랑 칼 귀츨라프’ 휘호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귀츨라프한글문화원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회장 리대로)가 주최하고 귀츨라프한글문화원(설립자 고 주대준, 대표 노광국), ㈔유엔한반도평화번영재단(명예이사장 반기문, 이사장 김덕룡)이 주관한 ‘2025 한말글 사랑 이야기 마당: 한글을 서양에 최초로 알린 칼 귀츨라프’가 13일 서울 종로 한글회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세종대왕과 귀츨라프’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1832년 7월 17일부터 8월 17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인 독일 출신 칼 귀츨라프(Karl Gützlaff)의 ‘한글 세계화의 노력’을 집중 조명하면서, 한글의 역사적 가치와 세계화의 비전을 나누는 자리였다.

유엔한반도평화번영재단(UN피스코) 허준혁 사무총장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에서 한글학회 김주원 회장은 축사를 통해 기독교가 한글과 한국어 발전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고 “한글을 서양에 최초로 알린 칼 귀츨라프 선교사의 업적을 기리며, 그의 공로가 더욱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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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김민주 서양화 작가가 귀츨라프 서체로 쓴 작품 ‘우리 한글 얼쑤!’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귀츨라프한글문화원
귀츨라프한글문화원 노광국 대표는 ‘칼 귀츨라프와 한글 최초 세계화 이야기 마당’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칼 귀츨라프의 업적으로 주기도문의 최초 한글 번역, 씨감자 재배법 전수, 포도재배법과 포도즙(와인) 제조법 전수, 서양식 의료선교뿐 아니라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을 세계 학계에 문헌으로 처음 알린 소논문 작성 등을 소개하고,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귀츨라프 한글백일장, 귀츨라프 한글문화마당, 귀츨라프 장학금, 메타와인 성탄송년음악회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광국 대표는 이날 “다가오는 2032년은 칼 귀츨라프가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지 200주년이 되는 해”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귀츨라프한글문화원은 인천광역시, 충청남도 보령시 원산도 및 제주도를 포함해 독일, 홍콩, 뉴욕, LA를 연결하는 ‘귀츨라프 글로벌 미션아일랜드 벨트’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칼 귀츨라프 선교사가 남긴 ‘한글은 복음의 고속도로’라는 비전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그의 정신은 한글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복음의 가치를 전하며, 인류애를 실천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면서 “오늘의 행사가 한글 세계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귀츨라프 선교사의 유산을 계승하며 한글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신호철 귀츨라프연구소 소장과 리대로 한말글문화협회 회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최용기 ㈔세종대왕 생가 복원을 꿈꾸는 사람들 공동대표(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와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각각 논찬을 맡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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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귀츨라프연구소 소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귀츨라프한글문화원
신호철 소장은 1832년 귀츨라프의 첫 번째 논문을 분석하면서, “귀츨라프가 1832년 7월 17일부터 7월 25일까지 황해도 장산(몽금포)에서 보령 원산도로 이동하는 동안, 한국인과의 대화에서 들은 한국어 낱말들을 채록해 로마자로 기록하며 훈민정음을 익혔다”며 “이를 바탕으로 1832년 7월 27일 원산도 해안에서 조선 관리의 도움을 받아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특히 귀츨라프는 한글이 15개의 자음과 11개의 모음으로 구성돼 있으며, 168개의 음절을 조합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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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기 ㈔세종대왕 생가 복원을 꿈꾸는 사람들 공동대표가 논찬하고 있다. ⓒ귀츨라프한글문화원
최용기 공동대표는 논찬에서 “귀츨라프가 한글의 음운 체계와 문법적 특성을 보다 심도 있게 분석했으며 체로키 문자, 산스크리트어, 일본어 등과 비교하며 한글의 체계적이고 독창적인 문자 구조를 조명했다”고 말했다. 또 “귀츨라프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결합한 음절표를 제시하는 등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표기법으로 연구한 점은 서양 학계에서 한국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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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대로 한말글문화협회 회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귀츨라프한글문화원
리대로 회장은 유교·불교·기독교가 한글 보급에 미친 영향을 비교하면서 “기독교는 한국에서 한글로 빨리 자리 잡았고 요즘도 한국 기독교인들이 외국에 선교를 나가 한글을 알려주고 선교하고 있는데, 그 시초는 칼 귀츨라프가 한글로 주기도문을 국역하고 서양에 한글 우수성을 알린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며 “이 공로를 알아주고 고마워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늘날 한글이 외국에서도 알아주고, 외국인들이 한글을 배우려고 몰려오고 있는 시작도 귀츨라프가 서양에 처음 한글을 알린 일과 이어진다”며 “지난날 선교사들이 한글로 성경을 써서 선교하고, 1886년 고종 때 육영공원 교사로 온 기독교인 헐버트가 한글이 훌륭한 글자임을 알고 조선인들에게 한글을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려준 것은 대단한 기독교인들의 공로”라고 말했다. 반면 “조선의 통치 이념이었던 유교가 한문을 절대적으로 중시하며 한글을 공식 언어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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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이 논찬하고 있다. ⓒ귀츨라프한글문화원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논찬에서 “실학자들이 단순히 한문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한글을 적극 활용한 사례도 존재한다”며 “정약용의 둘째 형 정약종은 한문으로 된 천주교 교리 ‘주교요지(主敎要旨)’를 최초로 한글로 번역했다. 또 정조 사후 순조 즉위 초기(1800년부터 1805년) 정순왕후가 섭정할 당시에는 신하들이 왕에게 한글로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나 정순왕후의 섭정이 끝나자 한글이 공식 보고서에서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역사적 사례”라고 말했다.

김슬옹 원장은 이와 함께 귀츨라프가 1832년 7월 27일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한 원산도에 ‘귀츨라프 주기도문 한글 번역 기념비’를 세울 것을 제안했고, 노광국 대표는 2024년 9월 충청남도가 보령기독교역사문화선교사업회에 보낸 회신에 따라, 원산도 귀츨라프보령방문기념공원 조성사업이 보령 해양레저관광거점 조성사업 예정부지에 조성되는 것으로 보령시와 협의해 추진될 예정임을 전했다.

이날 식전 행사로는 귀츨라프한글문화원 ‘귀츨라프 서체’ 저작권등록자인 김민주 서양화 작가(명성교회 bara 미술인선교회)가 귀츨라프 서체로 ‘우리 한글 얼쑤!’를 제작해 전시했다. 행사 후에는 붓글씨 퍼포먼스 작가 한창환 서예가가 ‘한글사랑 칼 귀츨라프’를 즉석에서 휘호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1908년 8월 31일 주시경 선생이 설립한 한글학회(회장 김주원), ㈔국어문화운동본부 부설 세종국어문화원(원장 김슬옹), 귀츨라프연구소(소장 신호철)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한글학회와 귀츨라프한글문화원은 1443년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의 언어학적 우수성을 1832년 귀츨라프가 영어와 독일어로 서양에 처음 소개한 지 200주년이 되는 2032년을 앞두고, 한글을 지구촌 공용어로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와 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