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청년선교의 교두보인 군선교 활성화를 위한 ‘군선교 비전2030운동’이 2021년 10월 공식 선포되고 추진된 지 만 3년이 흘렀다. ‘한 영혼을 그리스도께로, 백만 장병을 한국교회로!’라는 목표로 2030년까지 매년 10만 명씩(신규세례자 6만 명, 기존세례자 4만 명), 10년간 100만 장병을 한국교회로 파송하는 이 전략은 2025년이면 벌써 추진기간의 절반이 지나게 된다. ‘군선교 비전2030운동’을 통해 지금까지 실제로 몇 명이 세례·전도·양육·파송되었는지 중간점검하고, 동시에 군선교를 통한 한국교회 청년선교가 얼마나 본질에 충실한 질적 사역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뼈아픈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지는 이와 관련한 주제로 최근 개최된 제24회 한국교회 군선교신학심포지엄에서 다뤄진 주요 내용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권수영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상담코칭위원장)는 ‘인구 감소 시대의 청년 문화와 미래 군 선교 전망’에 대한 주제발제에서 “MZ세대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할 때 비폭력 대화를 통해 장교와 병사 간의 원활한 소통과 상호 이해가 가능해질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MZ세대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군선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권 교수는 먼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며, 협력보다 경쟁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온 MZ세대의 특성은 집단주의와 권위주의에 기반한 군대 문화와 충돌을 일으킨다”며 “특히 초급간부와 병사들 사이에서 심리적 압박감과 소통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젠 초급간부들 역시 대부분 MZ세대에 속하는 가운데, 초급간부의 자살률이 높은 점을 우려했다. 국방부의 2022년 국정감사 자료에서 2017~2021년 군에서 자살한 인원은 308명으로, 이 중 병사는 105명, 간부는 189명, 군무원은 14명이었다. 병력 총원 중 간부가 40%, 병사가 60%인데도, 간부 자살 건수는 병사 자살 건수의 1.5배가 넘게 나타난 것이다. 또 간부 자살자 중 70% 이상은 소위 초급간부로 분류되는 근속 10년을 넘지 않는 직업군인이었고, 이 중 전체의 40%가량이 가장 계급이 낮고 평균 연령(23.1세, 2019년 기준)도 낮은 하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급간부들의 스트레스 관리만이 아니라, 초급간부들과 장병들의 원활한 소통 강화가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초급간부와 장병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일은 군대 내 전체 자살률은 물론, 각종 사고율 감소와 안정적인 병력 관리를 위해서도 유의미하다”며 “과거의 병사 집중적인 병력 관리와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넘어서 병사와 간부 사이의 사각지대로서 취약 계층인 초급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인 리더십 코칭 관련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초급간부가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권 교수는 “장병 복무 부적응 해소와 자살 사고 예방을 지원하는 병영생활전문상담관제도가 병사 위주로 실시되고, 전체 이용자 중 간부 이용율은 14.6%로 병사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며 “간부 이용률이 낮은 이유로는 군 내부 상담 결과가 향후 장기선발, 진급에 대한 불이익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방부는 2020년부터 민간에서 운영하는 익명 심리상담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을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결국 간부 자살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 해결은 ‘지휘부의 소통 방식 혹은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공감했다. 권 교수는 “대한민국의 군 리더십 교육은 국방부 차원의 통일된 교육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채, 군별 혹은 과정별로 교육이 운영되고 있어 많은 시행착오와 혼란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상하급 교육기관 간에 리더십교육의 연계성이나 체계성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초급간부와 장병 사이의 건강하고 친밀한 소통을 위한 ‘리더십 교육’을 위해 코칭 실습은 심리상담에 대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특히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 소통 방식을 하나의 대안으로 꼽았다. 권 교수는 “1960년대 미국 임상심리학자 로젠버그가 개발한 ‘비폭력 대화’로 알려진 소통 방식은 2030세대처럼 개인주의 성격을 가진 이들이 겪는 욕구 불만과 정서적 경험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지휘관과 장병 사이에 활용가능한 대화법이라고 제안한다”며 “특히 권위주의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군대 문화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자신 및 타인의 바람(욕구), 그리고 그 바람이 무너질 때 느끼는 감정을 다룰 수 있기에 아주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폭력 대화는 군 기강을 해이하게 하거나 질서를 무너뜨리기보다는, 권위주의와 집단주의 군 문화 가운데서 2030세대 자신들이 정체성과 주체성을 지켜갈 수 있는 방식”이라며 “2030세대는 자신의 주도성을 확인하고, 통제에 복종하는 행동보다 자신의 자율적인 욕구로 즐거움을 얻으려 할 것이다. 선교 전략에도 이런 문화적, 혹은 심리적 특성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비전을 얻게 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통제’가 아닌,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이들은 주도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권수영 교수는 “2030세대의 욕구를 먼저 살피고, 이들이 ‘통제’의 군대 문화 가운데서도 주인공처럼 자신의 주도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만들어 교회로 초대한다면, 군대를 문화 충돌과 갈등의 공간이 아닌, 세대 간 따뜻한 연민의 소통을 경험하고 스스로 성장을 도모하는 은혜의 공간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규철 목사는 “해 아래 새것이 없다. 비전2030은 비전2020에서 많은 열매를 거둔 노하우를 다시 한번 검토해 남은 기간, 포스트 2030을 향한 지렛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군선교연합회, 군종목사, 대대급 군선교사들과도 긴밀한 관계성을 유지해 사역의 효율과 열매를 올리는 모든 방안을 추진하며, 진중교회 가운데 혁신적으로 세례를 많이 주고 부흥시킨 곳은 강력한 포상 조치로 좋은 성과를 계속 이뤄내도록 불을 때자”고 당부했다. 사회를 맡은 한국군선교신학회 신학연구위원 김상만 목사(인덕대학교 교수)는 “오늘 이 주제는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숲과 나무처럼 풍성하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전2030 실천운동과 MZ세대 장병 전도를 위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는 아이패드 등 경품 추첨의 시간도 진행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