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거리
▲베트남의 거리 ⓒGCR
베트남 정부가 새 종교 법령을 발효한 이후 종교단체 및 종교 활동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면서 박해받는 베트남 기독교인들의 신앙이 더욱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됐다고 글로벌 크리스천 릴리프(GCR, Global Christian Relief)가 최근 밝혔다.

베트남 헌법은 현재 모든 종교가 법 앞에서 평등하며, 국가는 개인의 신앙과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공산주의 정권은 종교 기관 운영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정부 등록을 요구하여 종교적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종교 법령인 95호 법령을 제정해 종교단체에 더 많은 제한과 요구 사항을 적용하고 있어, 박해받는 베트남 기독교인들이 자유롭게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새 종교 법령은 베트남 정부가 교회 및 기타 종교단체에 재정 기록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해외 기독교인으로부터 종종 재정 지원을 받는 베트남 가정교회는 정부의 재정 감시와 함께 교회의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또 이 법령은 특정되지 않은 이유로 종교 활동을 중단하게 하는 권한을 허용한다.

베트남의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은 95호 법령이 신속하게 시행된 의도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새 종교 법령은 2023년 12월에 발표돼, 불과 3개월 후 사전 공개 협의 없이 시행됐다. 많은 이들은 이 법령이 빨리 제정된 것에 대해 놀랐고, 베트남 정부가 미국 국무부 국제종교자유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특별감시국가 목록에서 빠지려 한다는 추측으로 이어졌다. 이 목록에 속한 국가들은 정부가 심각한 종교적 자유의 침해에 관여하거나 용인하는 국가들이다.

하지만 종교 자유 옹호자들과 지역 교회 지도자들은 새 법령이 종교의 자유를 더욱 훼손하고 있다고 봤다. 베트남 정부가 교회 등록을 더 쉽게 만드는 대신, 더 많은 감독과 통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종교자유위원회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종교법 시행은 지방마다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또 신청서를 제출한 많은 종교단체가 불합리하게 긴 대기 시간 등 장애물에 직면했다고 보고한다.

베트남 중부에 거주하는 빅터 목사(가명)는 “이 법령의 직접적인 효과는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 이 법이 3월에야 발효되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일부 예배 장소가 방해받고 있으며, 등록할 때까지 모임을 중단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GCR은 “베트남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는 계속되어, 수년에 걸쳐 종교의 자유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 감시자들은 베트남을 여전히 종교 자유를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국가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몽족, 몬타냐드족 등 베트남의 기독교인들은 종교 활동 때문에 극심한 박해를 겪었다”라며 “그들은 종종 신체적 폭력, 추방, 무국적 상태, 체포, 투옥, 강제 신앙 포기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에는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인 닥락(Dak Lak) 지방의 독립 가정교회에 소속된 교인 3명이 일주일 간 구금됐다. 그들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고 영장도 보지 못했다. 같은 지방의 마을 사람들은 지난 3월 8일 범 비야(Y Bum Bya) 목사의 시신이 지역 묘지에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베트남 당국은 사인을 자살로 발표했지만, 비야 목사는 수년간 핍박을 받아왔다. 비야 목사는 2023년 12월 당국 관리에게 교회를 떠나라는 요구와 함께 폭행을 당했고, 이후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후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심한 구타와 추가 협박을 했다. 그래서 그의 교회 교인들은 비야 목사가 지역 경찰에 구타와 위협받은 후 살해당했다고 믿는다.

GCR은 “이 법령이 기독교가 다수인 민족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아직 다 알 수 없지만, 베트남에서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95호 법령 배후에 있는 악의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베트남 교회를 보호하고 번영하게 하시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2022년 미국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 의하면 베트남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종교 자유를 보장하지만, 실제 종교 활동과 기관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일부 종교인에 대한 감시, 심문, 구금, 차별 등은 물론, 구금된 이들은 미등록 종교단체와의 관계를 중단하고 국제기구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제공하지 말 것을 요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2023년 종교 자유에 관한 특별감시국가에 지정됐으며, 베트남인들은 올해도 베트남을 특별우려국가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리스트에 오르면 1998년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미국은 심각한 종교 자유 침해 국가를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추가 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