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합감리교회(UMC)가 1984년부터 시행한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목사 후보자의 안수 금지 조항을 40년 만에 삭제했다.
이번 결정은 4월 23일부터 5월 3일까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총회 중 1일(현지 시간) 대의원 692명의 찬성과 51명의 반대로, 압도적 지지를 얻어 승인됐다. 단, 개체교회 차원에서는 동성애자 목사 파송을 거부할 수 있고, 동성 결혼 개최 및 주례 여부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연합감리교뉴스(UM News)에 따르면, 이번에 통과된 내용은 △연회와 교단 기관이 UMC 기금을 ‘동성애자 그룹’에 제공하거나 ‘동성애자 포용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금지 조항을 삭제한다 △성직안수위원회는 후보자가 동성애자인지 여부로 후보자를 평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감독은 동성애자 후보자를 부적격자라고 명시한 규정을 삭제한다 △동성 결혼식이나 결혼식 주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성직자에 대한 무급 정직 1년 이상의 의무적 처벌 조항을 삭제한다 △감독은 해당 연회에서 임지를 찾을 수 없는 경우, 우수한 기준을 갖춘 동성애자에게 연회의 경계를 넘어 파송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교단의 ‘자칭’ 동성애 실천 성직자 및 동성 결혼식 금지와 관련한 사법 절차를 유예한다. 이 유예 조치는 총회가 이를 변경할 때까지 지속된다 등이다.
UMC는 1984년부터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목사 후보자에게 목사 안수를 주는 것을 금지해 왔다. UM 뉴스는 “(이 결정은) UMC의 성소수자 교인에 대한 오랜 제한을 조용히 해제하고 있는 이번 총회의 추세를 이은 것”이라며 “그러나 승인된 법안은 목회자와 교회가 동성결혼식을 주례하거나 주최하지 않을 권리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번 결정이 개체교회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4월 30일 총회에서는 총회 재정 및 행정위원회가 ‘어떤 이사회, 기관, 위원회, 위원회 또는 협의회도 동성애자 코커스나 단체에 연합감리교회 기금을 제공하거나 동성애 수용을 촉진하기 위한 기금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UMC 장정 806.9항의 문구를 삭제하는 청원안도 승인한 바 있다.
UMC 한인총회 총회장 이창민 목사는 UM 뉴스에 “전통적 입장을 지향하는 대부분의 한인교회 입장에서는 오늘 의결된 사항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개체교회들의 신앙 전통에 맞는 목회자 파송과 동성결혼 주례 및 장소 제공 여부에 관한 전적인 권한이 개체교회와 담임목회자에게 있을 뿐 아니라, 목회자나 개체교회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의결이 함께 이루어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결정으로 한인교회 내 일부 혼란과 어려움이 예상되나, ‘만유 보다 크신’(엡 4:6)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더욱 확장된 선교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UMC에서는 동성애 등 성소수자 문제에 따른 내부 갈등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교단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7,600개에 이르는 교회가 교단을 탈퇴했다. 그럼에도 2023년 현재 UMC에는 2만 8,500개 이상의 교회가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UMC에서 탈퇴한 교회는 대부분 2022년 UMC 논쟁에 대응해 출범한 보수 교단인 세계감리교회에 속해 있다.
UMC는 2019년 특별총회에서는 438대 385라는 근소한 차이로, 동성 결혼 주례를 금지하고,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목회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교회 재산을 가지고 교단을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한 교회법을 통과시켰고, 이 법은 2023년 말 만료됐다.
이번 총회는 그동안 UMC 교단의 친동성애에 반대하며 전통적 입장을 지지해 온 보수 교회들이 대거 탈퇴한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인 만큼, 2019년 결정된 동성애에 관한 전통적 규정들이 삭제 및 유예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UMC와 한국의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서로 교류하지만, 각 총회 결정이 상대 교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