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략) 돈과 프로젝트가 중심이 되는 힘에 의한 선교에 있었음을 회개하며 (중략) 선교지에서 형성된 모든 선교적 재산들은 하나님 나라를 위한 공적 재산임을 인정하고 앞으로도 그 목적대로 사용할 것을 결의한다. 우리는 (중략) 선교사들의 은퇴 이후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선교사들과 함께 준비할 것을 결의한다.”
한국 주요 교단 선교부들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선교사 은퇴와 재산권 이양, 선교 현장의 출구전략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공동 결의서’를 채택했다.
21일 서울 노량진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세미나실에서 한국교단선교실무대표협의회(한교선)와 KWMA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선교 출구전략과 이양정책을 위한 KWMA-한교선 공동 결의서’를 발표했다. 결의서에는 KWMA를 비롯하여 기감, 기성, 기침, 고신, 대신, 백석, 통합, 합동, 합신 등 9개 교단 선교부(가나다 순)가 동의했다.
이들은 결의서 채택 배경으로, 지난 6월 16일 발표된 ‘제8차 NCOWE 평창선언’과 6월 20일 발표된 KWMA, KWMC(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 KWMF(한인세계선교사회)의 공동 결의서, 그리고 지난 8월 8일 합동, 통합, 기감, 기성, 기침, 고신, 합신, 대신 등 8개 교단이 참여한 한국선교 출구전략과 이양정책 세미나 내용을 언급했다.
‘제8차 NCOWE 평창선언’에서는 “3. 우리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게 된 것은 축복이며,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교회와 함께 이제까지의 서구 중심의 세계 선교 역사에서 본받아야 할 유산을 계승하고, 단절해야 할 과오를 바로잡는 일에 헌신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 KWMA, KWMC, KWMF 결의서에서는 “2.1 우리는 현장에서 ‘선교사 중심의 선교’를 지양하고, ‘현지교회의 필요성’에 따라 사역을 하겠습니다. 2.2 우리는 ‘복음 전하는 일’과 ‘현지인 리더’를 세우고, 프로젝트 사역을 지양하고, 현지인들이 ‘교회 개척’을 하도록 힘을 쓰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지난 8일 KWMA 노량진 본부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선교 출구전략과 이양정책 세미나’에서는 KWMA와 8개 교단 선교실무 대표자와 이양정책 전문가가 선교사 은퇴 이후 선교지 재산 이양에 관한 문제와 출구전략을 논의하면서, 합의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저도 현장에 30년 이상 선교사로 있으면서, 선교사님들이 만들어 놓은 부동산 처리 건을 많이 봤다. 선교사에게 재산권이 있을 때 우물쭈물하다 선교사가 은퇴하면, 파송단체를 떠나서 (재산권) 정리가 안 된다”라며 “결국 선교사가 은퇴하기 전 파송단체에 속해있을 때 재산권 정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선교사가 재산권을 정리하지 않고 은퇴하는 몇몇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런 일들에 교단 총무님들이 공통적으로 다 노파심을 가지고 계셔서 이번에 교단 선교부의 정서와 한국교회의 정서를 담아 공동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모든 교회와 목사님들, 선교사님들까지 오늘 결정된 결의서 내용을 잘 알아서 한국 해외선교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전신근 KWMA 대외협력실장의 결의서 낭독 후 교단 선교실무 대표자 및 이양정책 전문가들이 서명식을 갖고 각자 발언 후 질의응답 시간으로 이어졌다.
◇선교사 은퇴와 재산권 문제… “공감대 형성과 정책적 노력 동시에 이뤄져야”
‘2022년 한국선교현황 통계조사’에 의하면, 한국 장기 선교사 평균 연령은 53.1세로, 은퇴 나이를 70세로 가정할 때 10년 이내 은퇴 대상자가 전체 선교사의 26.52%(5,889명), 65세로 가정할 때 10년 이내 은퇴 대상자가 46.01%(10,21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교사 은퇴 러시가 10년 이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선교지 재산권 및 리더십 이양, 은퇴 선교사 노후 등에 대한 한국교회와 선교계의 공감대 형성과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신갈렙 목사(기감)는 “어떻게 보면 이 일이 은퇴 이후에 대한 선교사님들의 걱정과 염려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자성을 한다”며 “선교사로 계실 때는 위기 대처나 자녀 문제 등 여러 가지를 배려하는데 정작 은퇴 이후 노후에 대해 너무 부족하지 않았는지 생각하면서, 선교사님들의 은퇴 이후 교단적으로 배려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접근을 하겠다”고 말했다.
손주헌 목사(기성)는 “이번 공동 결의서를 통해 한국선교가 성경적 선교, 본질적 선교를 하는 계기가 되고, 결의문이 초교파 실무자들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교회를 넘어 모든 선교단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종학 목사(대신)는 “한국 선교사가 고령화되고 그에 따른 은퇴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며 “조금은 늦은 것 같지만, 선교현장의 여러 가지 문제에 관한 공동 결의서에 함께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더 많은 선교사님의 은퇴와 그에 따른 재산권, 이양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고심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성원 목사(백석)는 “신앙의 본질은 선교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공동 결의를 통해 각 기관이 실천하고, 또 이것을 잘 풀어나간다면 더 많은 교단이 참여하여 많은 선교사님의 고민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홍경환 목사(통합)는 “저희 교단은 앞으로 10년 안에 22%의 선교사가 은퇴하게 된다”며 “한국교회가 열심히 (선교사를) 보내기만 했는데, 70세 정년으로 선교사가 은퇴할 때 평생 열심히 해 온 모든 사역을 잘 마무리하도록 하고, 또 (본국에) 들어오는 분들에 대한 준비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목사는 “한교선이 은퇴 선교사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맞이하는 준비를 하는 것은 한국선교가 더 성숙해지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철영 목사(합동)는 “선교지의 재산권 문제는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40년 전인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년이 지난 후쯤부터 이 문제가 발생하여 계속 이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한국교회에 공감 형성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 목사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정서적 문제의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다”며 “한국교회의 정서, 필드에서 사역하는 2만여 선교사의 정서가 필요하고, 또 결국 어느 교단이나 선교단체의 문제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교선과 KWMA가 함께 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앞으로도 선교지 재산권 문제뿐만 아니라 위기관리, 재난 대응, 선교사 노후 등 한국교회 선교에 관한 지속적인 컨설테이션을 하여 한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밝혔다.
김충환 목사(합신)는 “무엇보다 중요한 실제적 문제에서 교단이 같은 방향성을 갖고 논의가 이뤄진 것이 감사하다”며 “선교지 재산권 문제는 곧 선교사 이양, 선교사의 재정적 투명성, 사적 재산과 공적 재산의 구분 등 저희가 사실 감당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선교사들의 은퇴 이후의 노후대책과 같이 가는 부분이라 각 교단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부분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무엇보다 이런 부분(선교지 재산권 문제)이 한국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배워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교회도 일면 자성하는 측면에서 방향성을 같이하면서 이 일을 이루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