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선교적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통한 모든 민족을 위한 하나님의 선교의 내러티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든대학교 안성호 선교학 교수(OMF 선교사)는 한국로잔위원회가 최근 온라인 줌으로 진행한 2023년 제1차 로잔 선교적 대화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은 선교적 디아스포라 공동체”라며 디아스포라와 난민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도전을 전했다. 본지는 안 교수가 ‘디아스포라 신학: 흩어진 파종을 받은 공동체’라는 주제로 전한 강의를 세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편집자 주>
◇구약에 나타난 디아스포라 다민족, 다문화 선교
안성호 교수는 “성경 해석의 보편적인 세 관점인 구속적 관점, 언약적 관점, 하나님 나라의 관점과 함께 선교적 관점을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네 가지 관점을 통합해서 볼 때 성경은 선교적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통한 모든 민족을 위한 하나님의 선교의 내러티브임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교적 관점만 따로 떼어놓고 성경을 보면 연역법적 해석이 된다”며 “선교의 렌즈를 끼고 선교에 관련된 구절만 추출해 내서 성경이 선교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설득력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날 땅에 정착한 셈 종족이 바벨탑을 지어 하나님의 계획을 거역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창 11:1~4). 안 교수는 “바벨탑은 단수가 아니라 시날 전체에 퍼져있는 복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라크의 지구라트 성전들이 바벨탑의 흔적이 아니냐고 학자들은 말한다”라며 “인간이 하나님의 ‘흩어지라’는 디아스포라 명령을 거역하자 하나님이 언어를 혼잡하게 하시고 다시 흩으셨다(창 11:5~9)”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은) 분명히 하나님의 징계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디아스포라로서 그들의 복을 나누는 하나님의 원래 계획을 복귀시켰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바벨탑의 붕괴 사건은 인류의 위대한 대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바벨탑 이전 인간은 단일 문화에 단일 종족, 단일 언어, 단일 지역이었고 정착민이었다면, 바벨탑의 붕괴로 인해 다문화, 다종족(70개), 다언어, 다지역, 디아스포라가 되었다”라며 “이것은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 뱃속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비가역적인 것으로, 인간은 디아스포라 역사로 바뀌었다. 돌이킬 수 없는 하나님의 역사의 흐름 가운데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브라함의 후예인 우리는 다민족으로 부름 받은 사람들로서, 바벨탑 이전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라며 “하나님은 분명히 바벨탑 이후의 패러다임으로 바뀌기 원하시지만, 많은 교회가 여전히 바벨탑 이전 패러다임으로 사역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브라함 공동체는 선교적 디아스포라 다민족·다문화 공동체”
성경에 나타난 아브라함의 공동체 역시 선교적 디아스포라 공동체라고 안 교수는 강조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먼저 네 고향과 친척과 집을 떠나라고 하셨다. 디아스포라를 위해 디아스포라가 되라고 하신 것(Be Diaspora to save Diaspora)”이라며 “그리고 하나님이 준 복(blessings, 바라크)을 나누라고 하시고, 약속의 땅과 후손을 주겠다고 이야기하신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 “바벨탑 사건(창 11)과 아브라함(창 12:1~3)은 굉장히 대조된다. 바벨탑은 인류의 타락을 이야기한다면 아브라함의 사건은 인류의 구속을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선교적 디아스포라 다민족, 다문화 공동체로 빚으셨다”라며 “아브라함은 유대인이고, 단일민족이라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아브라함이 속한 갈대아인 자체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앗시리아, 우르, 아카디아가 섞인 혼합민족이었고, 하란으로 가서 헷족속을 얻고, 다마스커스에 가서 다마스커스인을 얻으며, 기근 때문에 이집트에 가서 이집트인이 합류하고,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서 75세가 되어서야 아브라함이 히브리인 정체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아브라함이 조카가 포로로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집에서 낳아 20세 이상 훈련받은 사람 318명(창 14:14)의 군사를 거느리고 갔는데, 최소 3천 명의 거대한 공동체로 보인다. 이는 철저하게 다민족, 다문화 선교적 디아스포라 공동체로 하나님이 만드셨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민족을 위한 선교적 할례는 모든 민족이 주님의 구속과 언약,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됐다는 것”이라며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관점과 언약, 구속적 관점을 통폐합해서 선교적 관점을 재조명할 수 있다. 즉 할례는 다민족, 다문화를 축복하는 언약과 구속하는 하나님의 표징이며, 이들이 모두 하나님의 백성으로 구속받고 언약받았고, 70개 종족을 축복하는 선교적 공동체로 사용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은 이러한 선교적 언약이 계승되어 이삭에게도 ‘네 자손을 인하여 천하 만민(all nations)이 복을 받으리라’(창 26:4)고 하셨고, 야곱에게도 ‘땅의 모든 족속(all people)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여 복을 얻으리라’(창 28:14)고 하셨다. 요셉 역시 ‘각국 백성(the people of all the earth)도 양식을 사려고 애굽으로 들어와 요셉에게 이르렀으니’(창 41:57)에서 볼 수 있듯 7년 풍년 때 곡식을 잘 저장해 7년 대환란 때 모든 민족을 살리는 선교사 역할을 하게 됐다고 했다.
안 교수는 “이제 누구든지 예수를 믿는 사람은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선교적 DNA, 디아스포라의 DNA가 우리에게 완벽하게 흘러들어왔다”라며 “그렇다면 우리 역시 모든 민족을 섬기기 위해 디아스포라 공동체로 복을 받은 것이다.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유대인을 축복한 이유는 모든 민족을 축복하기 위함이고, 가나안 땅을 축복하신 이유는 온 세상을 축복하기 위해서이다”라며 믿는 자들이 특수성(Particularity)과 선민의식(prosperity gospel)에 빠지고 번영신학에 빠지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선민의식에서 반드시 패러다임 쉬프트 하여 보편성(Universality)과 선교 의식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며 “우리를 축복하신 이유는 모든 민족을 축복하기 위함이다”고 거듭 역설했다.
안 교수는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다민족 다문화 공동체를 이룬 예를 소개했다. 야곱은 아람인인 레아와 라헬과 다민족 결혼을 하여 혼혈아인 12명의 자손을 낳았고, 이 중 둘째 아들인 시므온은 가나안 여인과 다민족 결혼(창 46:10)을 했다. 요셉은 이중언어와 이중문화를 가지고 이집트 여인과 다민족 결혼을 했으며, 둘 사이에서 태어난 므낫세와 에브라임은 히브리인과 다른 외모를 가지고 이집트어를 모국어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레위기에는 히브리인 모친과 이집트인 부친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 남자(레 24:10~12)도 등장한다.
모세의 경우 미디안 여인과 첫 번째 다민족 결혼을 하여 혼혈아인 게르솜과 엘리에셀을 낳았다. 또 아프리카 구스인(이디오피아인)과 두 번째 다민족 결혼을 하여 자손을 낳았다. 곧 제사장 직분인 레위 자손의 후손들은 모두 혼혈아인 것이다. 안 교수는 “이스라엘을 철저히 다민족화시키신 것은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의 교회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성막’에서도 다민족 공동체 예배가 드려졌다. 안 교수는 “유월절에 출애굽할 때 다양한 민족이 탈출하는데, 하나님의 선교 계획이 출애굽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며 “성막에서는 메소포타미아인, 아람인, 다마스커스인, 히브리인, 블레셋인, 이집트인, 구스인, 미디안인과 이들의 혼혈아들이 함께 모여 예배드렸다”고 말했다. 또 “(애굽과 광야에서) 470년의 여정을 거쳐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 대성전을 완성하는데, 유대인들의 상징이고 심장이며, 유대인 외에 올 수 없다는 대성전은 누구의 손에 의해 지어졌나”라고 반문하며 “다윗은 철저히 이방인을 일꾼으로 동원했고(대상 22:2~5), 솔로몬이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 이방인 15만 3,600명을 일꾼으로 동원했다(대하 2:15~18, 왕상 5:18, 왕하 7:13~14). 대성전이 이방인에 의해 설계되고, 건축되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안성호 교수는 “그러나 이후 유대인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교적 목적을 잃어버린 채 성막과 대성전이 배타적인 장소가 되고, 대제사장들은 종교적 권력과 물질을 휘어잡고 산헤드린 공회를 만들면서 정치와 재물의 욕심으로 타락하게 된다”며 “그들이 흩어지지 않고 자신들의 아성, 곧 ‘제2의 바벨탑’을 쌓게 되자 로마 장군 디도가 AD 70년에 성전을 파괴시키고 대성전은 다시 회당으로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어 대성전과 회당을 비교하며 “대성전에서 회당으로 바뀐 것도 하나님의 원래 디아스포라 계획을 복귀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성전은 예루살렘에, 회당은 이스라엘 외곽 지역에 있었고, 대성전은 동물 제물로 제사를 드렸으나 회당은 제사가 소멸됐다. 또 대성전은 대제사장과 산헤드린 70명이 정치, 권력, 물질을 독점하고, 이방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히브리어 구약으로만 예배를 드렸다면, 회당은 랍비가 70인역 헬라어 구약 성경으로 예배를 드려 모든 이방인이 손쉽게 들어올 수 있게 문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성전은 할례받은 유대인과 이방인 개종자만 출입이 가능했는데, 회당은 할례받지 않은 이방인 등 누구나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대성전은 대제사장 중심의 수직구조이고 단일민족과 단일문화 예배 처소였다면, 회당은 누구나 설교가 가능한 민주적 시스템이었고 다민족, 다문화 예배 처소였다”며 “모든 민족이 손쉽게 회당에 들어가 예수를 믿게 되는데, 사도바울도 항상 회당으로 먼저 들어가 할례만 받지 않았지 모든 유대 율법에 환히 열려있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선교해서 믿게 하는 그야말로 미션센터로 변하였다”고 설명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