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가시적인 오른손’으로 사람들을 ‘파송’하십니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왼손’으로 우리를 ‘파종’하십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아는 자가 선교사이며, 그리스도가 없는 곳이 선교지입니다. 이것을 알 때 비로소 선교적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고든대학교 안성호 선교학 교수(OMF 선교사)는 한국로잔위원회가 최근 온라인 줌으로 진행한 2023년 제1차 로잔 선교적 대화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은 선교적 디아스포라 공동체이시다”라며 디아스포라와 난민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도전을 전했다. 본지는 안 교수가 ‘디아스포라 신학: 흩어진 파종을 받은 공동체’라는 주제로 전한 강의를 세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편집자 주>
◇“디아스포라와 난민교회 섬기며 성경과 역사 해석의 관점 달라져”
이어 “중앙아시아 튀르키예계 무슬림 대상으로 사역을 하다 신학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선교학 석사를 공부하고 다시 선교지로 돌아가려 했는데, 하나님께서 스코틀랜드로 보내셔서 에든버러대학에서 성경번역으로 박사학위를 공부할 수 있었고,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를 섬기고 디아스포라 사역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후 OMF로 조인하여 동남아시아로 가서 교수로 섬기며 사역자를 양성하고, 다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에 가서 유럽 사역자를 양성하면서 디아스포라, 난민 사역을 하게 됐다”며 “4년 전에는 미국 보스턴 고든대학으로 하나님이 부르셔서 지금은 글로벌 선교를 위해 젊은 청년들을 양성하고 디아스포라, 난민 사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한 번도 계획한 적이 없었는데, 하나님께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게 해주셨다”라며 “저의 디아스포라 여정과 제3문화 아이들(TCK, Third Culture Kids)인 저희 아이들을 보면서, 또 미국 캘리포니아와 스코틀랜드(영어), 동남아시아(중국), 한국(한국어), 네덜란드(화란어, 독일어, 불어), 미국 보스턴(영어)에서 여러 언어를 배우면서 초문화적 정체성과 문화적 하이브리드를 통해 효과적으로 선교할 수 있는 도움을 주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디아스포라와 난민교회를 섬기면서 성경과 역사 해석의 관점에 변화(conversion)가 왔다”며 “네덜란드 개혁교회는 개혁 위그노 난민들에 의해 세워진 곳이었고, 체코 모라비안 난민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은 글로벌 선교를 이루셨다”고 설명했다.
안성호 교수는 “언약적, 구속적, 하나님의 나라, 선교적 관점을 통폐합하여 성경은 하나님의 디아스포라 선교의 이야기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라며 “이 강의는 선교 이론뿐 아니라 철저히 선교 사역 현장 가운데서 나온 것이며, 강의 목표는 신학적 당위성을 증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기 부여를 드리는 데 있다”고 말하고, 관련 내용을 책으로 집필하여 출판하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교(mission) vs 선교들(missions)
이어 “둘째 선교의 하나님(mission)으로, 성자와 성령은 보냄을 받은 선교사이다”라며 “성자와 성령은 이 땅의 모든 자를 구원하기 위한 선교적 정체성으로 보냄 받아 모든 민족을 삼위일체 하나님께 인도하는 선교사인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셋째 디아스포라의 하나님(diaspora)으로, 성자께서는 분명히 하늘나라에 있었지만 기꺼이 이 땅 가운데 오셔서 아람어를 사용하시고 유대인이 되셨다”라며 “자신의 고향을 떠나 (이 땅에서) 33년을 살고, 또 헤롯 왕으로부터 피신해 살아가신 난민이셨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한 가지 더 있다면 다양성과 연합성(unity and diversity)”이라며 “성부, 성자, 성령은 다른 분 같지만 철저하게 연합되어 계신다. 그래서 삼위일체 안으로 들어가 보면 다양성이 있고, 이 다양성 안에 연합성(oneness)이 있어, 이 세 가지를 결합하면 삼위일체 하나님 그분은 선교적 디아스포라 공동체인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양성과 연합성은 다르지만, 철저하게 연합된다. 연합성 안의 다양성, 다양성 안의 연합성(unity in diversity, diversity in unity)이 있다”고 덧붙였다.
안성호 교수는 “따라서 우리가 하는 모든 선교와 디아스포라, 교회 공동체는 바로 삼위일체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을 알 수 있다”며 “삼위일체 하나님은 어디에서든지 스스로 선교(mission)를 행하시지만,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하게 하고 그 기쁨을 우리와 나누기 위해 놀라운 특권인 선교들(missions)을 우리에게 맡기셨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선교를 행하는 자가 아니라, 단지 참여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어떤 선교를 이루어나가시느냐가 훨씬 중요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 작은 선교를 통해 하나님의 큰 선교(God’s Mission, Missio Dei)에 동역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란에서의 무슬림 사역 경험을 전했다. “이란에서 비거주 사역을 할 때 이를 악물고 무슬림을 위해 어떻게 사역할 것인가를 생각했지만, 이미 그 안에서 일하시고 이란에 지하교회를 놀랍게 세워나가시는 선교의 하나님을 목도할 수 있었다”라며 “단지 저는 선교에 참여할 뿐이지 제가 선교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안성호 교수는 또한 “선교는 무엇을 하는 것(doing) 이전에 보냄을 받은 것을 인지하는 것(being sent), 곧 나의 정체성을 아는 것”이라며 “선교사는 내가 보냄을 받은 것을 아는 사람(a sent one)이다. 그러면 교회는 보냄을 받은 사람들의 모임(a sent people group)으로, 이 선교사들의 공동체가 바로 교회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날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에 우리를 보내시겠다고 약속(요 20:21)하신 점을 언급하며, 파송(Sending)과 파종(Scattering, Diaspora)의 두 개념도 소개했다. 안 교수는 “파송은 자발적, 의도적, 의지적인 것이고, 파종은 비자발적, 비의도적, 우연히, 어쩔 수 없이 비인지적으로 오게 된 것”이라며 “그래서 파송은 보냄을 받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파종은 처음에는 (보냄 받음을)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체성이 생긴다. 은유적 표현으로 하나님은 ‘가시적인 오른손’으로 사람들을 파송으로 보내시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왼손’으로는 파종으로 사람들을 보내신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내가 있는 자리가 (하나님이) 나를 파종시킨 자리라는 것을 안다면, 바로 내가 있는 모든 자리가 선교지이다. 그리스도를 아는 자가 선교사이며, 그리스도가 없는 곳이 선교지인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선교적 교회는 (선교사) 파송을 많이 하는 교회도 맞지만, 진정한 선교적 교회는 모든 성도에게 파종(보냄) 받은 선교적 정체성을 깨워주는 리소스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