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명령, 십계명도 종교적 측면만 다룬 것은 아니야
국가변혁 위해 사회문화의 주요 일곱 영역 바뀌어야
일곱 영역마다 일꾼 제자화하고 전략적 연합 필요

“단순한 기독교 인구의 증가와 대형교회의 대두, 그리고 소위 양적 ‘부흥’만으로 국가변혁이 가능했던 예는 역사상 없었다. 전 세계 2천 년 교회사를 철저히 연구한 결과, 양적 증가와 더불어, 의도적인 전략을 가지고 지도자 팀을 네트워크화하여 훈련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 문화 기관들에 배치할 때 비로소 기독교가 한 국가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여 년간 5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을 발굴하고 코칭하며 이들을 네트워킹하는 일을 해 온 마크 빌라일즈(Mark A. Beliles) 박사의 저서 ‘국가변혁’(National Transformation)은 서론의 첫 부분부터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최근 한글 번역본(역자 허종학 선교사) 출간에 앞서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 나라를 제자화하기 위해서는 △교회 △가정 △교육 △예술·미디어·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건강과 과학 △정부 등 7가지 문화 영역의 변혁을 교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열 차례 정도 방한한 그는 지난달 중순 새한반도센터(이사장 황덕영 목사)가 주관한 초청 좌담회에서 열방을 복음화하기 위한 교회의 전략을 소개했다. 통역은 이영길 새한반도센터 공동대표가 담당했다.

마크 빌라일즈 박사(오른쪽)가 지난달 중순 새한반도센터 주관 초청 좌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영길 새한반도센터 공동대표(왼쪽)는 통역을 담당했다.
▲마크 빌라일즈 박사(오른쪽)가 지난달 중순 새한반도센터 주관 초청 좌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영길 새한반도센터 공동대표(왼쪽)는 통역을 담당했다. ⓒ이지희 기자
빌라일즈 박사는 세계변혁네트워크와 미국변혁컴퍼니 회장이자 프로비던스재단과 산하 성경적세계관대학교 설립자이다. 또한 버지니아주 샬롯빌 그레이스커버넌트교회 설립자이자 목사다. 50여 개국의 의회와 고위급 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신앙과 자유를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진행해 온 그는 저명한 강연가이자 문화 리더십 코칭 전문가, 역사가이자 교육자 등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빌라일즈 박사는 이날 먼저 그리스도인이 이해해야 하는 세계선교에 대한 개인적인 관점을 소개했다. 기독교 사상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저는 교회에 대해 전형적으로 목사님들이 생각하는 관점과 약간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며 “전공 분야이기 때문에 지난 2천 년 동안 기독교사를 살펴보게 되었고, 역사 속에서 기독교적인 것, 특히 교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역사적으로 그 당시 교회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어떻게 인식했으며, 그 교회가 그 시대에 사명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행동했는가에 관심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입으로 ‘교회’라는 말이 나온 것은 딱 두 번이다. 보통은 ‘하나님의 나라’라는 표현을 많이 쓰셨는데, 마태복음 16장에 교회라는 용어가 나온다”라며 “우리 시대에 교회를 생각할 때 보통 종교적 모임을 흔히 생각하는데, 물론 그런 측면이 있다. 또 저 자신이 그런 개념으로 사역했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는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빌라일즈 박사는 “예수님이 교회를 말씀하실 때 사용된 단어가 ‘에클레시아’인데, 그 당시 사람들이 이 말을 들을 때 그 의미는 공적인 의제를 다루기 위한 의회 같은 것을 말했다. 그래서 그 의미는 종교적인 함의라기보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였다”며 “그런데 현대 교회에서는 그 의미가 변형되어 보통 교회를 말할 때 지금 살고 있는 지역사회나 국가의 문제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모임은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빌라일즈 박사는 또 예수님이 승천하시기 전에 말씀하신 지상명령에 대해 “우리는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받게 하여 교회로 데려오는 것의 두 개의 의미로 이해하는데, 이는 종교적으로 그 말씀을 이해할 때의 전형적인 측면”이라고 말하고 “그런데 다른 초점도 있다. 그것은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는 열방으로 가서 국가와 민족을 제자화하라는 의미도 있다. 우리가 개인의 영혼을 구원하는 의미보다 국가 전체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모습으로 세운다는 의미가 그 구절에는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빌라일즈 박사는 “그래서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이니이까’라고 묻었을 때 제자들의 생각을 바꾼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수님이 하신 말씀 속에 나온다”라며 “그 당시 제자들은 한 국가,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국가를 염두에 두고 예수님께 물었지만, 예수님은 모든 국가, 모든 열방이 하나님 안에서 세워질 것에 대해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마크 빌라일즈 박사의 국가변혁 책표지
빌라일즈 박사는 이날 국가를 바꾸기 위한 핵심적인 영역으로 △교회 △가정 △교육 △예술·미디어·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건강과 과학 △정부 등 일곱 가지 영역을 소개하고 “제도로서의 교회는 이 영역 중 하나로, 국가 전체를 바꾸려면 교회만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초대교회 교부들을 살펴보면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 당시 교회의 사명은 교회 안에 있는 교인들을 어떻게 훈련해 낼 것인가에만 머무는 게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역들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성경적인 이해를 갖고 그 영역에서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 사람들을 훈련한다는 것은 교회의 교인들이 각 영역으로 퍼져나가 그 영역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제 생애 속에서 상당 부분을 이 부분에 대해 저술하고 교육하는 일을 해 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빌라일즈 박사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십계명을 주실 때 종교적인 측면에서만 말씀하시지 않았다”라며 “물론 이 의미를 오해하시면 안 되는데, 십계명이 성직자들만 대상으로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모세로 하여금 그 백성의 장로들, 지도자들을 의회로 모이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정부 지도자들에 대한 말”이라며 “언약서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에게 주신 계약 체계로, 십계명은 서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서문을 바탕으로 다른 법령체계가 나왔다. 당시 이스라엘 환경 속에서 주신 것이기 때문에 근대사회에서 달라진 환경 속에서 문자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떤 국가든지 이 열 가지 원리에 기초했을 때 번영의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십계명 중 첫 번째 4개는 문화적 근간에 대해 말하고, 나머지 6개는 법률적, 정무적인 규칙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도자들에게 말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 계명은 약속까지 주셨는데, 정부가 가정을 귀하게 여기는 공공정책을 행사하면, 국가가 잘되고 번영하며 왕성하고 우세하게 된다는 번영의 원리도 가르친다”고 덧붙였다. 빌라일즈 박사는 “그 나머지는 생명, 번영, 결혼, 정의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이를 천부적 인권이라고 말한다”라며 “다른 규칙이 위반되지 않는 한 개인의 주권과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빌라일즈 박사는 성경에 나오는 선지자들 역시 출신 성분이 다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약의 역사에서 하나님이 율법을 주신 후 선지자들을 일으키시는데, 그들의 성분이 다 목회자가 아니라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고, 그들의 관점이 사회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그들의 역할은 국가가 잘못된 길을 갈 때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기능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성전이 아니라 광장에서 활동했는데, 저는 우리 식으로 선지자들을 사회적 전략가로 이해했다. 그들은 개인적 신앙이라기보다 사회적 기능으로 이해했고, 국가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하거나, 올바른 길로 가지 않으면 돌아올 수 있도록 기능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초대교회가 시작될 때 교회가 성장하면서 안디옥교회에도 목회자와 선지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여기서 선지자도 구약 시대 선지자와 굳이 다르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 당시 초대교회는 선지자가 있었는데, 그들의 역할은 개인 영혼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에 대한 것이었다.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전략을 제시하는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전 세계를 다니며 지도자들을 교육할 때 초대교회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목사님들과 전문가들이 원래 초대교회가 했던 것 같은 기능을 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빌라일즈 박사는 일곱 가지 영역 중 오늘날 가장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영역으로 ‘가정’을 꼽았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는 전선이 흩어져 있었는데, 연합군은 전략적으로 한 지점을 공략해 돌파가 일어나게 한다는 작전을 수행했다”며 “전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지금 사회적으로, 교회적으로도 가장 심각하게 도전받고 공격받는 영역이 ‘가정’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빌라일즈 박사(앞줄 왼쪽)와 그의 저서 ‘국가번역’을 한글로 옮긴 허종학 선교사(오른쪽)가 교제하고 있다.
▲빌라일즈 박사(앞줄 왼쪽)와 그의 저서 ‘국가번역’을 한글로 옮긴 허종학 선교사(오른쪽)가 교제하고 있다. ⓒ허종학 선교사
마지막으로 빌라일즈 박사는 “전 세계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고, 이 시대 하나님이 일으키시는 현상들을 보며 교회가 이와 같은 종합적인 기능에 대한 균형을 맞춘 새로운 지도력이 나오는 것을 본다”며 “전문가들과 목사님들 그룹이 연합하면서 사회 변혁을 이끄는 현상들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국가가 바뀌는 일은 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략적으로 연합하고, 같이 일해야 한다. 좋은 소식은 지금 이런 일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목사들과 사회에 영향력 있는 정치, 금융, 교육 등 지도자들이 모여 소속 국가에서 진정한 자유와 정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획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는 정당과 이념적으로 갇힐 수 없다”며 “하나님의 영역이 보편적, 초월적 가치이기 때문으로,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만나 대화할 환경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변혁’의 번역자로 섬긴 허종학 선교사(할렐루야교회 장로)는 성균관대 경제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산업은행, 새한종합금융을 거쳐 ㈜이롬 CFO, ㈔국제사랑의봉사단 한국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세계변혁운동 2033 사무총장과 변혁한국 사무총장, 4/14윈도우한국연합 상임대표, 원호프(OneHope) 한국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허 선교사는 “이 책은 민족과 열방의 성경적 국가경영이 어떠해야 하는지 신구약 성경, 서구의 역사, 미국의 건국 및 발전 과정에서 얻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전해주고 있다”며 “교회가 사회 문화의 주요 일곱 영역의 일꾼들을 양성하고 제자화하여 각 영역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곧 국가변혁이며 민족과 국가의 제자화의 길이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허 선교사는 “이는 선교위임명령이 가진 의미, 곧 개인적 구원(세례)과 주님의 가르침을 민족이 지키게 하는 것(국가변혁) 중 후자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나누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