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이유로 사상 통제 강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도 같은 이유
결국 성경책 포함 기독교 물품과 신앙 활동도 법령의 주요 표적으로 확인
방역·봉쇄 완화해도 사회 통제 여전, 한반도 군사적 긴장도 내부 통제에 활용
전 세계 박해받는 교회를 섬기는 국제선교단체인 오픈도어가 18일 발표한 2023년 세계 기독교 박해지수 ‘월드와치리스트’(WWL, World Watch List)에서 1년 만에 북한을 다시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가로 선정했다.
작년 박해지수 1위를 차지한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 집권 직후 집집이 다니며 기독교인들을 찾아내 처형하는 등 폭력지수가 일시적으로 급격히 높아졌지만, 현재는 기독교인들을 표적으로 삼기보다 국가 기능 유지에 필사적인 상황이라 박해지수는 작년 98점에서 올해 84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탈레반의 탄압으로 이미 많은 기독교인이 목숨을 잃고 대부분 기독교인은 고국을 떠나 난민이 되는가 하면, 극소수의 남은 기독교인은 깊이 숨어들어 지하에서 비밀리에 신앙생활을 하게 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북한은 지난 1년간 기독교 박해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부터 2021년까지 20년 연속 박해지수 1위였던 북한은 2022년에는 박해지수 96점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밀려 2위를 차지했으나, 2023년에는 박해지수가 2점 더 올라 98점으로 다시 1위가 되었다.
18일 2023 WWL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기독교 박해 동향과 WWL 2023’에 대해 발표한 한국오픈도어 북한선교연구소는 “순위 변동이 박해 상황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을 포함한 각국의 코로나 봉쇄로 인해 일시적으로 박해 사건 사례 수집의 어려움을 겪었을 뿐, 코로나 기간 북한의 기독교 박해는 완화되거나 감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2022년 한 해 북한 당국의 강화된 사회 통제가 여전했고, 이는 지속적인 기독교 박해 심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북한선교연구소는 북한의 코로나 상황에 대해 “작년 초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드는 시점에 맞춰 외부와의 교역을 일부 재개했다”며 “그러나 북한 내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북한 당국도 5월 코로나 발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그에 따른 국경봉쇄 강화와 국내에서의 봉쇄조치(lockdown)가 한층 강화됐다”고 밝혔다.
북한선교연구소는 북한의 코로나 정책이 방역 목적만이 아닌, 정권 안정과 사상 통제를 위해 더욱 강력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았다. “북한은 2022년 한해 코로나 방역을 위한 통제를 강도 높게 시행하였는데, 이러한 불가피한 통제 강화를 단순한 방역 목적을 위해서만이 아닌, 외부 사조를 걸러내고 사상적 순수성과 정권의 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당국의 사상 통제 강화 기조는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서도 나타난다. 북한선교연구소는 “2020년 12월 열린 제14기 제12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이 법은 외부에서 유입된 영상이나 책자 등의 유입, 소지 및 배포는 물론이고 남한풍의 행동이나 어투까지도 단속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특히 이 법을 어겨 처벌을 받을 시 기존 북한 형법에 언급된 형량에 비해 1~2단계 높은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되며 정치범 수용소 수감은 물론이고 사형까지 구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해당 법의 제정에서 멈추지 않고 후속 조치들을 하고 있는데, 2021년 2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단속 연합지휘부’를 조직하고, 2021년 6월에는 이 조직을 ‘82연합지휘부’로 상설화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 2021년 9월에는 ‘청년교양보장법’을 추가로 제정했다. 조선중앙TV는 청년교양보장법에 대해 총 5장·45개 조문으로 이뤄져 있으며, 청년들의 사회주의 생활양식 확립을 위한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관련 위법행위를 했을 때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조항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선교연구소는 “실제 단속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며 “㈔통일미디어에서 2022년 6~8월 동안 북한 내 주민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80%가 넘는 42명의 응답자가 코로나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외부의 정보를 접하는 게 더 위험해진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7명은 실제로 해당 법 위반으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사례를 접했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일보가 최근 입수한, 북한이 교육, 선전용으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수도에서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강도 높이 벌려 나가자’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평양에서 야간 순찰 활동을 포함한 대대적인 단속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 구역에서는 1천여 명의 주민과 학생들이 자백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선교연구소는 “북한은 코로나 방역을 위한 봉쇄는 완화하고 있지만, 사회 통제는 여전히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도 북한의 내부통제 강화에 활용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악화된 주민들의 경제 상황과 코로나 대확산을 겪으면서 주민을 힘겹게 만든 부족한 의약품 및 보건 인프라 문제는 코로나 상황 이후에도 여전히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지하교회 성도들도 코로나 방역수칙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른 여러 소탕작전과 단속으로 평소보다 더 가혹한 위협과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게 됐다. 북한선교연구소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북한 내에서 성경책이나 예수 영화 등 기독 미디어 시청 및 공유 등으로 인해 처형당한 사례들, 그리고 지하교회의 비밀 예배 모임이 발각되어 공격받은 비극적인 사건 사고의 소식들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특히 코로나 기간 북한의 삼엄한 통제와 정보 흐름의 차단 상황을 고려할 때 확인되지 않은 박해 사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북한선교연구소는 “다행히 해외 선교 환경의 개선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비록 북한의 뒤늦은 코로나 확산으로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었고,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예상보다 더욱 긴 코로나 통제 상황을 겪었지만, 2023년을 맞는 현시점에는 관련 정책 변화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국가적인 코로나 확산으로 그로 인한 홍역을 치르기는 했지만, 이제 방역에 대한 우려를 덜고 대외 교역 재개와 경제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도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제로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는 기존 방침 이후 ‘백지 시위’ 등 국내 민심의 악화에 따라 정책을 바꾸기 시작했고, 예상보다 더 빠르게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북한선교연구소는 “북한 선교의 장애물로 손꼽히던 많은 것이 개선되고 코로나 이전 수준의 회복은 아니지만 점차 길이 열리고 있다”며 “코로나 기간 통일과 북한선교 관련 활동을 했던 여러 기관과 교회가 사역을 중단하거나 철수했는데, 새해에는 북한 선교가 다시금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심과 기도가 요청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잔혹한 기독교 박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박해 중단을 위한 노력, 그리고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을 위한 한국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 형제자매들의 기도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국오픈도어는 앞으로도 북한의 기독교 박해 정책 폐기 및 신앙의 자유 보장, 박해 피해 성도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벌 중단, 숨어있는 지하교회 성도들의 안전 및 신변 보장 등 북한의 기독교 박해 중단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며 “또한 극심한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고 있는 성도들의 영육 간의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계속해서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