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기독교 박해지수 발표… 北, 다시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 ‘오명’

한국오픈도어-KWMA, 2023 WWL 기자간담회 개최
월드와치리스트 30주년 발표회로 진행… 박해 동향은?

2023년 국제선교단체인 오픈도어가 선정한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의 오명은 다시 북한에게 돌아갔다.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작년 북한을 제치고 기독교 박해지수 1위를 기록했던 아프가니스탄은 올해 9위로 하락했다. 북한은 2002년 이래 작년 한 해를 제외하고 21년간 박해지수 1위를 차지했으며, 올해는 작년보다 박해지수가 2점 올라간 역대 최고치(98점)를 기록했다.

한국오픈도어와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18일 서울 노량진 KWMA 세미나실에서 오픈도어-KWMA 2023 월드와치리스트(WWL, World Watch List) 기자간담회를 공동 주최하고, 2023년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9월 30일까지 진행됐다.

올해 세계 10대 박해국은 1위 북한(98점), 2위 소말리아(92점), 3위 예멘(89점), 4위 에리트레아(89점), 5위 리비아(88점), 6위 나이지리아(88점), 7위 파키스탄(86점), 8위 이란(86점), 9위 아프가니스탄(84점), 10위 수단(83점)이었다.

한국오픈도어 사무총장 김경복 선교사는 이날 “(조사 기간) 전 세계 3억 6천만 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신앙으로 인해 최소 ‘높은’ 수준의 박해와 차별을 받고 있었다”라며 “상위 50위 안에서만 봐도 현재 3억 1,200만 명의 기독교인이 ‘매우 높은’ 또는 ‘극심한’ 수준의 박해를 당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이는 전 세계 기독교인 7명 중 1명은 박해 국가에 살면서 최소 ‘높은’ 수준의 박해 또는 차별을 받는 것을 의미하며, 아프리카 기독교인은 5명 중 1명, 아시아 기독교인은 5명 중 2명, 라틴아메리카 기독교인은 1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밝혔다.

여기서 박해가 높은 경우는 노란색(41~60점, 21개국), 박해가 매우 높은 경우는 주황색(61~80점, 44개국), 박해가 극심한 경우는 빨간색(81~100점, 11개국)으로 표시되는데, 박해가 ‘매우 높은’ 경우는 신앙으로 인해 국지적, 지엽적, 공동체적으로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경험하거나 공동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을 뜻하며, 박해가 ‘극심한’ 경우는 국가적으로 예수를 믿는 것이 드러나면 생명 유지가 힘든 곳을 의미한다.

특히 1992년 조사를 시작하여 1993년 WWL가 처음 발표된 이래 지난 30년간 박해국가는 계속 증가해 왔다. 1992년에는 40개국이 높은 또는 극심한 수준의 박해를 당했다면, 2023년에는 이러한 박해 국가가 76개국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2023년 1위 북한과 2022년 1위 아프가니스탄의 박해 동향

작년 기독교 박해지수 2위를 기록한 북한이 다시 1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 김 선교사는 “작년 북한 상황이 호전된 것이 아니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일시적으로 폭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아프가니스탄의 박해지수는 작년 98점이었는데, 올해 크게 하락해 84점으로 9위가 되었다. 반면 북한은 작년 박해지수가 96점에서 2점이 올라 올해 98점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해지수 1점의 의미는 수집되는 데이터양이 엄청나게 많아진 것이고, 현장에서 피부로 굉장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을 말한다. 모든 데이터를 다 수집하고 알아낼 수는 없지만 징조와 흐름을 보면서 확인 된 부분만 보수적인 수치로 추적해낸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2020년 12월 북한 내에서 성경을 포함한 외국의 모든 영상, 출판물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되고, 2021년 9월 청년들의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청년교양보장법’이 제정됐다. 이후 성경책을 소지하거나 예수 영화를 시청한 이유로 처형당하고, 지하교회의 비밀 예배 모임이 발각되는 등 박해가 심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탈북자 티모시 조(Timothy Cho)는 “기독교인들은 항상 정권 공격의 최전선에 있었다”라며 “그들의 목표는 나라의 모든 기독교인을 전멸시키는 것인데, 북한에는 단 하나의 신인 김씨 일가만 있을 수 있다”고 전해왔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들은 처음에 집집이 다니며 많은 기독교인을 찾아내 처형했는데, 이 때문에 많은 기독교인은 깊이 숨거나 해외로 피신해야 했다. 그러나 2022년 탈레반은 남아있는 소수의 기독교인을 뿌리 뽑는 것보다 전 정권과 연관된 이들을 근절하는 데 집중을 강화했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는 박해 사례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웃 나라로 피신한 많은 기독교 난민의 삶은 아직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기독교인 난민 자비(Zabi)는 “저희 상황은 절박하다. 저의 어머니와 저는 간신히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왔는데, 이곳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며 “숨지 않으면 아프가니스탄으로 다시 추방당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저는 죽임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 기능 유지에 필사적인 탈레반은 해외의 의사, 기술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기를 열망하고 있는데, 그들의 종교는 엄격하게 감시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도 올해 박해지수에 반영됐다.

오픈도어가 기독교 박해지수와 함께 조사한 폭력 통계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전년도보다 수치가 감소한 반면 납치된 기독교인은 크게 증가했다. 기독교인에 대한 납치 사례는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조사 기간 신앙을 이유로 살해된 기독교인은 5,621명으로 전년(5,898명)보다 약간 감소했다. 공격받은 교회 및 기독교 관련 건물도 2,110건으로 전년(5,110건)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는 중국이 2021 WWL에서 3,800개 교회, 2022 WWL에서 3,000개 교회를 이미 폐쇄한 뒤 동일한 사례가 크게 감소한 이유가 크고,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에서도 교회 공격 사례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앙 때문에 구금된 기독교인은 3,154건으로 전년(4,765건)보다 감소했으며, 신앙 때문에 선고받은 기독교인도 1,388건으로 전년(1,410건)보다 약간 감소했다.

하지만 신앙과 관련해 납치된 기독교인의 총 수는 5,259건으로, 전년(3,829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김경복 선교사는 “기독교인 납치 사례 중 거의 90%가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했다”며 “무슬림 극단 단체에 의해 교회가 집중 타깃이 되면서 폭행, 살인, 방화도 일어나지만 기독교인 여성과 남성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거나 성노예로 매매하는 일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독교인이 신앙과 관련된 이유로 강간 또는 기타 성희롱을 당한 사례는 트라우마 문제와 문화적 금기 때문에 조사가 어려웠는데도 불구하고 2,126건이나 파악됐다.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강제 결혼 사례도 717건이나 보고됐다.

신앙을 이유로 신체적 또는 구타 및 살해 위협을 포함한 정신적 학대를 당한 사례는 29,411건, 기독교인의 집이나 기타 재산(상점 제외)이 공격당한 기록은 4,547건, 공격당한 기독교인의 상점이나 사업체의 사례는 2,210건이었다.

폭력과 압력에 의해 강제로 집과 지역사회를 떠나거나 국내에 은신해야 하는 개종자나 기독교인의 기록은 124,310건이었고, 신앙과 관련한 박해 때문에 고국을 떠나야 한 기독교인의 기록은 14,997건이었다.

◇2023년 지역별 박해 동향…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중국과 권위주의 국가, 중동

김경복 선교사는 올해 박해 보고서 중 특이점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지하디스트 운동 확산에 따른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 증가와 중국의 디지털 박해와 중국의 기독교 억압 모델의 확산, 중동에서의 지속된 압박과 중동교회 축소 현상을 꼽았다.

①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는 추세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26개국에서는 폭력 총점이 8% 증가했다. 난민이 된 기독교인들도 쉽게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또 보코하람, ISWAP, 풀라니 등 무장 세력이 기독교 공동체를 급습하는 일이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김 선교사는 지하디스트가 아프리카의 가장 강력한 기독교 국가인 나이지리아를 공략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 선교사는 “나이지리아는 기독교 인구가 48.4%, 이슬람 인구가 48.3%로 0.1% 차이”라며 “기독교가 부흥했고 전통적으로 교회가 강한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이 지하디스트에 의해 무차별적 폭력을 당하고 있다”라며 나이지리아 성도와 교회를 향한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또, 나이지리아 주변국도 역시 지하디스트가 확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르키나파소(23위)는 지하디스트 활동의 확대로 많은 교회와 기독교 학교가 강제 폐쇄됐으며, 말리(17위)는 쿠데타가 반복되면서 지하디스트가 국가 지역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주변국이 아닌 아프리카 대륙 동남부에 위치한 모잠비크(32위)의 경우도 지하디스트의 직접적 공격을 받고 있다. 김 선교사는 “모잠비크 일부 도시와 마을이 지하디스트의 점령으로부터 회복되었지만 남은 지역에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사하라 북부와 이남에 걸쳐 있는 지하디스트들의 활동 범위가 아프리카 전체로 남하하는 과정에 모잠비크가 심각한 문제로 계속 대두되고 있다. 아프리카 연합군이 지하디스트 작전을 펼치는 데도 불구하고 지하디스트 활동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②중국과 권위주의 국가 모델=중국(16위)에서는 보편적으로 인정된 전통적 개념의 인권을 생존, 발달, 안보와 같은 더 주관적 권리로 재정립하는 국제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스리랑카(52위), 미얀마(14위), 말레이시아(43위) 등 몇몇 중앙아시아 국가와 러시아(62위), 인도(10위)도 이를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집권당을 지지하지 않고 새로운 권리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이는 기독교 소수자들은 평화 방해자,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힐 수 있고, 체포, 교회 철거, 교회 등록 취소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김경복 선교사는 특히 중국의 디지털 감시 기술의 확산과 더불어 이슈가 되고 있는 ‘디지털 박해’를 주목할 것을 요청했다. 중국에서는 2022년 3월 교회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새로운 법률이 시행돼 1억 명에 가까운 기독교인들의 자유를 더 억압했다. 베이징은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 단체에 대한 통제를 단계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 더 많은 검열, 허위 정보, 지나친 감시를 시행했다.

또 코로나19에서 도입된 추적 애플리케이션과 수집된 데이터가 재사용됐고, 중국과 러시아는 그들의 거래가 초래할 영향을 눈감아 줄 몇몇 서방 기업과 필요한 기술을 기꺼이 수출할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김경복 선교사는 “모바일과 네트워크를 벗어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에 중국의 IT 기술은 13억 인구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고, 사상적 배경을 포함한 신용평가를 하고 있다”며 “중국이 IT 기술로 사상을 통제하고 교회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미 사용해 왔는데, 중앙아시아의 권위주의 국가나 러시아, 인도까지 교회에 이 수단을 적용될 때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③중동=중동에서는 지속된 압박으로 교회가 상당히 약해진 상황이다. 김 선교사는 “시리아(12위)는 더 많은 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튀니지(36위)는 독재 정치, 아랍에미리트(54위)는 모바일 장치를 통한 감시 강화, 사우디아라비아(13위)는 기독교인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며, 알제리아(19위)는 기독교인과 기독교 지도자를 모두 기소하고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기독교 박해지수가 2점 이상 악화된 국가는 수단(10위), 시리아(12위), 말리(17위), 알제리(19위), 콜롬비아(22위), 부르키나파소(23위), 중앙아프리카공화국(24위), 쿠바(27위), 니제르(28위), 모잠비크(32위), 코모로(42위), 말레이시아(43위), 니카라과(50위)였다.

반면 2점 이상 호전된 국가들도 있었는데, 이라크(18위), 리비아(5위), 이집트(35위), 카타르(34위), 아프가니스탄(9위)이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는 KWMA 대외협력 실장 전신근 목사의 사회로 KWMA 사무총장 강대흥 목사의 인사 및 기도, 월드와치리스트 30주년 기념 영상 상영, 오픈도어 사무총장 김경복 목사의 2023 WWL 발표, 북한 영상 ‘스파이’ 상영, 한국오픈도어 북한선교연구소 이다니엘 간사의 북한 박해 동향 발표, 질의응답, 한국오픈도어 이사 최홍규 목사의 인사 및 기도 등으로 진행됐다.

KWMA 사무총장 강대흥 목사는 “오픈도어의 핵심 가치는 핍박 가운데 있는 현지인들과 현지 교회가 주체가 되는 선교”라며 “비서구 교회와 더불어 선교사역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선 한국선교가 현지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현지인 중심의 복음화 사역을 위한 협력에 동기 부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간사는 북한의 박해 동향에 대해 “북한의 순위 변동은 박해 상황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봉쇄로 일시적으로 박해 사건 사례 수집의 어려움을 겪었을 뿐, 코로나 기간 북한의 기독교 박해는 완화되거나 감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오픈도어는 앞으로도 북한의 기독교 박해 정책 폐기 및 신앙의 자유 보장, 박해 피해 성도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벌 중단, 숨어있는 지하교회 성도들의 안전 및 신변 보장 등 북한의 기독교 박해 중단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특별히 2003년 WWL가 처음 발표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김경복 목사는 “30주년이 굉장히 뜻깊다. 특히 코로나라는 과정이 없었다면 WWL로 메시지를 던질 때 많은 분들이 결이 맞지 않아 수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2~3년간 코로나를 거치면서 한국교회의 태도나 관점 등 많은 것이 바뀌는 과정에서 오픈도어 WWL이 한국교회에 전지는 의미가 굉장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픈도어는 WWL이 오픈도어의 사역을 일구어왔다고 이야기 한다. 오픈도어가 WWL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오픈도어도 마찬가지로 국지적인 선교단체로 끝났을 것”이라며 “그런데 전 세계에 우리가 섬기는 박해받는 교회가 어디에 있는가를 늘 찾고, 그들이 원하는 필요를 채우는 과정 속에서 사역도 넓어지고, 현재까지 수많은 사역자가 이슬람권, 공산권에서 사역할 수 있었다”고 WWL 30주년의 의미를 소개했다.

한국오픈도어 이사 최홍규 목사는 “기독교에 대한 저항 세력이 점점 더 심화되는 시대에 박해지수 발표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한국교회가 기독교 정체성을 견고히 세우고 박해받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세우는 사명을 깨닫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오픈도어 사역과 박해받는 모든 민족을 위해 한국교회가 기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오픈도어는 이날 2023 WWL을 발표한 동시에 박해 순위 50위 국가의 동향과 기도제목을 정리한 기도 책자를 발간하여 ‘월드와치 50일 기도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도캠페인은 교회적으로는 사순절(오순절)에 맞춰 매일 1개국씩 국가 정보를 확인하시고 기도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기도 소그룹을 조직해 매주 한 번, 한 국가씩 국가 정보를 확인하고 기도할 수 있다. 기도 체크리스트를 한국오픈도어에 보내면 오픈도어 기념품도 선물로 받을 수 있다.(www.opendoors.or.kr, 02-596-3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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