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카자흐스탄 악토베 중앙 광장에서 행진하는 시위대 모습(자료사진)
▲지난 4일 카자흐스탄 악토베 중앙 광장에서 행진하는 시위대 모습(자료사진) ⓒ위키미디어
한국위기관리재단이 7일 혼란에 빠진 카자흐스탄의 현황을 공유하고, 선교단체와 지역교회의 대표, 선교목사, 위기관리 책임자, 멤버케어 담당자 등에게 현지 체류자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 등 협조를 요청했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2일(현지시간) LPG 연료 가격의 급상승과 함께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서남부 망기스타우주(州) 자나오젠과 악타우에서 발생한 이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하면서 5일 내각이 총사퇴하고, 5일부터 18일까지 전역에 2주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요청으로 현재 러시아가 이끄는 옛 소련권 국가들의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가 평화유지군을 투입한 상황이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유혈 시위 사태로 1,000명 이상이 다쳤고, 이 중 400명이 입원하고 60여 명은 중태”라며 “이 가운데 시위대와 군경이 몇 명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고, 숨진 보안요원 중 일부는 참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8일까지 카자흐스탄 내 우리 국민의 피해 사례는 없다면서, “카자흐스탄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재외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과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에는 현재 940여 명의 한국인이 머물고 있으며, 시위가 가장 격렬하게 벌어진 알마티에만 640여 명이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이번 비상사태로 밤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통행금지와 다중 행사 금지, 차량 이동을 포함한 일부 이동 제한, 비상사태 선포지역의 출입 통제, 개인과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 실시, 파업 및 태업 금지, 무기·화약류 판매 금지 및 약품·알코올 유통 통제, 시민 보유 무기와 탄약 압수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카자흐스탄에 체류 중인 분들은 비상사태 기간에 외부 활동 및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하고, 통행금지 시간에는 외출을 삼가해 안전에 철저히 해줄 것을 요청드린다”며 △위험 지역 방문 자제 △외출 시 신변안전 유의 △관할 재외공관과의 긴밀한 연락망 유지에 힘써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카자흐스탄 사역자는 최근 긴급 중보기도를 요청하며 “(시위대와 진압대원들) 양쪽 다 총기로 대결 상태라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걱정”이라며 “한국인들의 안전을 위해, 총성으로 불안해하는 서민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는 연 물가 상승률이 9%에 이르고, 생계형 연료인 LPG 가격이 폭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촉발돼, 불평등과 부패에 대한 단죄를 요구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이번 폭동 사태로 한때 인터넷이 차단되자, 인터넷 기반의 직불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최대 도시 알마티, 수도 누르술탄, 악타우 등의 ATM 기기 앞에는 현금을 찾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7일 대통령이 군에 ‘시위대를 향한 경고 없는 사살’을 명령한 후 알마티에서는 총알로 뒤덮인 시신들이 널려 있고, 계속 총성이 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마티 중심가는 통제되고 군은 대형 검문소 3곳을 설치했으며, 알마티 국제공항은 9일까지 폐쇄됐다.

카자흐스탄은 소련 붕괴 1년 전인 1990년 4월,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취임한 후 2019년까지 30년 가까이 카자흐스탄을 철권 통치했다. 그는 퇴임 후에도 ‘민족 지도자’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