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진 어깨 ‘위로’, 숙인 고개 ‘위로’ 들어 서로 눈과 마음 맞추길
공감은 상대의 생각에 더하기·빼기·곱하기·나누기 하지 않는 것문제 보는 시각 조금만 바꿔도 ‘걸림돌’이 ‘디딤돌’ 될 수 있어
생각과 느낌을 글로 옮기다 보면 복잡하고 문제도 한층 나아져자신의 타고난 기질 알고 서로의 기질 알면 마음의 쿠션 생겨
교회는 신앙이 어리고 연약한 영혼 위해 더 세심한 관심 가져야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감염병에 의한 직접적인 신체적 고통보다 일상을 뒤덮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 사회·경제적 타격, 생활 패턴 변화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신체 활동 부족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내년 1월 3일까지 ‘수도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전국 5명 이상 식당 모임 금지’ 등 정부의 강화된 특별방역 대책이 시행되면, 불안과 우울, 무력감, 분노 등을 호소하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지도 모른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이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을까.
강 소장은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돌아보고, 자기 돌봄을 하기 위해서는 휴대폰을 항상 충전하듯 지친 나를 위한 ‘나만의 충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장 가까운 가족 구성원 간에 불만과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정을 이끌고 자녀를 돌봐야 할 부모가 먼저 몸과 마음의 챙김이 필요해요. 행복한 부부가 행복한 부모가 되고, 행복한 자녀로 키울 수 있거든요. ‘위로’는 마음을 알아주는 공감입니다. 처진 어깨를 ‘위로’, 숙인 고개를 ‘위로’ 들어 서로의 눈을 맞추고 마음을 맞추게 해줍니다. 공감은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고요.” 강 소장과의 인터뷰는 최근 가양동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진행됐다.
ㅡ몸과 정신의 건강이 정말로 중요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자의 ‘사람 인’(人)을 살펴보면 서로 지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람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코로나19 감염병으로 비자발적이고 빠르게 지금 같은 언택트 시대를 맞았습니다. 잠시 스쳐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던 낯선 일상도 코로나 장기화로 익숙해지려 하고, 그만큼 공포와 긴장감으로 몸과 마음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나타나는 몸과 마음의 여러 현상을 ‘코로나 블루’라고 합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우울감을 말합니다. 이런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갑작스럽게 하루 종일 집에서 가족과 지내면서 부정적 감정을 서로에게 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마저 더해지면서 가족 간 감정의 불꽃이 여기저기 튀는 상황을 많이 접합니다.”
ㅡ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각국에서 코로나 이혼이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주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올해 1월 코로나19 소식을 듣고서, 제가 접한 코로나 관련 첫 기사가 프랑스에서 가정 폭력 신고가 증가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매우 놀랐습니다. 그동안 많은 가족 구성원이 각자 생활 공간에서 그곳의 구성원들과 지내다가 저녁에 잠시 가족을 만났고, 대화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19로 갑자기 긴 시간을 한 공간에 있어야만 하니 서로 못 보던 모습을, 그리고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집에서 가족과 있는 것이 어색하고 힘겨워집니다. 외출할 수도 없고,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날 수도 없습니다. 부모들 눈엔 ‘포노사피엔스’ 세대인 자녀들이 스마트폰과 하나 되어 지내는 모습이 마뜩잖습니다. 평소 많은 대화를 나눈 가족은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은 그 어색함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쉽습니다.
집이 회사와 학교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집이 홈오피스와 홈스쿨링 환경으로 적합하지 않고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재택근무로 출퇴근 시간 낭비를 줄여주고, 복장의 자유로움을 주지만 근무 시간이 애매하고 가사와의 경계도 구분 짓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로 낯선 일상과 환경의 변화, 거기에 직장이나 사업에 큰 재정적 어려움으로 사람들이 예민해지고 몸과 마음이 지치면서 자연스럽게 갈등도 높아지고, 폭력성이 높아지면서 이혼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혼 사유 중 많은 경우가 ‘성격 차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개인의 마음의 날씨가 장기간 매우 흐리거나 폭풍이 부는 상태에서 성격 차이로 인한 간격이 커지고 이해와 수용이 어려워지면서 나름 살기 위한 힘겨운 이혼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ㅡ‘가정행복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셨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어떻게 지혜롭게 가족 간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우선 내 몸과 마음의 날씨가 맑음이어야 합니다. 자기 돌봄을 위해서는 나만의 충전 방법이 필요하고요. 또 부부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감이란 상대의 생각에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고의 말하기는 ‘경청’이라는 말이 있지요. 말처럼 쉽지 않지만, 부부가 상대의 이야기에 어떤 생각을 더하고 싶더라도 잠시 참고 끝까지 들어주는 노력을 해 보세요. 말하지 않는 것이 어렵다면, 서로 모래시계 혹은 스톱워치로 시간을 정해 두고 그 시간만큼은 무조건 들어주는 방법도 제안하고 싶습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감이 나만 겪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겪고 있음을 안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먼저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와 걸어보세요. 코로나19로 위험할 수 있으니 사람이 적은 곳, 평소 가보지 않던 골목, 동네, 공원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그리고 눈을 하늘로, 옆으로, 땅으로 돌려보세요. 그동안 못 봤던 상점, 나무, 꽃, 건물이 보일 겁니다. 거기에 자연이 주는 소리와 치유의 힘도 받게 될 겁니다. 걸으면 소화 기능이 높아지고, 숙면에도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하잖아요. 감기는 누구나 앓을 수 있습니다. 증상은 다르지만,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증상에 맞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우울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울감이 심한 경우는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빠른 시일에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문가의 도움도 스스로 요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도 용기입니다. 변화를 원한다면 실천 가능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행동으로 옮겨 성취 경험을 조금씩 쌓기 바랍니다. 그러면 자신감이 우울감의 자리를 조금씩 차지하게 될 겁니다.
마크 트웨인은 ‘손에 들고 있는 게 망치뿐이라면 세상 모든 문제가 못으로만 보인다’고 말했어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만 바꾸어도 ‘걸림돌’이었던 문제가 ‘디딤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나’이며, 나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오로지 ‘나’ 뿐입니다. 사람이 누군가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지는 청개구리 심리가 있기에, 변화의 시작은 자신 스스로 느끼고 움직여야 합니다.
또 저는 평소 ‘적자생존’이라 쓰고 ‘적어야 산다’라고 읽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말로 하기 어렵다면 글로 써 보세요. 글은 말보다 속도가 느려서 감정이 조금씩 빠지면서 좀 더 이성적으로 마음을 바라보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 글을 쓰다 보면 복잡하고 우울한 문제가 정리되고, 자신의 생각보다 문제의 크기, 온도, 그리고 무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내 집 마련하기 힘드시지요? 심리적 건강을 위해 SNS에 멋진 내 집을 마련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곳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옮겨 놓으시면 됩니다. 공개하기 싫으시다면 비공개로 하셔도 됩니다.”
ㅡ에니어그램 강의와 상담도 해 오셨습니다. 에니어그램 진단이 가족 문제 해결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사람들이 겪는 많은 고민은 ‘경제적 문제’ ‘인간 관계’ ‘건강’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통해 행복하고 싶지만, ‘데인 관계’로 아파하고 나도 모르게 아픔을 주기도 합니다. 관계의 해법 중 하나가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는 겁니다. 자신의 생각과 신념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상대는 다 틀린 것이 되지요. 그런데 ‘나도 맞고 너도 맞다’라고 하면 모두가 해답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름을 해답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도구 중 하나가 에니어그램입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배우자와 자녀의 행동이 다른 기질의 특징임을 알게 되면 ‘마음의 쿠션’이 생기게 됩니다. 갈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이 내려가면서 이성이 올라오면 이해가 작동하게 됩니다. 갈등은 없애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대상이고, 갈등으로 더 성장하기도 합니다.
먼저 자신이 사람과 상황을 보는 렌즈가 어떤지 알아야 합니다. 내가 빨간색 렌즈를 끼고 보면 상대의 모습과 상관없이 빨간색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내가 무슨 렌즈를 끼고 있는지 아는 것이 우선입니다. 에니어그램으로 자신의 렌즈인 타고난 기질을 알아봄으로써 나를 알고, 타인을 알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입니다.”
ㅡ강 소장님이 하시는 학부모 및 자녀 교육 강의, 마중물리딩클럽 활동은 올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교육을 통해 마중물(펌프 아래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 처음 부어주는 한 바가지의 물) 역할을 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왔는데, 코로나19로 맞이한 언택트 시대는 오프라인 방식의 교육에 직격탄이 되었습니다. 또 코로나 장기화로 그 여파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획되었던 대부분 강의는 연기를 거듭하다가 많은 경우 취소되었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등교도 어려운 상황에서 교내 부모 집합교육을 할 수가 없어 부모 교육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비대면 교육이 있지만, 교육 효과면에서 오프라인 교육의 필요성과 목마름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강의장에서 학습자들을 자유롭게 만나 강의할 수 있음이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였음을 다시금 깨닫고 회개하였습니다. 또한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 맞추어 비대면 교육에 오프라인 교육의 장점을 접목하는 교수법과 스킬의 필요성을 느끼고, 하나하나 익히고 있습니다.
2020년 3기 마중물리딩클럽(마리클)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40~60대의 폭넓은 연령대의 성인 남녀가 한 달에 한 권, 같은 책을 읽고 만나고 있습니다. 독서와 토론으로 세대 차이를 줄이고, 다름과 공감을 배우며 성장하는 독서모임입니다. 구립도서관 강의실을 대관하여 모임을 진행하다가 코로나19로 도서관이 휴관하면서 카페에서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코로나가 심각했던 8월에는 처음으로 모임을 취소했고, 9월은 줌(zoom)을 활용한 비대면 모임으로, 이달 12월도 코로나 3차 재확산으로 비대면 모임으로 열었어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은 소외계층에게 더 크고 아픈 어려움을 안겨줍니다. 사회에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더해집니다. 주님이 늘 하신 말씀처럼 소외된 계층에 더 많은 관심으로 사랑의 종교임을 알리고 전해야 할 기회입니다.
교회는 예배와 교제의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서로 만날 수 없게 된 지금, 신앙이 어리고 연약한 영혼들을 위해 더 많이 기도하고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야 합니다. 그들의 마음을 만져주고 그들에게 귀를 빌려주어야 합니다. 말씀과 기도로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고 지나갈 것이라고만 말하지 말고, 어리고 여린 영혼일수록 손잡을 수 있는 사람의 따듯한 시선과 말, 기댈 수 있는 어깨와 물질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 그들과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영상 통화, 줌, 메시지 등 비대면 방식을 활용해 교제할 수 있습니다. 가난하고 힘겨운 영혼들에 대한 긍휼의 마음을 가지고, 주님의 마음으로 더 많이 덮어주고 안아주어야 할 때입니다. 특별히 이번 성탄은 그런 사랑의 실천을 할 수 있길 원합니다.
1대 다수였던 그동안의 성도 돌봄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친밀하게 1대1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성도님의 기질과 환경을 고려한 돌봄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과의 만남에 거리두기를 하는 에니어그램 ‘머리형(사고형)’의 유형이라면 평소 자주 SNS로 유대감을 형성하고 만남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관계지향적인 ‘가슴형’과 ‘장형(행동형)’이라면 1대1이나 소수의 만남으로 교제하고 돌보면 좋겠습니다. 이런 성도들의 성향은 평소 관심과 관찰로 알 수 있습니다. 성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성도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알 수도 있습니다.”
ㅡ선교 현장에서 코로나로 고생하는 해외 선교사님들이나 선교사 자녀들을 위해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선교가 어려워지는 마지막 때에 코로나19는 선교사님들의 사역과 가정에 이전보다 더 큰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교사의 사명이 하나님이 주신 귀한 사명이기에 전력 질주하실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로서 선택한 사역에 대부분 자녀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선교사로서 사명을 자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자주 이야기해 주는 것을 제안합니다. 또 다른 외모와 언어,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자녀가 겪는 어려움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마음을 다해 공감해 주어야 합니다. 선교사로서 사명만큼 자녀에게 ‘부모’로서의 역할 또한 귀한 사명임을 잊지 않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