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없어요. 전부 부모님이 시킨 거예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부모님은 사역하시니까 뭐든지 내가 알아서 살아야 해요.”
“선교지에서 부모님이 시키시는 일도 많았고, 사역을 도와드려야 했어요.”

선교 현장에 적응하고 대학에서 장학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산 선교사 자녀, 성인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언어와 문화 적응,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선교사 자녀, 의사와 상관없이 사역 현장에 나가야 했던 선교사 자녀(MK, Missionary Kids)들의 목소리다. 이런 MK들에게 내재한 갈등과 문제가 팬데믹 상황을 계기로 우울, 무기력, 공황, 분노, 비현실감 등으로 나타나 사회부적응과 방황, 일탈, 중독 행동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위기관리재단
▲이날 강사들이 나와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한국위기관리재단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한국 MK의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MK 위기관리 세미나’가 24일 대전 고신총회선교센터에서 열렸다. 바울선교회와 한국위기관리재단이 주관하고, 고신총회세계선교회(KPM)가 주최한 이 세미나에는 교단선교부, 선교단체 멤버케어 담당자 및 대표, 선교사 등 총 60여 명이 현장과 온라인 줌으로 동시에 참여했다.

환영사를 전한 KPM 본부장 박영기 선교사는 “단회적 행사로 끝나지 않고 선교현장과의 네트워크가 더 활성화되어 MK 위기관리를 좀 더 발전시켜나갈 것”을 기대했고, 한국위기관리재단 대표 전호중 선교사는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 위기에 노출된 MK 위기관리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위기관리 해결점을 MK 전문가와 함께 고민할 것”을 요청했다.

KPM 멤버케어 원장 이정건 선교사는 “팬데믹 상황에서 선교사님들에게 초점을 맞춘 위기관리 세미나와 지원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곳은 많다”며 “그러나 자신의 선택이 아닌 부모의 선택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선교지에 간 MK는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잘 드러나지 않고 관심을 받지 못한다”며 “이번 기회에 펜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MK를 잘 케어할지 함께 연구하고 도울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선교사는 “교단과 선교단체에서 개별적으로 MK에 초점을 둔 모임은 있었으나, 교파와 단체를 초월한 MK 관련 모임은 처음이라는 데 의의가 크다”며 “다들 MK 멤버케어가 필요하고 절박하다는 것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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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위기관리 세미나 현장 참석자들. ⓒ한국위기관리재단
세미나는 진로와소명연구소 정은진 소장, 브릿지 심리연구소 백은영 소장(아시안미션부설 심리상담), 에이레네카운슬링 유희주 소장(양실회), 바울선교회 멤버케어 팀장 허은영 선교사 등 선교지 경험이 있는 멤버케어 전문가들의 강의와 질의 응답, 그룹토의와 발표 등으로 진행됐다.

정은진 소장은 ‘팬데믹 시대 선교사 가족의 실제 고민들’에 대한 강의에서 선교사 가족의 실제 고민들로 △락다운 스트레스 △미취학, 초등 자녀 양육 △온라인 학습 지도 △10대의 진로지도 및 사춘기로 인한 갈등 △부부갈등 증가를 소개했다. 정 소장은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통로가 거의 막혀 있어 스스로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며 “이로 인해 자녀 훈육관 차이, 가사노동 분배 문제 등도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미취학, 초등 자녀 양육’을 위한 실제적 도움으로는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당면 문제에 대한 전문가 솔루션을 받으며, 소그룹 코칭·미니강의, 액션플랜을 세우고 진행할 것”을 제안했고, ‘온라인 학습 지도’를 위해서는 “부모의 현지 언어 습득과 아이 미래에 대한 부모의 불안부터 줄일 것”을 당부했다. ‘10대의 진로 지도 및 사춘기로 인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진로에 대한 고급정보가 있는 부모, 어른들과의 연대를 통해 MK들이 진로에 대한 실제적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사춘기에 대한 이해, 웨비나 및 소그룹 코칭 방법으로 도울 것”을 제안했다. 정 소장은 “팬데믹 이후 온라인 클래스와 전자책 활용의 문이 넓어졌다”며 “책과 영상 콘텐츠 업데이트를 위한 큐레이션(여러 정보를 수집, 선별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파)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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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위기관리 세미나 온라인 참석자들. ⓒ한국위기관리재단
백은영 소장은 ‘팬데믹 시대의 아동·청소년 MK의 실제적 위기와 돌봄’에서 팬데믹 시대 아동과 청소년 MK가 겪는 실제적 위기로 △상실(일시적 소속감, 친밀감, 또래 관계 상실) △학습의 연속성 중단 △잦은 이동과 관계 갈등 △후원교회와 후원자들의 시선 △심리정서적인 어려움 등을 소개했다. 또한 백 소장은 아동·청소년 MK를 위해 △마음 방역의 필요성 △부모 자신의 마음 돌보기 △아동·청소년 MK의 마음 돌보기 △사후처리보다 예방에 신경 쓸 것을 요청했다.

백 소장은 “아동기에는 부모에 충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부모와 갈등하면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먼저 올라온다. 특히 MK는 더더욱 그 마음이 커서 마음속에 죄책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는 아이들이 발달과정에서 무엇을 성취해내야 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며 “한 과정을 못 하면 그 상태의 정서에 고착되면서 다른 부분은 성장하지만,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그 한 부분 때문에 후에 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리면 다시 이전 상태로 퇴행하게 된다”면서 “코로나로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니 사회적 기술 등 발달과정에 필요한 부분을 많이 놓쳤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신체적, 사회적, 인지적 변화를 경험하는 청소년 MK의 경우 정체성이 발달하고 자율성이 형성될 시기인 것을 이해하고 심리 정서 지원, 공감과 정서를 받아주는 컨테이너 역할,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 방안 함께 모색, 정서와 내면 갈등을 언어로 잘 표현하기에 서툴 때에는 놀이, 미술, 음악 매체 활용, 의무적 심리 정서적 지원 등으로 도울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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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위기관리 세미나 현장 참석자 단체사진. ⓒ한국위기관리재단
유희주 소장은 ‘팬데믹 시대의 청년·대학생 MK의 심리적 위기와 대처방안’에서 청년·대학생 MK의 특징으로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선교지로 떠났다가 낯선 한국으로 홀로 돌아옴 △부모의 과도한 기대, 대화가 어려운 부모와의 관계 △시간 관리, 재정, 공부를 스스로 해야 하는 독립적 생활 △한국어 수업, 한국문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 △대화 상대 부재와 어린 시절 잦은 이동으로 대인관계에서 친밀감 형성에 어려움 △주거문제 △보여주기 위한 믿음생활 △높은 사회 바람직성 등을 들었다. 팬데믹 시대에 기질, 심리, 가정환경, MK 경험 등이 요인이 되면서 여러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데 유 소장은 대처 방안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연락하기(가족, 친구 등) △자신에 대해 알기(기질, 심리적 문제, 스트레스 상황 등)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 방안 찾기 △MK 공동체에 참여하기 △온라인 상담 △온라인 멘토와의 정기적인 성경 공부 등을 제안했다.

허은영 선교사는 ‘팬데믹 가운데 MK 위기관리의 실제’에서 9개월 동안 바울선교회 선교사 가정과 MK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힘내요 프로젝트’, 현재 진행 중인 유튜브 ‘엄마가 간다’, MK 온라인 케어, ‘하이파이프 온라인 크리스마스 콘서트’ 등을 소개했다.

특히 ‘힘내요 프로젝트’는 △가정케어(성경 읽는 가정예배 캠페인, 가족 영적 철인 3종 경기) △부모 케어(영유아초등 부모교육, 청소년 부모교육) △선교사 케어(정서적, 영적 지원을 위한 유튜브 채널 시작, 다시 듣는 주례사 등, 지역별 싱글·부인 선교사 랜선 모임, 상담지원) △MK케어(온라인 합창, 상담 지원, 위기 자금 지원, 진로와 소명 캠프, 온라인 추석 팸데이, 나홀로 MK 명절음식 배송) 분야에서 다양한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허 선교사는 “선교 현장의 부인선교사, 싱글선교사와 계속 네트워크 하면서 선교사들의 요청을 과감하게 본부에서 지원하고 만들어가는 지난 9개월이었다”며 “코로나 이후 전면적인 홈스쿨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되는 가운데 홈스쿨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준비하는 각국 선교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단체가 연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