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청소년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는다. 꿈을 물으면 “꿈이 없어요”라고 대답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꾸로 물어본다. 무엇을 하고 싶냐고? 그러면 청소년들은 쭈뼛거리며 자신이 가지고 싶은 직업을 말한다. 왜 하고 싶은 일이 아니고 가지고 싶은 직업이라고 대답하냐면, 청소년은 직업을 물건을 고르고 사는 것처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답을 듣고 나서 “원하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어 스스로가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짜보게 한다. 여기에 청소년이 놓치기 쉬운 교육과정이나 자격증 정보들을 추가시켜주는 정도의 도움만을 준다. 그러면 막연하던 직업들이 그들에게 현실로 다가온다. ‘내가 할 수가 있을까?’ 이쯤에서 아이들과 구체적인 상담에 들어간다. ‘이 직업을 가지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이 직업을 통해 자신에게 어떤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청소년들은 직업을 가지면 끝이라고 생각했다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먼 미래를 미리 생각하는 것이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꿈을 묻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의 한 페이지로서 자신의 꿈이 시작되거나, 아니면 방송이나 다른 방법으로 직업에 관심을 가졌을 수 있지만, 결국 꿈은 사람마다 그 안에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길에서 벗어났을 때 돌아올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을 잊고 직업을, 심지어 직장을 꿈이라 착각하고 사는 것이다. 직업을 가진 다음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지인 중에 열심히 살고 있어 보기 좋다고 생각하던 젊은 약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분은 30대 초반에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부부가 각각 약국을 운영하며 예쁜 딸을 키우고 있다. 남부러울 필요가 없는 삶이지만 여기까지가 자신의 꿈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젠 무엇을 바라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삶이 의욕이 없다고 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꿈을 좋은 직업을 갖는 것으로 생각하다 보니 직업을 이루고 나면 방황하거나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신문 지상을 장식하는 많은 유명연예인, 스포츠선수, 판검사, 의사 등등 소위 청소년들이 꿈꾸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동경의 대상인데도 일탈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노은영 작가(사회복지학 석사, 청소년 코칭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