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국사역은 예배당 중심 사역에서 개인이 곧 교회라는 관점을 갖고 개인, 가정, 소규모 공동체, 부문별·세대별 맞춤사역이 더욱 빛을 발휘할 때가 됐다."

중국어문선교회가 매월 발간하는 웹진 '중국을주께로' 6월호 기획에서 중국사역자 쑨원(사역명)은 '홍콩보안법 제정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국교회, 그리고 중국사역'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중국교회와 중국사역이 과거와 다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교회와 중국사역을 둘러싼 여러 어려움으로 '홍콩 국가보안법의 머지않은 발효, 미·중 간 계속되는 갈등,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려는 국가 간·기업 간 경쟁과 대립, 코로나 팬더믹 공포의 불확실한 종료 여부'를 꼽았다. 여기에 더해 "이미 종교사무조례로 대규모 모임과 해외와의 인적 교류가 점점 어려워진 가운데 코로나19로 대면 종교활동이 더욱 어렵게 됐다"며 "보다 창의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뿌리와 열매 교회 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 우한 ‘뿌리와 열매 교회’ 황레이 목사가 유튜브로 성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뿌리와 열매 교회 유튜브 영상 캡처
코로나19 사태로 오히려 진정한 교회됨을 추구하게 된 좋은 사례로 중국 우한의 '뿌리와 열매 교회'(Root & Fruit Church Wuhan, 황레이 목사)를 들었다. 그는 "(이 교회는) 온라인 예배와 심방을 하고, 하루 2시간 이상 기도하는 이들이 생겨났으며 이웃에게 방역 물품을 솔선수범 나눠주면서 교회 본질에 집중하고 부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쑨원은 최근 중국에서 급속히 발전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과 비대면(untact) 화상회의 기술을 활용해 중국교회와 중국사역에서도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21일부터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양회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과 홀로그램 기술로 다른 장소의 두 사람이 한 장소에 대화하는 것 같은 인터뷰 영상을 구현했다"며 "2022년까지 중국의 화상통신 시장이 총 500억 위안(8조 6,86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대면 복음 전파는 이제 대세가 됐고, 양육 체계를 촘촘히 갖춘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교회의 패러다임도 전환하여 "건물 중심 신앙은 더 이상 주류가 될 수 없고, 사람 중심 신앙으로 완전 탈바꿈돼야 한다"며 "초대교회처럼 흩어져 복음을 전하는 성도들이 돼야 하며, 소그룹 공동체로 훈련받은 기독인들이 강력한 복음과 하나님 말씀으로 무장해 만인 제사장, 만인 사역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중국 가정교회의 강점인 공동체성을 다시 공고하게 다져야 하고, 중국의 '가나안 성도' 문제 해결을 위해 AI, 빅데이터, 명품 콘텐츠 등 시대 변화에 맞도록 가시화한 복음콘텐츠를 활용할 것"을 요청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공동체 예배, 전문화한 평신도사역자 활성화, 기업과 가정, 교육 현장에 맞는 도제식 신앙과 지식 전달 등 모든 가능성에 도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지능형 개인 교습체제(Intelligent Tutoring System) △맞춤학습체제(Adaptive Learning System) △대화에 기반을 둔 교습 체계(Dialogue Based Tutoring System)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AI 교육혁명의 대표적 산물을 중국교회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외 기독인들과 기관들이 중국 기독인들과 교회를 도와 중국 현실에 맞는 AI 맞춤 인문학과 신앙교육의 현장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코로나19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국교회와 중국사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pixabay(Gerd Altmann)
이 사역자는 중국교회의 일터선교도 활성화할 것을 요청했다. "18세기 부흥운동의 주역으로 탁월한 신학자, 철학자였던 조나단 에드워즈는 합리적 증거나 논증에 기대어 기독교의 진리에 동의하게 할 수는 있지만, 회심이나 진정한 믿음으로 이어지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중국 정부가 중점을 두는 각종 사업에 기독인들이 뛰어들어, 일터사역자로서 일터에서 말과 삶으로 총체적이며 전인격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방법을 교회가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빵을 건네는 '전도'와 여기 있는 빵이 맛있다고 납득시키는 '변증'에 모두 우위를 갖고 있는 기독인들을 배출하든지, 기독인이 되라고 초대하는 전도에 최적화한 기독인들을 양성하든지, 이러한 초대에 좀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초대의 기반을 다지는 변증에 힘쓸 기독인들은 발굴하든지 중국교회는 택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쑨원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홍콩에서 중국 관련 비즈니스를 하려던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이 언제든 단속 대상으로 될 수 있게 된 것처럼, 자칫 기독인들도 홍콩 국가보안법에 적시된 해외 세력으로 몰려 국가안보 위해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기독인들이 시대의 빛과 소금으로서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독인들은 투명성, 도덕성, 비정치성 등으로 무장하고 어려운 시대를 함께 이겨내는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며 "AI, 에너지, 마이크로프로세싱, 로봇공학,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는 물론 1차, 2차, 3차 산업과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공간 등에 이르기까지 기독인들이 저마다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정도(正道)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목회자들부터 먼저 영적, 지적 근육을 키우고, 밑바닥부터 영적 에너지를 일으키는 교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애국주의에 기대어 정당성과 세력 확대를 구축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간파하고, 조국을 사랑하되 민족과 나라를 뛰어넘어 글로벌 평화를 추구하는 세계 시민을 양성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회 온라인 예배
ⓒpixabay
한편, 쑨원은 중국이 추진 중인 '종교의 중국화' '기독교의 중국화'에 "참된 그리스도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종교와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중국교회와 기독인들이 힘써야 한다"며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종교의 자유는 '새장 속의 종교 활동'이라는 시선이 획기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지점에서 출발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국교회와 중국사역은 더욱 명확해진다. 각자의 형편에 맞게 모든 수단을 통해 복음만 전하면 되고, 복음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전하셨던 복음을 전해 들은 초기 기독인들은 무력하게 보였을지 몰라도 가장 강력한 삶이라는 무기를 통해 주변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기독인들이 온갖 어려움과 순교의 위협 속에서도 배교하지 않고 버틴 그 원천이 무엇인지 모든 이가 궁금하게 만들면 절반의 성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유용한 길이다. 하나님의 메시지는 영원토록 변하지 않고, 다만 그것을 전하는 수단과 방법만이 시대의 변화를 담고 있다는 것은 중국교회와 세계교회가 잊지 말아야 할 정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