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밤 예배 프로그램...사회자·기도자 고정, 설교는 돌아가며 전해
어려운 이웃 돕도록 헌금 순서, 주 보혈 기념하는 성찬 순서도 진행

신앙 전수에 관심 많다는 북한 청취자 소감에 어린이 프로그램 부활
북한 어린이 사역 위해 기도해 온 어린이전도협회와 공동으로 제작

한국교회 역할 명확히 인식하고 겸손하게 세계교회와 북한선교 해야
피 한 방울 안 섞인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헌신과 수고 꼭 기억해야

TWR 북방선교방송
▲북한 성도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녹음하는 성우들. ⓒTWR 북방선교방송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한국교회가 온라인 예배, 방송 예배를 드리고 있다. 환경과 이유는 완전히 다르지만, 지난 20여 년간 북한 성도들을 위해 '라디오 교회'를 보내고, 매주일 라디오 방송예배 프로그램을 송출해 온 TWR 북방선교방송 성훈경 대표를 만나 사역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ㅡ매주일 밤 북한 성도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예배를 송출하고 있습니다.

"네, 주일 밤 11시 15분부터 45분까지 라디오 교회를 통해 북한 성도들이 같이 하나님 앞에 예배할 수 있도록 합니다. 북한 성도들이 모여서 예배드릴 순 없지만, 방송을 통해 계속 하나님과 연결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현재 다 흩어져 예배드리는 지하교회 성도들이 어떻게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사회자와 기도자는 매주 같은 분이 진행하시고 설교자는 북사목 회원이나 북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가진 목사님을 추천받아 돌아가며 맡고 있습니다. 15~20초 정도 음악과 함께 헌금시간을 진행하는데, 하나님께 드린 헌금은 어려운 이웃을 사용하라고 말합니다.

1년에 몇 차례 성찬시간도 있습니다. 신학교수님들의 자문을 받아 특수한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성찬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대신해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가는 곳마다 기념하라고 주님께서 명하신 일이므로 북한 성도들도 성찬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성도들에게 2~3주 전부터 물과 작은 음식을 준비하라고 미리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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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성도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녹음하는 성우들. ⓒTWR 북방선교방송
ㅡ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는데요?

"처음에 기대를 가지고 어린이 주일예배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IMF와 재정의 어려움으로 안타깝게 방송 시간을 줄이면서 고민을 거듭하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뺐습니다. 당시 주 청취 대상이 지하교회 지도자들이고, 자정에 어린이들이 우리 방송을 듣는 것은 어렵다고 보았죠. 무엇보다 어린이에게 이 방송을 들려주는 일은 굉장히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므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6개월 후 청취자 설문을 받았는데, '당신에게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묻는 말에 한 분이 '어린이 예배 프로그램'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아니라, 저들의 요청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구체적인 답을 받았는데, 요지는 '우리도 우리 후손들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이 없었는데, 아이들이 직접 듣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도움을 얻는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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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성도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녹음하는 성우들. ⓒTWR 북방선교방송
재정이 부족하여 7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마침 북한 어린이 사역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어린이전도협회와 연결되어 5년 전부터 공동으로 어린이 프로그램 '달려라 구원열차' 등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매 주일 예배 직후 밤 11시 45분부터 0시 15분까지 송출하는데, 한 가족이 기차 여행을 하며 선교지를 방문하여 겪는 다양한 이야기로 꾸며졌습니다. 또 하나의 프로그램은 '교사대학'입니다. 어린이전도협회 교재를 기초로 북한에 어린이 사역자를 길러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북한의 형편을 고려하면 내용을 실천, 적용하는 면에서 한계가 많지만, 어린이 전도를 위해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할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북한 성도들로부터 방송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 쪽지 형태나 인편으로 전달이 오는데, 생각하는 것만큼 구체적이진 않다. 북한에서 듣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다. 성훈경 대표는 "매우 뭉뚱그려서 표현하는데, '보내주시는 방송 잘 듣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번에 보내주신 라디오 몇 대를 어느 지역 어느 사람에게 잘 보냈습니다' 등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피드백이 구체적일 수 없는 이유는, 첫째 북한 당국이 주민의 필적 기록을 가지고 있어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성도들이 자신의 필적을 남기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 사람은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 하기를 굉장히 꺼리고 두려워하며, 자신의 감정과 내면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태어나면서부터 사상교육을 시작하므로 사람이 제3자적 입장에서 자신을 관찰하는 사고방식을 연습해보거나 그럴 여지가 없이 주어진 틀 속에서 생각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내면의 변화를 면밀히 깨닫거나 관찰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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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성도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녹음하는 성우들. ⓒTWR 북방선교방송
ㅡ방송을 듣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파라디오는 어떤 것으로, 어떤 경로를 거처 전달하나요.

"의약품과 지원 물품은 공식, 비공식 루트로 북한에 전달하는데, 단파라디오는 합법적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어 비공식 루트로 전달되는 다른 물품들과 함께 보급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미디어 선교가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강력한 감시 대상입니다.

단파라디오의 선택 기준은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소형'이어야 하고, '알카라인 배터리' 교체형이어야 합니다. 전기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아 충전식은 불가능하고, 자가발전기가 달린 라디오는 소음과 기기 크기, 무게, 잦은 고장 때문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태양열 충전식도 불가능한 것이, 감시가 삼엄한 북한에서 해가 떠있는 낮에 라디오를 드러내 놓고 충전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방송이 외부에서 들어가기 때문에 수신 감도도 좋고, 보관 여건상 습기에도 강하고 견고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렴한 제품이 아니라 라디오 본체만 대당 3만 원 정도의 좋은 제품을 보냅니다. 어렵게 전달했는데 오래도록 잘 사용할 기기를 보내야지, 금방 고장 나면 아주 슬픈 일이지요. 조용하게 청취할 수 있도록 이어폰과 수신 감도를 높일 4m 길이의 줄 안테나를 보내줍니다. 라디오 평균 사용 수명은 7년 정도 추정합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북한이 라디오를 자체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저희뿐 아니라 대북 라디오 방송을 하는 모든 단체가 다양한 방법으로 라디오를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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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성도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녹음하는 성우들. ⓒTWR 북방선교방송
신앙 간증·기도문 보내주면 선별하여 북 성도들에 송출

ㅡTWR 북방선교방송의 나아갈 방향이 궁금합니다.

"저희에게 주신 사명은 북한의 마지막 한 사람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직접 만나거나 갈 수 없기에 라디오 방송으로 전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선교사와 전도자가 복음을 들고 북한 땅 구석구석 가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면 통일이 물리적으로 꼭 이뤄져야 하는데, 그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기 때문에 북한 성도들이 매일 큐티하고 주일예배를 드림으로 하나님과 연결되고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또 그들이 오늘 하루도 살아갈 힘과 위로, 소망을 얻는 젖줄이 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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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선교 관련 선교탐방주간에서 성훈경 대표가 TWR 북방선교방송 홍보부스에서 사역을 알리고 있다. ⓒTWR 북방선교방송
ㅡ한국교회와 성도들을 향해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한국교회가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선교를 하지만, 좀 더 겸손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이면, 반드시 북한선교는 세계교회와 함께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25년간 이 사역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습니다. 북한선교를 위해 한국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은 세계교회가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겸손히 세계교회와 같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피가 섞인 한인 디아스포라들도 있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오로지 복음이 필요한 그 땅을 향해 선교하는 세계 기독교인의 헌신과 수고를 기억하고 잘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는 실제로 협력이 많이 이뤄지고 있으나, 한국교회 성도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많습니다. TWR 북방선교방송 제작과 송출 비용도 60%, 많을 때는 70%까지 한국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전 세계 믿는 분들의 헌금으로 채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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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R 북방선교방송이 제작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북한에 단파 방송으로 송출하는 괌 송출소(오른쪽)와 비상발전소 건물(왼쪽). ⓒTWR 북방선교방송
하나님은 북한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북한이 기독교가 흥왕했던 때와 그렇지 않은 때로 나눠진 것 같지만,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25년간 계속되어 온 라디오 방송도 한 예가 될 수 있지만, 신실하게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단체가 많습니다. 또한 북한에 하나님이 사랑하는 영혼들, 하나님의 백성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빌리통일구국기도회'를 소개해주고 싶습니다. 지역마다 북한선교를 위해 꾸준히 기도하는 운동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예수 그리스도로 구원을 얻은 본인의 경험이나 목격한 사례나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의 이야기, 기도문 등을 저희 단체에 보내주시면 방송선교에 직접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사연을 선별하여 성우나 본인의 목소리로 녹음 후 송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연을 보내주셔도 좋고, 혹은 정말 간단하게 카카오메시지나 문자메시지로 선교단체를 위해 짧은 기도나 격려의 문자를 보내주셔도 큰 힘이 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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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R 괌 송출소의 안테나와 안테나를 지지하는 타워 사이로 무지개가 떴다. ⓒTWR 북방선교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