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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선교회 사무실에서 만난 TWR 북방선교방송 대표 성훈경 목사는 "예전에는 열정으로 북한선교에 뛰어들었다가, 많은 배움의 시기를 지나 한국교회가 북한선교에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선교에 열정으로 뛰어들었던 한국교회가 배운 것
ㅡ정부의 대북 기조에 따라 정책이 바뀌며 북한선교도 영향을 받아 왔습니다. 지난 20여 년 간 한국교회 북한선교가 걸어온 길은 어떤가요.
"2000년대 들어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남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기독교계에서도 북한선교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한국에 갑자기 많은 탈북민이 들어오고, 종교 교류도 활성화되면서 교회가 북한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눈에 보이고 많아진 것이지요. 당시 저희 홈페이지를 열었는데, 방문자 수가 갑자기 전날보다 10배 이상 높아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갑자기 북한선교에 관심이 커진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꼭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일부 교회는 협력 사역을 하기보다 교회가 가진 인력과 재정으로 교회 자체적으로 북한선교를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다가 북한선교가 침체기에 들어간 몇 가지 일이 발생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몇몇 사건이 일어나면서 남북교류가 단절되고,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합니다. 200여 곳이 넘던 대북민간협력단체가 더 이상 활동을 이어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대북민간협력단체에서 활동하는 인사 중 높은 비율이 기독교 정신을 가지고 현장 방문을 해 왔는데, 북한문이 닫히니 그야말로 할 수 있는 활동이 없고 단체를 유지할 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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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한국교회가 또 한 가지 중요한 배움을 합니다. 탈북민 사역에서 반세기 이상 분단이 가져온 간극을 간과했던 것입니다. 언어, 사상, 문화적으로 이미 다른 문화권인 '타문화권'에서 살아온 탈북민을 대할 때 '동일문화권'으로 생각하고 접근하여 서로에게 상당한 상처를 남긴 것입니다. 그 시기 탈북민들은 '북한에서는 배고파서 못 살겠고, 제3국에서는 (북송될까봐) 두려워서 못 살겠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서러워서 못 살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말이라도 못 알아들으면 서럽지도 않은데, 탈북민을 향한 말과 눈빛, 그리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고 잊어버리고 싶은 '아픈 과거'를 '가까워지고 싶다'는 이유로 물어오는 남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던 것이지요.
북한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한 남한 사람들도 탈북민사역을 하다 북한 사람들에게 적잖은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탈북민은 지원을 더 주는 교회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옮기고 연락을 끊습니다. 그 정도까지도 괜찮은데, 새로운 교회에서 이전 교회와 성도들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죠. 북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릴 때부터 자아비판, 상호비판을 해 온 그들의 몸에 체득된 사고와 행동이 남한에서도 나오는 것입니다. 거짓말도 처음에는 자신의 '거짓말을 인지'하지만 두세 번 반복하다 보면 내면에서 '사실로 인지'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앞뒤 다른 말을 하는 모습을 본 남한 봉사자들이 '어떻게 이런 철면피가 있나!'라고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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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북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5~7년간 봉사하던 사람들의 가슴에 커다란 멍이 들면서 사역에 회의를 느끼고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000년대 초반 거의 모든 교회에 북한선교부가 생겨났다가, 2000년대 중반 싹 사라지는 것을 봅니다.
이후 탈북민을 돕는 교수, 변호사, 의사분들이 지속해서 탈북민의 삶을 추적하고 연구한 결과들이 학회에서 발표되었습니다. 결론은 주체사상 속에서 살아온 그들이 의도적으로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문화의 사람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교회도 10여 년의 쉼과 회복을 거쳐, 2015년 북한에 다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어나면서 현재의 상황이 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처음부터 변함없이 북한선교를 해 온 교회도 많습니다."
성훈경 대표는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단체로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북사목)'를 꼽았다. 2010년 효과적인 북한선교를 위해 설립돼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현재 북한·통일선교 사역자 80여 명이 참여하며, 북한선교를 하려는 교회들의 요청이 오면 돕고 있다. 과거 열정만 가지고 뛰어들었던 북한선교에 '데인 후' 많은 배움과 회복의 시기를 거친 한국교회는 이제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북한선교에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다.
성 대표는 "저희는 직접 만날 수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남북관계가 좋든 어렵든 꾸준하게 북한에 복음을 전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그 어려운 시기에도 사역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의 큰 교회에서 후원받는 것이 아니라, 초교파적으로 250여 개 교회가 후원해 주셨기 때문"이라며 후원교회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또 다른 이유는, 사역자의 99%가 급여를 받지 않고 선교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개인 모금이나 자비로 사역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역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ㅡ라디오 프로그램의 주제와 내용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초기 프로그램은 분단 전부터 믿음이 있던 그루터기 성도들의 신앙 양육과 훈련이 중요한 두 키워드였습니다. 5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북한 지하교회를 위해 아주 기초적인 성경공부, 신학공부와 함께 신앙의 세대 전수를 위한 신학교육, 지도자 훈련을 돕는 데 집중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지하교회 양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2013년부터 준비하고 2015년부터 서서히 변화를 주어 2019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지하교회 지도자 훈련 프로그램들이 전체 프로그램의 90%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기존 신자 대상 프로그램을 50%, 일반주민 대상 전도와 선교 프로그램을 50%로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도 역시 해외에서 많은 분이 헌금해주셨습니다.
일반 북한 주민은 북한 당국의 철저한 보안교육 때문에 저희 방송을 들을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혹시 듣더라도 내용의 수용도가 매우 낮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많이 변했습니다. 탈북민도 많고 중국에 왕래하는 사람도 많고 한류 영향도 받는 등 미디어를 통해 일반 주민이 남한 소식과 외부 소식을 접할 가능성이 훨씬 커졌습니다. 스스로 위험한 줄 알면서도 장마당에서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구입합니다. 예전에는 외부 소식을 들으면 '거짓말한다'는 반응이라면, 요즘은 '어 그래? 사실일까?' 고민하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사고와 사상적으로 쪼개기 위한 첫 틈, 아주 작은 틈이 열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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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중 제3국에서 복음을 듣고, 목숨을 걸고 북한으로 다시 들어간 사람들을 위한 기초 성경공부도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성경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성경을 더 재미있게 읽도록 돕습니다. 성경을 읽어야 신앙이 자라기 때문에, 우리뿐 아니라 그들에게도 낯선 인명, 지명 등의 배경을 알려주어 흥미를 가지고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진행합니다.
프로그램을 녹화할 때는 북한 사람들에게는 낯선 한국말이니, 이해하기 쉽도록 천천히 말씀하시도록 합니다. 외래어도 북한은 북한식대로 바꿔 사용하기 때문에 익숙지 않으므로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합니다. 선교방송이므로 양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꼭 스튜디오에서 직접 녹음하도록 합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