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외형적 성장을 이룬 한국선교가 내면적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선교사 훈련’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1일 삼광교회(성남용 목사)에서 열린 선교단체 훈련담당자 간담회는 한국교회 선교훈련의 현황, 고민과 함께 ‘선교현장이 원하고, 시대가 원하며 그 환경을 역동적으로 이끌 전인적인 선교사’를 배출하는 방안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번 간담회를 주최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훈련분과위원회 위원장 이용웅 선교사는 “선교사 훈련에 대한 인식이 아직 전반적으로 낮다”며 “어떤 사람이 훈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데, 국내 소수 단체를 제외하고는 2~3년마다 훈련담당자가 바뀌어 훈련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철학, 장기 목표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선교훈련을 ‘요식 행위’로 생각하는 모습은 단체만이 아니다. 한 사역자는 “훈련을 잘 받은 군인이 전쟁에서 잘 싸우는 것처럼 선교사 훈련도 매우 중요하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선교후보생들 사이에도 파송 받기 위해 ‘할 수 없이 훈련받는다’는 분위기가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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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훈련분과위원회는 21일 삼광교회(성남용 목사)에서 선교단체
훈련담당자 간담회를 열었다. 위원장 이용웅 선교사가 사회를 맡아 인도하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교사 훈련 전 영역에서 더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었다. 엄주연 GMTC 원목은 “30년 전 한국선교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할 때만 해도 현장과 훈련 경험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많은 경험을 갖게 되었다”며 “그러나 훈련을 왜 해야 하고, 훈련을 통해 어떤 선교사들이 배출되어야 하느냐 등에 대해 아직도 더 많은 공감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선교사 훈련의 내실화를 위해 그는 ▲지식, 영적 경건성 등 어느 한쪽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삶의 전 영역에서 전인적으로 훈련하고 ▲선교사 가족 전체가 부름 받았다고 보고 부인, 자녀까지 팀으로 사역하도록 훈련하며 ▲평생 성장, 성숙해나가도록 훈련기간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체질화하여 전 생애에 영향을 끼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교 현장에서 요청하는 선교사, 범세계 선교공동체가 기대하는 선교사, 한국 선교사가 보여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훈련할지 등을 많은 지도자로부터 경청하고, 그에 부합한 선교사를 배출하는 ‘결과 중심’의 커리큘럼을 만들고, 이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급변하는 선교환경이 요청하는 선교사를 배출하며 ▲급변하는 선교훈련생들의 세계관, 가치관, 배움의 방식, 필요에도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몸부림쳐야 하는 자세도 필수임을 알렸다.

선교훈련 내용에 대해 한 사역자는 “바울의 사역을 통해 본 선교원리 등 성경 전체에서 나타나는 선교훈련 원리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으며, 다른 사역자는 “공동체 훈련의 핵심은 역시 인성, 성품 훈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사역자는 “선교사들의 성품과 인성훈련이 중요하지만, 훈련기간은 한정돼 있다”며 “사실 개 교회에서부터 신앙훈련을 잘 받고 인성, 성품이 훌륭하여 검증된 분들이 좋은 선교사가 될 수 있다”며 교회 차원에서 좋은 선교자원들을 적극 양성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k44.jpg바울선교회 국내훈련원장 양용순 목사(사진 오른쪽)는 “특별히 SNS, 인터넷 자료 등에 의존하는 이 시대 트렌드가 전반적으로 얕은 특성이 있다. 젊은 선교훈련생들도 말씀의 깊이가 깊지 않고, 영적 갈망도 과거보다 결여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세대인 선교훈련생들이 말씀 연구를 더 깊이 하도록 돕고, 평소 묵상기도 훈련 등을 통해 주님과 깊이 교제하는 훈련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요즘 선교훈련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자녀문제까지도 끌어안고 훈련 단계에서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교훈련자의 자질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엄주연 목사(사진 왼쪽)는 “훈련사역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훈련사역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하나의 전문 사역 영역”이라며 훈련사역자를 육성하는 문제가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알렸다. 그는 “각 선교훈련 전문가들은 잠재적 훈련전문가를 발굴, 육성하고 평생 이들이 전문분야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훈련역사는 오래되었으나 늘 새로 훈련을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으며, 이는 하나님 나라의 큰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훈련자의 자질로 그는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며 ▲끊임없이 자기 관리하고 자기 발전을 즐겨 하고 ▲물질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문적으로 깊이와 넓이의 경계가 없고 서로 다른 학제간 통합이 가능하고 ▲교단과 선교단체와 긴밀한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기대에 부응하는 선교사 배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엄 목사는 “한 사람의 훈련사역자가 얼마나 많은 선교사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모른다”며 “훈련사역자들을 보물처럼 여기고 전 생애에 걸쳐 훈련사역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다음 30년에는 조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교훈련 지원자의 감소는 여러 단체의 공통적인 고민거리였다. 양용순 목사는 “신학교도 신학생이 점점 줄고 선교사는 더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인데, 선교훈련생의 수적 감소가 큰 고민”이라며 “훈련자로서 제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욱 뜨거운 사랑으로 한 가정, 한 가정 섬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사역자들은 교회가 원하는 사역을 통해 훈련생을 동원하는 방안, 외국 이주민의 선교훈련과 역파송 방안, KWMA 훈련분과의 기본적인 훈련커리큘럼 공유 등을 다뤘다. 이날 행사에서는 엄주연 목사, 양용순 목사, 김장생 CCC 선교팀장, FMnC 박주만 선교사 등이 발표하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k3.jpg이날 조용중 KWMA 사무총장(사진)은 파송 전 훈련 및 파송 선교사들의 재훈련 등을 위해서도 함께 고민해달라며 “선교사 연합훈련의 장단점이 있지만, 1~2주간이라도 서로 다른 단체에서 모인 선교사들이 함께 훈련받으면 선교지에서도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며 연합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사무총장은 “더 나아가 우리 한국 선교사들이 다른 문화권 선교사, 후보생들과 훈련받는 국제적인 연합훈련의 기회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영삼 KWMA 사무국장은 “비영리단체 경영에서 핵심은 교육”이라며 “교육을 통해 단체의 핵심가치와 주요 내용을 확산시키고 다음세대로 이어지게 하는 만큼 선교계야말로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WMA 훈련분과위원회는 오는 5월에는 선교계 주요 화두인 ‘선교사 멤버케어’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오는 10월에는 한 단계 진일보한 선교훈련프로그램들을 나누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