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탐여행은 여러 형태의 단기선교여행 중에서 현지 상황 특히 현지 문화 연구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목적을 띤 단기선교여행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많이 필요한 사역이며, 더욱 활발히 시행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의 단기선교여행은 현지 필요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준비해간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탐여행을 시도하면서 현지 연구로 초점을 옮겨갈 때 현지 상황에 대해 배우면서 장차 어떤 사역을 시도할 수 있을지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1992년 7개월간 미국의 갈렙프로젝트 선교정탐대(Caleb Project Research Expedition) 훈련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교회에 상황화하여 도입한 바 있다. 이제 지난 19년간 해마다 한두차례 정탐여행을 시행한 경험을 가지고 그 노하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정탐여행의 노하우는 준비단계, 현장 연구, 귀국 후의 활동 등 삼단계로 나누어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각 단계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서 활동하는 것이다. 아래에 각 단계별로 정탐여행의 가이드라인을 열두가지로 요약한다.

1. 준비 단계

제 1 가이드라인: 적절한 도시/지역을 선정하라!

정탐여행은 주로 해외의 도시를 대상으로 하지만, 시골 지역일 수도 있다. 다만, 시골 지역으로 갈 때에는 영어가 통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대상 도시나 지역을 선정할 때에는 그곳의 복음화 정도와 안전성, 그리고 영어 통용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복음화율이 높은 지역으로 굳이 갈 필요가 없으며, 위험한 지역은 전문적으로 훈련된 연구원들에 맡겨야 한다. 언어적인 부분은 정탐의 효과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제 2 가이드라인: 사전에 현지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고 숙지하라!

현지로 떠나기 전에 비중을 두고 해야 할 일은 여행 안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선행 문헌 조사, 인터넷 자료 등을 폭넓고도 심도있게 파악해서 숙지하는 것이다. 특별히 연구조정자는 가능한 많은 자료들을 입수해서 특정 자료에 편향되지 않고 균형있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솔자는 이런 작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하면 팀원들을 케어하는 팀리더의 역할과 연구 조정자의 역할을 각각 다른 사람이 맡을 수도 있다. 

제 3 가이드라인: 팀원들을 철저히 훈련하라!

팀리더는 팀원들을 훈련해서 팀빌딩을 하고 팀웍을 다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안 지침에 대해서는 철저히 훈련해서 현지에서 선교사 및 팀원들의 신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독교적인 용어나 선교적인 표현을 조심해야 하고, 특별히 영어 단어를 사용할 때 그러해야 하지만, 한글 단어들도 유의해야 한다. 용어뿐만 아니라, 복장에 대해서도 사전 교육이 필요한데, 노출이 심하거나 선교적인 문구가 들어간 옷차림은 좋지 않다. 입국 시 기재할 신분은 사실에 입각해서 적절하게, 여행 목적은 문화 관광으로 기재하는 것이 좋다.

2. 현장에서

제 4 가이드라인: 교통과 위치 정보를 숙지하라!

현지에 도착하면, 우선 숙소의 위치와 그 도시의 교통 정보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전 팀원이 무사히 저녁 시간에 귀가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교통편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 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며, 비상시에만 택시를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지에 익숙해지기 전에 너무 먼 곳으로 가거나, 위험한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 모든 과정은 안내자 없이 스스로 다닐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버스를 타더라도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있는 순환 버스 등을 타고 도시의 분위기를 익힐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특정 구역에서 너무 오래 머무는 대신에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관찰하는 것이 좋다. 초기에 특정 구역에 너무 오래 머물면 강한 편견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현지에서의 활동에 앞서 현지 선교사를 초청해서 현지 문화와 복음화 현황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것이 좋다. 

제 5 가이드라인: 두세명씩 조별로 활동하라!

정탐 여행은 인솔자를 따라 다니지 않는다. 각자가 타문화권에서 문화적으로 스스로 헤엄칠 수 있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두 명이 짝을 지어 거리에 나가지만, 필요한 경우 세 명까지는 함께 다닐 수가 있다.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위험 지역일 경우에는 남녀가 짝을 지어 다니는 것이 좋은데, 이는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다. 여성들만 위험 지역을 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보 수집을 위한 연구조는 주기적으로 바꾸어서 서로 교제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언어적으로 연약한 지체들은 배려해서 능숙한 사람과 한 조가 되게 하면 좋다. 같이 활동을 할 때 서로의 보폭도 조정하 동료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 조별 활동을 할 때 매일 활동비 외에도 비상금을 지참하게 하게 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인터뷰를 할 때 한 사람은 인터뷰를 주도하고, 다른 한 사람은 기록하는데 전념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은 교차적으로 바꾸어서 시행하면 효과적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격려를 하고, 칭찬을 해서 서로 용기를 북돋어주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좋다.

제 6 가이드라인: 가급적 스케줄대로 활동하라!

정탐 여행의 전 과정은 세밀한 스케줄대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타문화권에서는 상당한 융통성을 가지고 스케줄을 운영해야 한다. 활동 스케줄을 짜고 매일 그에 따라 활동계획을 세우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기후와 환경이 다른 지역에서 초반에 무리하다 탈이 나고 오히려 정상적인 활동마저도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 한다. 성급하게 접근하면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관계적인 면에서도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거리에서의 정보 수집은 사람들을 만나기 좋은 시간, 걷기에 좋은 시간을 선택해서 매일 여섯 시간 이내로 하는 것이 좋다. 나머지 시간은 강의, 보고회, 기도 등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제 7 가이드라인: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관찰하려고 하라!

참여자 관찰은 눈으로 하지만, 발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폭넓게 시작해서 점점 더 좁혀 가는 원리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통찰력있게 보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참여자 관찰은 마음에 핵심적인 질문을 가지고 의도를 가지고 보는 것인데, 상황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참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찰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정보 과부하를 우려해서 작동하는 선택적 무관심이라는 오랜 습관을 극복하고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고 섬세한 관찰을 하는 것이다. 이런 관찰을 하면서 생활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정보 면에서는 평소에 놓치기 쉬운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는데 그 효과가 있다.

제 8 가이드라인: 상황에 맞는 자연스런 질문을 하라!

문화기술적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는 질문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그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질문, 내부자의 관점에서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어야 하는 것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더욱 투시적인 질문을 해서 깊이있는 내용을 알아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는데, 이 과정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인내심을 가지고 해야 한다. 지나치게 서두르다 보면, 상대방에게서 ‘취조당하는 것 같다’, ‘정보기관에서 나왔느냐’ 하는 질문을 받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의 문화적 골격과 그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질문을 하는 훈련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개선되어 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성적인 사람은 깊이 있는 질문을 잘 하고, 외향적인 사람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다. 서로 보완해서 팀으로 일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제 9 가이드라인: 현지인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하라!

데이터의 분석은 현지인의 내부자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적인 데이터는 내부자적 시각이 아니면 이해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철저하게 내부자적 시각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분석은 팀으로 할 경우에 더욱 시너지를 내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팀으로 일하는 것의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과정이 길고, 의견 조율이 쉽지 않고, 합의가 쉽지 않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팀으로 효과적으로 일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때로는 문화적인 해석의 일부를 현지인 정보제공자를 통해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 연구자의 특정한 해석에 대해서 현지인들이 동의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지인들에게 민감한 정보를 두고는 그렇게 하지 못하며, 상당 부분은 현지 주재 선교사들에게 협조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부자의 시각을 유지할 때 깊이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제 10 가이드라인: 그 날의 정보는 그날 기록하라!

현지에서는 현장 노트를 매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그날 듣고 본 내용은 반드시 그날 기록하도록 원칙을 세워야 한다. 미루어지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정확성이 떨어진다. 현장 노트를 기록하기 전에는 관찰과 대화의 내용을 간단한 수첩에 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기록할 수 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그 수첩의 단어들을 중심으로 대화와 관찰의 전 내용을 의미의 손상없이 최대한 간결하게 축약의 원리대로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기록한 내용들을 가지고 보고회를 통해 나눌 수 있으며, 돌려가면서 기록을 읽어 다른 팀원들은 어떤 내용을 듣고 보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현장 노트에 대한 분석을 공동으로 한 후에는 최종적인 보고서 작성을 준비할 수 있다. 최종 보고서의 초안을 현지에서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작성 과정에서 확인할 사항이 떠오르면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3. 귀국 후

제 11 가이드라인: 진실하면서도 덕스러운 보고를 하라!

현지에서 귀국한 이후에 최종 보고서 작성이 늦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1개월 이내에 최종 보고서를 완성하고, 보고회를 시행하고, 제작된 자료들을 공개하는 행사를 열 수 있다. 물론, 모든 정보와 자료를 다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나 보고회에서는 과장을 하지 않도록 하고, 현지인이나 선교사들을 폄하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보안을 의식해야 하고, 팀원들이나 현지인들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련된 내용을 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보고는 정직하면서도 덕스러운 보고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실에 입각하면서도 건전한 내용이 되도록 주의해야 한다. 보고는 적절한 문제 의식이 있어야 하겠지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듯이 말하거나 글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제 12 가이드라인: 그 도시/지역을 위한 동원/홍보/기도를 지속적으로 하라!

한 번 다녀온 곳과는 지속적으로 관련을 맺을 각오를 해야 한다. 거리를 누비고 다녔고, 정감어린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들의 도시와 지역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그 사람들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 곳의 온전한 복음화를 위해 계속 동원하고 홍보하고 기도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 땅의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기억하고, 중보하고, 대변하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마땅한 태도이다. 이러한 노력은 사역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할 때 한 도시와 지역을 변화시키려는 하나님의 위대한 계획에 동참해서 쓰임받는 영광스런 삶이 될 것이다.
이렇게 정탐여행을 할 때 그 여행은 일반적인 비전 여행보다 훨씬 더 깊이가 있고, 입체적이고, 전략적인 사역이 될 것이다. 타문화권에서 얻은 기초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문화적인 통찰력을 얻을 때 그것이 창의적인 목회와 창조적인 선교의 근간이 될 것이다. 여러 교회들이 이런 사역을 활발하게 펼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멘.


    

(목회와 신학 2011년 8월호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