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크리스천투데이) 60주년을 맞은 월드비전(회장 박종삼)이 60년 전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 땅에서 가슴으로 고아들을 품고 먹였던 설립자 밥 피어스(Bob Pierce)의 딸 마릴리 피어스 던커(Marilee Pierce Dunker)를 초청했다. 마릴리는 60주년을 맞아 월드비전에서 개최하는 교회지도자 컨퍼런스 주강사로 나선다.

작가이자 강연자로,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2001년부터 아버지를 따라 월드비전에서 세계 곳곳의 소외된 여성과 아동을 대변하는 옹호자로 헌신 중이다. 또 ‘Women of Vision’의 고문으로 가난과 에이즈, 폭력 등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는 소모임과 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그의 이런 활동에 대해 월드비전 미국 회장인 리치 스턴이 “마릴리가 입을 열 때마다 티슈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진심이 담긴 언변으로 호소력을 발휘하는 그는 “월드비전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람들을 돌보는 기관”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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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리 피어스 던커(왼쪽)와 박종삼 회장이 6일 월드비전 예배실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아버지가 창립한 월드비전의 60주년을 맞아 한국에 온 소감은.

“하나님이 시작한 한국 월드비전에 와서 여러분을 만나게 돼 영광스럽다. 아버지는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정말 사랑했는데, 이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실 아버지는 6·25 전쟁 전 부흥사로 한국에 와 이곳 생활에 대한 영화를 찍어갔다. 그런데 6주만에 전쟁이 일어났고, 그는 종군기자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전쟁의 참상을 눈으로 보고 이를 알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무언가 해야 한다고 느꼈다.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하자 사람들은 헌금을 했고, 그렇게 따뜻한 마음에서 월드비전은 시작됐다. 당시 8명을 도왔으나 지금은 350만명을 돕고 있다.”

-훌륭한 아버지가 당신의 성장 과정에 어떠한 역할을 했나.

“실은 아버지에 대해 잘 몰랐다. 1년에 10개월은 외국에 계셨기 때문이다(웃음). 이제 월드비전과 일하면서 아버지에 대해 발견하고 있다.

가족들은 월드비전 때문에 많이 희생해야 했다. 아버지는 한국 아이들을 도우러 늘 나가 계셔서 가정에 문제가 생긴 적도 있었다. 특히 여동생 둘 중 하나가 어렸을 때 죽었던 일이 가장 힘들었다.

세상에서 변화가 일어나려면 대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가족들의 어려움도 이러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월드비전에서 일하며 아버지가 정말 큰 일을 하셨음을 발견해서 기쁘고 자랑스럽다. 덧붙이자면, 자신의 남편을 그렇게 나가서 일할 수 있도록 하셨던 우리 어머니도 정말 위대하시다.”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분들이 기억나시나.

“월드비전은 아버지 혼자 만드신 게 아니다. 이 비전을 실현시킨 건 한국의 지도자들, 교회들, 사람들이었다. 대표적으로 한경직 목사님이 있다. 우리와 정말 가까웠고, 그 분이 아니었다면 아버지 마음에 심겨진 비전이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한 목사님은 가난한 과부들에게 재봉기술을 알려주면서 모자원 사람들의 자립을 도우셨다.

백선엽 장군님도 있다. 1956년쯤 전쟁으로 갈 곳 없는 아이들 2백명을 모아 함께 도왔던 걸로 기억한다. 아버지와 백 장군님은 좋은 친구가 됐고, 그의 고아원(선엽 고아원)은 월드비전이 돕는 매우 큰 고아원이었다.”

-월드비전에서 구체적으로 하시는 일은.

“직책은 국제 아동권리 옹호대사(International Ambassador for Children)다. 미국에선 교회 등을 다니면서 강연하고, 국제적으로는 컨퍼런스 등을 다니며 세계 아동들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컨퍼런스에서는 개인적으로 본 것과 경험한 것들을 나누며 세계 빈곤문제를 이야기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하기 원하시는 일들 말이다.”

-이를 위해선 나눔 문화가 확산되고,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 할텐데.

“지구상에서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가 하나님의 힘으로, 국민의 힘으로 훌륭한 나라가 된 경우는 대한민국 뿐이다. 한국 월드비전이 모범적인 사례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한, 가장 훌륭한 모델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여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분명 ‘감사’의 마음이 있을텐데, 이를 일깨운다면 나눔 문화가 확산되지 않을까.

하지만 풍요한 곳에서 살다 보면 가난을 잊기 쉽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아직 지구촌은 가난한 곳이 대부분이다. 60년 전 한국 아이들의 모습을 지금도 볼 수 있다. 지금도 수단에 가면 무료급식소에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60억 중 절반 정도가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간다. 6명 중 1명은 맑은 물을 마시지 못한다. 수천만명의 아이들이 굶주린 창자를 움켜진 채 잠든다.

기부와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려면 가난했을 때를 먼저 기억해야 한다. 한 사람, 한 가정에서도 할 수 있다. 한국의 모든 가정에서 도처에서 굶주리는 아이 1명을 결연해 도운다고 생각해 보라. 교회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이런 문화를 확산시킨다면 세계에서 정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함께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증오와 폭력의 문화가 지구촌을 점령할 것이다. 그 분노는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 세상에 희망이 있음을 아이들에게 심어야 한다. 기아체험 프로그램에 아이들을 참가시켜 굶주림이 무엇인지 알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