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진 교수는 오늘날까지 이뤄진 기독교 확장 및 지구촌 여러 교회의 분포를 볼 때, 기독교의 무게 중심이 이젠 서구에서 비서구로 옮겨졌다는 화두는 최근 신학자나 선교학자들의 당연한 명제가 됐다면서 이러한 새로운 판도가 무엇보다 요구하는 것은 기독교의 역사서술 분야에 있어서라고 전했다.
먼저 박 교수는 지난 20세기를 지나면서 선교운동, 에큐메니컬 운동, 비서구세계의 부흥운동 등이 선교역사기술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변화의 국면을 영, 미 선교학자들 가운데 20세기 전반과 후반을 각각 대표할 수 있는 선교역사가인 케네스 라투렛(Kenneth Scott Latourette)과 앤드류 월스(Andrew F. Walls)를 들어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회사기술, 특히 선교역사기술의 흐름은 세계적인 추세로 비춰 볼 때 두 가지 시각적 변화를 반영하는데, 먼저는 지구촌적인(global) 안목이 더해진 것이다. 또 하나는 문화간적인(cross-cultural or inter-cultural) 시각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두 가지 시각에서 볼 때 종전의 전통적인 교회역사기술, 전통적인 선교역사기술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도전과 현실을 반영하는 새로운 역사기술방법이 또 하나의 ‘장르’(genre)로 등장한다. 박형진 교수는 이를 ‘지구촌 역사기술’이라고 명명했는데, 이는 종래의 기술방식보다 좀 더 큰 카테고리 안에서 기독교 역사를 살펴 보자는 것이다.
전통적 교회사기술이 지나치게 유럽이나 북미 중심으로 서구중심에서 기술되어 온 것과 같이, 전통적 선교역사기술 또한 불균형일 정도로 선교사 중심으로 기술되어 왔던 것은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접근은 일방적이고 불균형적 역사기술로, 실제 복음전파 과정 및 지구촌 기독교의 모습을 올바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됐다.
박형진 교수는 이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지구촌 역사 기술’은 수정적(corrective)이며, 통합적(integrative), 쌍방적(bidirectional)인 태도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시도되는 지구촌적인 역사기술은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이전의 역사기술보다 더 확장되고(enlarged), 더 풍성해지고(enriched), 더 향상된(enhanced) 이야기로 선교역사연구에 기여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박 교수는 “서구 선교사관으로 시작된 역사기술이 근래에 새로운 세대의 역사가들의 등장과 함께 한국의 문화, 종교적 맥락에서 어떻게 기독교를 수용했는지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면서 “한국기독교의 역사서술과정의 추이를 주목해 봄은 고무적인 일이 된다”고 했다.
또 그는 “요사이 비서구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교운동, 비서구 선교사들이 쓰고 있는 선교전략 등도 새로운 테마로 부상한다”고 말하고, “이 점에서 우리 한국선교계의 역할과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비서구권의 선교가 서구권의 선교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복음의 이해에 있어서도 서구권보다 더 보수적이고 복음적인 한국교회의 특성과 한국 문화적 특이성이 세계선교에 어떻게 이바지 했는지 등등 우리들의 이야기가 갖고 있는 가치를 창출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세계에서 선교사 파송 숫자로 2위에 올라 있는 한국교회가 한국 자체 선교사들에 관한 자료와 행적을 선교역사 차원에서 보존하기 위해 선교문서보관소(mission archives)를 개발하고, 한국선교자료집(Korean mission sourcebook)과 같은 형태로 출판하고 계속적으로 향상시켜야 하는 문제는 현안뿐 아니라 앞으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선교의 열정과 경이로운 결과들에 대해선 세계가 인정하고 또한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한국선교가 그 간의 일을 정리해 보고 기여해 볼 수 있는 시기에 이르렀고, 한국교회선교를 세계의 선교계와 연구계에 충분한 자료들과 연구결과를 통해 공헌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