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말레이시아의 고등법원이 카톨릭 주간 신문에게 神을 뜻하는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자, 이슬람주의자들로 여겨지는 이들이 8개의 교회건물을 공격했습니다. 다음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M선교사(뜨인돌선교회)가 현지 사정에 대한 분석을 나눈 글입니다.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장의 생생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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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쿠알라 룸푸르 일대 2개 교회와 따이삥의 한 교회에서 일어난 방화와 멀라까 교회의 페인트 낙서사건은 작년엔가 "헤럴드"라는 카톨릭계 신문이 bahasa판(말레이어) 신문에 하나님을 뜻하는 단어로 "Allah"를 사용했는데 이것을 정부에서 금지하자 합법적인 절차의 소송을 제기해서 이번에 고등법원에서 카톨릭 신문도 '알라'를 쓸 수 있다고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고 이 때문에 무슬림들이 강력 반발해서 일어난 테러 사건입니다.

휴대폰 SMS로 각종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고, 특히 기독교인이 많은 중국계들이 대단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극소수의 무슬림 말레이인들이 저지른 사건으로 내무부장관 히샤무딘이 직접 나서 수사를 독려하는 등 사태를 진정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 입장에서는 왜 현지 카돌릭 교회가 (광의의 기독교)인들이 굳이 말레이 바하사로 하나님을 표기하면서 '알라'라는 용어를 고집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를 묻고 싶을 것입니다. 말레이어와 인도네시아어에는 신을 뜻하는 Tuhan(뚜한)이라는 또 다른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하나님을 '알라'라고 표기해서 문제를 만드는지.

여기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들의 입장(카톨릭)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본다면, 선교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한국 카톨릭교회의 상황을 참고해서 비교해 볼때 한국의 카돌릭은 하늘님/하느님으로 우리 조상들이 미신을 믿어왔던 하늘에 비는 대상을 차용하여 하느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개신교는 유일하신 여호와 하나님을 뜻하는 하나님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는 말레이시아 기독교도 굳이 '알라'라고 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엄연히 무슬림의 신과 하나님은 다른 신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기독교가 잘 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전도와 선교를 위한 문화적인 접근이라는 것은 높이 칭찬할 할 만한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진리가 손상되지 않은 범위 안에서 허용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말레이사 같은 예민한 지역에서 말입니다. 카톨릭이 워낙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인본주의적인 접근을 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사제도가 성경적으로 분명히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허용하고 있는 카톨릭을 생각해 본다면 같은 배경과 맥락이라고 여겨집니다. 우리나라 초기 카톨릭 선교역사를 보면 얼마나 많은 카톨릭 신자들이 제사문제 때문에 순교했는데, 결국 너무 많은 피를 흘리니까 로마교황청이 전도와 선교를 위한 문턱을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이를 너무 쉽게 선교 문화적인 관점에서 허용해 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 스스로 제사 문제로 죽어간 초기 카톨릭 신자들을 모두 부정해 버린 꼴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말레이사에서는 테러의 위협이 증가될지 모르니 또 로마 카톨릭에서는 이랬다 저랬다 할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곳 말레이시아에서는 워낙 기독교 세력이 소수이고 힘이 없다 보니까 카톨릭도 넓은 의미의 기독교로 취급하고 개신교도 다 포함해서 무슬림 쪽에서는 같은 기독교로 취급합니다. 이곳 목사들의 모임에도 가보면 심심치 않게 신부들도 만나볼 수 있고 함께 기도모임도 하고 연합사업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한국에서 온 선교사 입장에서는 참 문제가 많아 보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한편 이해는 가지만. 또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이런 모습은 오히려 더 좋아 보입니다. 연합하고 나누고 아주 인간적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진리라는 관점에서도 볼때는 꼭 좋다고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야 말로 참으로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쨌든 전 세계의 이슬람국가 중 종교간 가장 평화로워 보이던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노골적인 종교테러 사건이기에 현재 주목되고 있고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는 가운데 있습니다. 

M 선교사 (뜨인돌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