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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밝은 햇살이 비추이던 8월 1일 오전, 시애틀 형제교회에 모인 코스타리카 의료 선교팀은 일찌감치 챙겨놓은 의료기구와 약품을 짐차에 옮겨 싣느라 분주한 손길을 더욱 재촉했다. 드디어 10일간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14시간이 자나 코스타리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코스타리카에 도착하니 윤익수 선교사가 선교팀을 반갑게 맞이했다. 후텁지근하고 강렬한 열기 또한 선교팀을 환영하는 듯 했다. 오랜 비행에 이어,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다시 차로 이동해야 하지만 선교팀원들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친 기색보다 활기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선교팀은 코스타리카에 도착한 후 여장을 풀고 바로 다음 날 부터 시작 될 선교사역을 준비했다. 선교팀의 방문을 기다렸는지 곁눈질로 힐끗 힐끗 돌아보며 웃는 이들, 엄마 치마 뒷자락에 숨어 살며시 쳐다보다 환한게 웃음을 보내는 어린 아이들의 시선은 선교팀의 마음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의료선교에는 치과의사 3명과 봉사 10명, 총 13명이 함께 했다. 치과 의사 한 명에 두 명의 봉사가가 협력해 진료를 도왔고, 다른 이들은 장비를 소독하고 건조하는 일, 진통제와 영양제를 나눠주는 일, 치솔과 치약 셋트를 선물하고 바른 양치법을 설명하는 일 등을 담당하며 전문 의료팀다운 모습을 보였다.

사역 첫 날, 선교팀은 상쾌한 산 공기를 마시며 의료 장비와 도구를 정비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꽤 많은 환자들이 벌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더욱 일손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봉사와 섬김,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다

의료팀은 30분 간격으로 환자들을 진료하며 최대한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현지인 목회자는 대기하는 사람들에게 30분 동안 복음을 전했다. 이 가운데는 교회에 처음 온 사람을 비롯해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 처음 들어본 사람도 아주 많았다.

복음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예수님을 처음 들어보고, 교회 문턱을 처음 넘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치아 치료와 함께 영혼의 문제와 삶의 문제를 바라보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해답을 발견했다.

치과 의료선교팀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찾아 온 사람들은 복음을 들으면서 계속 교회에 나오길 희망했다.

지난해에도 형제교회 의료선교는 풍성한 선교 열매를 맺어 의료선교가 진행됐던 교회는 믿지 않던 사람들이 전도되어 1년 새 두 배로 부흥해 있었다. 의료선교팀의 선교가 불신자 전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올해는 코스타리카 현지인 4개 교회와 한인 교회 한 곳에서 의료선교 사역을 요청해왔다.

매일 의료 장비를 셋팅하고 철수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고된 사역이었지만 여러 지역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의 고통을 치료하고 상처 받은 마음에 복음을 전할 수 있어 감사했다.

이런 노력은 500명 이상에게 치아 진료를 실시하고 복음을 전하는 열매를 맺었다. 치과 진료를 받은 현지인들은 "뼈를 깎는 아픔이 사라졌다. 감사하다"를 연발하며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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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에 형제교회의 형제 교회가?

올해 의료선교에는 한인교회 사역도 포함됐다. 현지 치과들은 비싼 의료비를 지불해야함에도 대부분 발치를 시도한다.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영문도 모른 채 발치하는 경우도 흔하다.

오랜만에 한국 의료진을 만난 코스타리카 한인 교포들은 오랜만에 한국 사람들을 만나는 재회의 기쁨과 더불어 치과 상담을 받으며 답답한 마음이 시원해졌다. 의료팀은 한인들 치아 치료와 더불어 가져간 영양제를 전하며 사랑을 전했다.

의료 선교가 한 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이 교회 은퇴 장로님이 시애틀형제교회 의료선교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빛바랜 한 장의 종이를 들고 왔다. 서리 집사 임명장이었다.

양 장로는 '30년 전 시애틀 형제교회 1대 담임이었던 최용걸 목사가 형제교회 담임으로 사역하던 1984년 코스타리카에 방문해, 한 가정에서 열었던 집회를 시작으로 코스타리카 한인교회가 세워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서리집사 임명장에는 최용걸 목사의 이름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코스타리카 한인교회는 모교회의 방문에 감격했고, 아직 최용걸 목사가 살아 있다는 소식에 감사해 했다.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형제교회 의료팀은 한 알의 씨앗이 큰 열매를 맺은 것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숭고한 역사에 숙연해 지기도 했다.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목표를 정했어요!

이번 의료선교는 9학년, 11학년 학생 두 명이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두 명 모두 의사를 꿈꾸고 있었는데, 의사가 되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명을 발견하기 위해 이번 선교에 동참했다.

이들이 선교지에서 의료선교를 통해 본 것은 의사란 직업을 통한 부와 명예가 아니었다. 이들은 생명의 중요성과 한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발견했다. 학생들은 의료팀을 사역을 힘써 지원하고, 시간 날 때마다 빈민촌 아이들의 얼굴을 씻기며 생명을 살리는 의사로서의 비전을 확실히 붙잡았다.

이들은 '나중에 의사가 되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주저함 없이 '생명을 살리고 하나님을 전하는 일에 자신의 인생을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지 않은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얼룩진 손과 볼을 비비면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무너지고 이들은 서로의 웃음 가운데 하나 돼 있었다.

*우리가 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 역사하시는 하나님

올해 형제교회 의료 선교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선교팀은 두 팀으로 나눠 코스타리카 공항으로 입국했는데, 첫 번째 도착한 팀이 가지고 들어간 치과 장비 3대 중 2대와 치과 장비에 장착하는 진료 도구를 공항에 빼앗겼다. 결국 두 번째 팀이 가지고 간 진료 도구를 남은 1대의 치과 장비에 연결해 수많은 사람들을 진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난감하고 앞이 보이질 않았다.

이때 선교팀은 무릎 꿇고 기도했다. 기도는 절망적 상황을 희망으로 바꿨다. 체념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역사를 바라는 믿음을 부어주었다.

장비가 1대 뿐인 위기 상황에서 의료팀은 더욱 한 마음이 됐다. 지혜를 모으고 더욱 팀웤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장비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이렇게 화목하게 사역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10일 동안 가족 이상의 단합된 모습으로 사역할 수 있었다.

또한 치과 기계 3대로 예상했던 환자보다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었다. 하나님을 의지하며 믿음으로 나아갈 때 경험할 수 있는 '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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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고자

코스타리카는 전체 인구 가운데 80% 천주교를 믿고, 10% 안팎이 기독교를 믿지만 이 나라에는 매우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정부 차원에서 치안개선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을 만큼 치안이 매우 불안정하며 마약과 관련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회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자유로운 성문화는 가정과 사회, 국가적 위험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청년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10대 때 남녀가 만나 아이를 낳고, 20대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 동거하며 아이를 갖는다. 또 30대에 또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 자녀를 낳고 살면서 헤어짐과 동거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집에 3-5명인 아이들은 대부분 다른 부모를 가지고 있다. 가정의 불안정은 10대 청소년들에게 5-6살 자녀가 있을 정도로 청소년들의 탈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 목회자들은 "코스타리카의 의료선교도 중요하지만, 삶의 필요보다 영적인 필요를 채워야 이 나라가 변화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체계적인 신학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태라 현지인 목회자들조차 성경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시애틀 형제교회는 현지 교회의 요청으로 중미 교회에 양육 프로그램과 제자훈련 사역을 나누기로 결정했다. 특히 가정관이 약한 나라들이 대부분이라 아버지학교, 부부학교, 어머니학교를 통해 가정을 바로 세우는 사역을 진행하기로 정했다.

올해 의료선교는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 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열었다.

선교를 이끈 정찬길 목사는 "중남미는 인구의 40% 이상이 10대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다음 세대에 큰 소망을 가질 수 있고, 변화 가능성이 큰 땅"이라며 "가정과 교회를 세우고, 더 나아가 한 나라의 경제, 정치, 문화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에 한인 이민교회가 쓰임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기독일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