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돈으로 80명에게 성경 전달 가능”

차드에서 비밀 신자들을 돌보는 한 목회자가 성경을 읽고 있다.
▲차드에서 비밀 신자들을 돌보는 한 목회자가 성경을 읽고 있다. ⓒGCR
미국에서 한 권에 수백 달러짜리 고급 가죽 성경책이 인기를 얻는 가운데, 전 세계 88개국 1억 명에 달하는 그리스도인은 여전히 모국어 성경을 구하지 못해 성경을 읽을 수 없는 현실이 주목받고 있다.

국제 기독교 구호단체인 글로벌 크리스천 릴리프(GCR)는 미국에서 고급 성경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뉴욕타임즈(NYT)의 지난달 보도를 전하고, 이 같은 현상이 말씀에 대한 성도들의 갈망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이면서도, 동시에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고급 성경책은 수제 제본에 프랑스산 고급 용지를 사용하고, 유럽산 송아지 가죽으로 감싼 것으로, 권당 350달러에서 400달러(약 51~59만 원)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출판업계는 ‘말씀의 무게’를 ‘손 안’에서도 느끼고 싶어 하는 성도들의 수요가 늘면서, 고급 성경 시장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GCR은 “성경 접근성 이니셔티브(Bible Access Initiative)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독교인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88개국 1억 명의 기독교인이 모국어로 된 성경을 제대로 구하거나 읽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급 성경 한 권 값인 400달러면, 성경을 단 한 번도 가진 적 없는 성도 80명에게 말씀을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GCR은 모국어로 된 성경을 자유롭게 접하지 못하는 1억 명 중 한 사람인 아우렐리오(Aurelio)의 사례도 소개했다. 멕시코 치아파스 산악 지역에 사는 그는 성경을 가진 적 없을 뿐 아니라, 글을 읽을 줄 모른다. 오랜 세월 술과 폭력, 불의에 맞서는 혁명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믿고, 분노를 품고 살아온 아우렐리오는 예수를 만나며 삶이 바뀌었다.

그는 회심 이후 신앙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문맹이어서 말씀을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GCR 현지 파트너들은 그에게 모국어인 초칠어로 된 오디오 성경을 전달했고, 그는 산에서 나무를 패며 일하는 동안 귀로 성경 말씀을 듣는다고 했다.

이 외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성경이 없는 이들에게 성경을 직접 전달하는 사역자들, 오디오 성경이 삶의 생명줄이 된 차드의 싱글맘의 사례도 소개하며 “그들이 손에 쥔 성경의 가치는 겉모양의 아름다움과 무관하다.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시편 119:103)라는 구절을 그들은 온 삶으로 체득했다”고 말했다.

특히 GCR은 성경의 진정한 가치는 장인 정신이 깃든 제본이나 고급 재료, 외형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닿는 능력임을 강조했다. GCR은 “전 세계 1억 명의 그리스도인이 모국어 성경을 접하지 못하는 사실에 우리 마음이 아파야 할 것”이라며 “오래 남을 고급 성경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말씀을 소중히 여기는 신앙은 말씀을 나누는 신앙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00달러짜리 고급 성경 한 권과 같은 금액으로 성경을 한 권도 가져본 적 없는 성도 80명에게 전달되는 말씀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성경 접근성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성경이 가장 부족한 국가는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인도이고, 각각 1천만 명 이상의 성도들이 성경을 접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성경 보유율, 이용가능한 번역본, 유통망, 경제적 요인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성경 부족 국가 상위 20개국 중 14개국은 아프리카 국가였다. 성경 부족 국가 순위 7위인 우간다에서는 연구용 성경 한 권이 한 달 월세에 해당하는 최소 100달러에 판매됐다. 성경 소유 및 배포를 가장 많이 제한하는 국가는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북한, 모리타니이고, 최소 15개국은 성경 수입, 인쇄 및 배포가 불법이고 성경 소유에 제한이 있다.

성경 접근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18개국은 파키스탄, 소말리아 등이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성경 인쇄가 합법이지만 승인된 기독교 출판사만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인쇄할 수 있다. 소말리아는 1,800만 인구 중 기독교인이 5,000명 정도로, 엄격한 샤리아법에 따라 성경 인쇄, 수입, 보관, 배포가 불법이다. 이러한 나라들은 빈곤, 식량 부족, 열악한 사회 기반 시설로 디지털 성경도 접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