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뇌과학에서는 뇌가 일평생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고 기존의 연결을 강화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현대 뇌과학에서는 뇌가 일평생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고 기존의 연결을 강화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Easy-Peasy.AI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즉...” -잠언 23장 7절

약 100년 전에 근대 신경과학의 아버지인 스페인의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Cajal)은 1913년에 출판한 ‘신경계의 퇴행성 변화 및 재생’에서 성인의 뇌와 척수에서 뇌(신경회로)가 고정되어 있어 절대불변한다고 했다. 그 말은 당시에 핵심 도그마가 되었다.

그러나 현대 뇌과학에서 우리의 뇌는 고정된 기계가 아니라 외부의 자극 경험과 학습, 환경 등에 따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구조화하는 역동적인 능력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가리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혹자는 뇌의 가소성(유연성, 탄력성)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현대 신경과학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어떤 이는 뇌의 가소성 혁명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1. 신경가소성이란 무엇인가?

신경가소성은 신경계가 환경, 경험, 학습 등 외부의 자극에 의해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성인의 뇌가 더 이상 변하지 않는 고정된 뇌, 또는 완성된 형태라고 믿었다. 그러나 현대 뇌 과학에서는 뇌가 일평생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고 기존의 연결을 강화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 구조적 가소성: 학습이나 반복적인 경험 등을 통해 뇌의 물리적 구조가 변하는 현상이다. 새로운 뉴런 사이의 연결(시냅스)이 형성되거나, 사용하지 않는 연결이 제거(가지치기)되는 과정을 포함한다.

* 기능적 가소성: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었을 때 다른 부위가 그 기능을 대신 수행하도록 기능이 전이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사고로 언어 담당 영역이 손상된 환자가 재활을 통해 다른 영역에서 언어 기능을 회복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 시냅스 가소성: 신경세포(뉴런) 사이의 접합부인 시냅스에서 신호전달 효율이 변하는 현상이다.

2. 신경가소성이 작용하는 주요 기전

신경가소성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관여한다.

* 회복적 가소성: 뇌졸중이나 외상성 뇌 손상 이후, 손상된 부위의 기능을 주변의 건강한 조직이 대신 수행하도록 재배치되는 과정이다. 이는 재활치료의 핵심적 근거가 된다.

* 사용의존 가소성: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 혹은 외국어를 익힐 때 특정 뇌 영역이 발달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런던 택시 운전사들의 공간 탐색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가 일반인보다 더 크다는 연구 결과는 사용의존 가소성의 대표적 사례이다.

* 장기강화(LTP): 신경가소성을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원리는 헵의법칙(Hebb’s Rule)이다. ‘함께 발화하는 뉴런들은 서로 연결된다(Neurons that Five together, Wire together).’ 반복적인 자극을 통해 시냅스의 신호전달 효율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현상으로 학습과 기억의 핵심적인 생물학적 기초가 된다. 신경가소성은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특정 시기에만 일어나기도 하며, 여러 유형이 동시에 또는 별개로 유도될 수도 있다.

발생가소성은 태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이 시기의 뇌는 시냅스 과잉 생성과 선택적 제거가 동시에 일어나는 고가소성 상태에 놓여 있다.
▲발생가소성은 태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이 시기의 뇌는 시냅스 과잉 생성과 선택적 제거가 동시에 일어나는 고가소성 상태에 놓여 있다. ⓒparadisehealth
3. 발생가소성

1) 발생가소성의 개념 정의

발생가소성이란 태아기부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에 이르는 뇌 발달 과정에서 유전적 프로그램과 환경적 경험의 상호작용에 의해 신경회로의 구조와 기능이 형성되고 재조직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이미 형성된 회로의 수정에 초점을 두는 성인기 신경가소성과 구별되며, 뇌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의 가소성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신경과학적으로 발생가소성은 신경발생, 신경 이동, 시냅스 형성, 시냅스 제거(pruning), 축삭재배선 등의 발달 단계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2) 발생가소성의 신경생물학적 기전

(1) 발달가소성: 태아기부터 유아기까지 뇌가 급격히 성장하는데, 신경망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시각, 언어 습득 등 특정 기능을 발달시킨다. 임계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2) 시냅스 생성과 제거(가지치기): 발달 초기 뇌에서는 시냅스가 과잉 생성되며, 이후 경험에 의해 자주 사용되는 회로는 강화된다. 이 과정은 회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3) 임계기(critical period): 발생가소성의 핵심 특징은 임계기의 존재이다. 특정 기능(시각, 언어, 애착, 정서 조절 등)은 정해진 발달 시기에 적절한 자극이 주어질 때 정상적으로 조직화 된다. 임계기를 놓칠 경우, 이후 동일한 자극이 주어져도 동일한 수준의 회복이나 형성이 어렵게 된다. 신경 신학적으로 전도서 3장 1절의 ‘범사에 기한이 있다’는 말씀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이해되며, 임계기의 형성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제한됨을 시사한다.

(4) 흥분, 억제 균형: 발생가소성이 멈추고 결정적 시기가 닫히는 데는 GABA성 억제 회로가 점진적으로 성숙하면서 가소성 형성이 열리고 닫히게 된다. 발달가소성의 시간적 한계를 결정한다.

(5) 경험의존적 가소성: 감각자극, 애착, 학습,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 입력이 신경회로의 미세구조를 조정한다. 동일한 유전적 조건에서도 미세구조를 조정하며, 경험 차이에 따라 다른 신경망이 형성된다.

4. 발생가소성과 심리정서 발달의 관계

발생가소성은 인지기능뿐만 아니라 정서 조절, 애착 형성, 스트레스 반응체계(HPA axis)의 조직화와 깊이 연관된다. 예를 들어, 초기 양육 환경에서의 정서적 안정성은 전전두엽-편도체 회로의 성숙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이후 정서 조절 능력의 신경학적 토대가 된다. 이 점에서 발생가소성은 심리 치유, 상담 장면에서 ‘왜 초기 경험이 평생 영향을 미치는가?’를 설명하는 핵심 신경과학적 근거가 된다.

5. 뇌치유상담학적 합의

뇌치유발달학적 관점에서 발생가소성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 초기 발달기 상처는 성격, 정서, 신앙 구조의 신경학적 토대에 각인 될 수 있다.

* 성인기 상담은 발생가소성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성인기 가소성을 통해 보상적 재조직을 유도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 따라서 상담자는 문제를 병리화 하기보다, 발달기 가소성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재학습, 재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발달가소성이란 뇌가 형성되는 시기 자체가 환경에 의해 조직화 되는 능력이며, 이는 이후 인간의 인지, 정서, 신앙, 행동 구조의 신경학적 토대를 결정하는 핵심 원리이다.

6. 발생가소성과 성인기 신경가소성의 차이

* 발생가소성은 뇌가 형성되는 과정 자체에서 작동하는 가소성을 의미하며, 성인기 신경가소성은 이미 형성된 뇌 회로가 경험과 학습에 따라 ‘수정, 조정’되는 가소성을 의미한다. 즉 발생가소성은 구조 생성 중심인 반면에 성인기 신경가소성은 기능 조정 중심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구분된다.

* 발생가소성은 태아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이 시기의 뇌는 시냅스 과잉 생성과 선택적 제거가 동시에 일어나는 고가소성 상태에 놓여 있다. 반면 성인기 신경가소성은 억제성 회로가 안정화된 이후의 뇌에서 작동하므로 변화의 범위와 속도가 상대적으로 제한된다.

* 발생가소성의 특징은 임계기가 존재하여 시각, 언어, 애착, 정서 조절과 같은 기능이 특정 시기에 적절한 자극이 주어질 때 정상적으로 조직화 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이후 동일한 자극으로는 동일한 수준의 회로 형성이 어렵다. 반면에 성인기 가소성은 임계기가 없으며, 반복적 학습, 정서적재경험, 의도적 훈련을 통해 점진적인 회로 조정이 이루어진다.

* 발생가소성은 성격 형성, 정서 반응 양식, 스트레스 처리방식의 신경학적 토대를 결정한다. 따라서 초기 발달기 상처는 단순 기억이 아니라 뇌 회로 수준의 조직화 결과로 이해되어야 한다. 성인기 신경가소성은 이러한 초기 구조를 완전히 재형성하지는 못하지만, 대체 회로 형성 및 기능적 보상을 통해 정서 조절과 행동 변화를 가능하게 된다. 상담과 치유는 바로 이 성인기 가소성의 범위 내에서 작동한다.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손매남 박사
뇌치유상담학적 관점에서 볼 때 발생가소성은 ‘왜 이 문제가 생겼는가?’를 설명하는 원인론적 토대이며, 성인기 신경가소성은 ‘어떻게 변화가 가능한가?’를 설명하는 치유 가능성의 근거이다. 따라서 상담은 발생가소성을 재현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성인기 신경가소성을 통해 발달이 회로의 영향을 재조정하는 과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마땅히 행할 길은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 22:6)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