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BAM-인도선교협의회 상호 협력 위한 양해각서 체결,
남반구 교회들 간 이루어지는 첫 대륙 간 공식 협력”

선교의 중심축이 서구에서 다수세계로 이동한 가운데, 최근 중앙아메리카 파나마에서 다수세계 선교 지도자들이 미래 선교 방향과 전략을 모색한 국제대회가 잇달아 개최돼 주목받고 있다.

◇COMIBAM 2025 파나마 대회 “다중 중심 선교시대 본격화”

COMIBAM 2025 파나마 대회
▲COMIBAM 2025 파나마 대회가 진행됐다. ⓒKWMA
라틴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한 25개국 선교협의회 연합체인 COMIBAM(코미밤, 이베로아메리카 선교협력회)은 지난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파나마시티에서 ‘제5회 COMIBAM 선교대회’(COMIBAM 2025)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라틴아메리카 각 지역과 전 세계 1,500여 명의 선교 지도자, 목회자, 현장 사역자가 참여한 가운데, 세계선교 패러다임이 단극 중심에서 다중 중심(polycentric)으로 전환되는 하나의 이정표로 평가받았다.

한국에서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강대흥 사무총장, 중남미 선교단체인 Vision 800 Global(비전 800 글로벌) 대표 이준성 선교사(KWMA 협력총무), COMIBAM 한국과 아시아 코디네이터 이효진(Reyna) 선교사가 전략적으로 연계하여, 한국 및 아시아 교회들도 선교 콘퍼런스에 적극 참여했다.

COMIBAM은 1987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개최된 제1회 이베로아메리카 선교대회를 기점으로 창설, ‘라틴아메리카, 선교지에서 선교 주체로’라는 선언과 함께 대륙 선교운동을 주도해 왔다. 1997년 멕시코 아카풀코, 2006년 스페인 그라나다, 2017년 콜롬비아 보고타, 올해 파나마까지 5회에 걸친 선교대회를 통해 25개국 선교협의회를 대표하는 네트워크로 성장했으며, 3만 4천 명 이상의 이베로아메리카 선교사를 훈련하고 파송하는 글로벌 선교 연합체로 자리 잡았다.

COMIBAM 연구부는 최근 ‘이베로아메리카 교회와 하나님의 글로벌 선교’라는 대규모 연구 결과에서 “이베로아메리카 선교사가 200개국 이상에서 약 3만 4,000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중 36%는 원주민 및 부족 공동체, 27%는 이슬람권, 12%는 힌두권, 21%는 미국·유럽 내 라틴 디아스포라, 4%는 무슬림 디아스포라 사역에 헌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987년 당시 1,300명에 불과했던 라틴 선교사들의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준 지표이며, 이베로아메리카 교회의 기도와 눈물, 헌신, 후원, 실제적 파송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COMIBAM은 이제 미전도종족을 향한 전략적 파송과 글로벌 협력의 중심 역할을 감당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또, 다중 중심적 선교운동(polycentric movement)으로 전환하고, COMIBAM 아시아, 유럽, 그리고 곧 출범할 중동 지부를 통해 지역 간 교차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선교 컨퍼런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편되는 선교 지형 속에서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협력과 통합적 리더십을 선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에 COMIBAM은 한국과 아시아 지역의 선교 연결을 확장하기 위해 이효진 선교사를 공식적으로 한국과 아시아 코디네이터로 세웠고, 이준성 선교사와도 지속적인 협력을 하여 이번에 39명의 한국 선교사 및 교회 리더가 공식 대표단으로 참가해 선교 전략 포럼, 기도회, 지역별 세션에서 한국교회의 경험과 제안을 나누고, COMIBAM 지도자들과 직접 협력했다.

또한 이 컨퍼런스는 곧이어 진행된 ‘제3차 COALA(Christ over Asia, Latin America and Africa) 국제회의’(COALA 3.0)와도 연계돼,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선교 지도자들이 COMIBAM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기점을 마련했다.

◇COALA 3.0 “비서구 선교 지도자들, 선교 주도 비전과 협력 기반 논의”

COALA 3.0 파나마 국제회의
▲COALA 3.0 파나마 국제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WMA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파나마에서는 50여 명의 비서구권 선교 지도자가 참여한 COALA 3.0 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다수세계 선교운동의 비전과 협력 방안이 균형 있게 논의되고, 미전도 종족 대상 전략적 협력, 차세대 선교 리더십 동원, 지역 간 선교사 교류 플랫폼 개발 등이 논의되면서 글로벌 사우스 간 선교 네트워크를 체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동시에 선교 방향이 ‘북반구 중심에서 다중 중심으로, 서구 중심에서 공동체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대적 전환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행사 첫날 개막 세션에서 말레이시아 출신의 화 융(Hwa Yung) 박사는 기조연설에서 “다수세계 교회가 선교 사명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며 재정적 의존이나 서구 신학적 영향에서 벗어난 진정한 파트너십의 구축을 촉구했다. 화 융 박사는 또한 COALA 운동의 비전과 방향성을 확고히 할 것을 도전하면서, “뚜렷한 의제와 우선순위가 없다면 COALA가 혼란스럽고 산만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작년 방콕에서 채택된 COALA 2.0 선언문도 완결판이 아닌 출발점에 불과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화 융 박사는 다수세계 교회들을 향해 △선교 사명의 ‘주체’로 적극 나설 것 △선교를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이동시킬 것 △‘수혜자’ 의식을 버리고 믿음으로 나아갈 것 △물질적 지원으로 인한 선교 왜곡을 경계할 것 △지역을 초월한 상호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을 비롯한 핵심 과제들을 제시하고, “서구 교회와의 관계에서도 지배나 종속을 넘어 겸손과 평등의 상호 협력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둘째 날 오전에는 ‘공통 기반 구축’(Building a Common Ground)이라는 주제로 전체회의(플레너리)가 진행됐다. 주제발표의 첫 번째 발제자인 한국의 노성천(Paul Noh) 선교사는 “다양한 문화와 교파가 공존하는 다수세계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공통의 토대’를 재발견해야만 진정한 선교운동을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 선교사는 “서구 선교 모델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한국과 아시아 교회들은 자국의 맥락에 맞는 토착적이고 성육신적인 접근을 발전시켜 왔다”며 “기존의 서구 선교 구조를 대체하거나 경쟁하려 해서는 안 되며, 우리가 기존 기관을 대체하거나 경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예수님처럼 섬기는 리더십으로 모범을 보임으로써 그들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권면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집트 출신 타메르 마허(Tamer Maher)는 “교회가 사용하는 ‘성공’의 언어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며 “많은 교회 지도자가 자기도 모르게 비즈니스식 사고방식에 물들어 사역을 성장, 경쟁의 한 형태로 바라본다”고 지적했다. 또 “가정에서는 성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다”라며 “교회는 기업 논리를 버리고 서로를 돌보는 가족 공동체로 연합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마허는 “참된 성공은 교회 규모나 명성, 재정이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신실함과 교회 간의 상호 지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그러한 예로 5년 동안 카이로의 여러 교회 목회자가 매월 모여 순수하게 기도하고 격려해 온 모임을 소개했다. 이어 “성벽이 완성되지 않았다면 자기 구역을 세웠다고 축하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는 함께 성공하거나 함께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케냐 출신 피터 오유기(Peter Oyugi)는 공통 기반 구축을 위해 필수적인 세 가지 요소로 연합, 겸손, 신뢰를 강조하며, “진정한 연합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하는 막연한 연합이 아니라, 성경적 진리에 뿌리를 둔 연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유기는 초대 북아프리카 교회가 거짓 가르침과 불일치, 교만으로 쇠퇴한 역사를 예로 들며, 오늘날 아프리카 교회도 동일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오유기는 “지역 교회들 사이의 극심한 물질적 격차가 겸손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어떤 목회자는 가족을 먹여 살리지 못하는데, 다른 이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전용기를 탄다. 모두가 그리스도의 몸의 일원임을 인정하는 겸손한 섬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신뢰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투명성, 공유된 경험, 끈기 있는 관계 형성을 통해 의도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것”이라며 “신뢰는 자동적이지 않다. 투명성과 함께하는 경험, 인내를 통해 쌓인다. 경쟁의 영을 버리고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형제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COALA의 대표 리더십인 강대흥(Jonas Kang) 목사(KWMA 사무총장)는 이날 서구 교회의 침체를 언급하며 “현대 글로벌 교회가 비관주의를 회개하고, 승리하신 십자가의 그리스도께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사무총장은 “진정한 공통의 기반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섬김, 다양성 속 회복의 모델을 따르는 데 있다”며 “다수세계 교회들이 권력보다 변화, 정책보다 기도, 계급보다 겸손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조별 토의를 거쳐 대회의 비전을 현실로 옮길 실천 방안들이 논의되었다. 또한 COMIBAM과 인도 선교 연합체인 인도선교협의회(IMA)가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COALA의 비전 아래 남반구 교회들 간 이루어지는 첫 대륙 간 공식 협력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KWMA 측은 “COMIBAM과 COALA, 그리고 KWMA, 한인 선교 리더십 간의 연합은 한 지역이 아닌, 모든 지역이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시대를 위한 견고한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강대흥 목사는 “라틴아메리카와 인도 간의 선교 협력은 다른 지역에도 모델이 될 것”이라며 “양측 모두 미전도종족 개척을 위해 서로 전략을 공유하고 선교사를 주고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을 환영했다.

COALA 3.0 행사를 공동 주최한 COMIBAM 사무총장 크리스티안 카스트로(Cristian Castro)는 “문서에 서명한다는 것은 진지하게 임하겠다는 책임을 약속한다는 의미이다. 많은 문화권에서 서명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도 이러한 공식 합의의 가치를 배우고 있다”며 “이번 합의로 생겨날 여러 기회를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교회들과 국가별 선교 운동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교회들은 IMA의 비자 발급, 현지 네트워크 지원 등을 받아 인도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인도 교회도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힌두 및 인도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있는 국가들에 사역자를 보내, 현지 교회들의 훈련과 실제 사역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게 됐다.

◇COALA 운동, 향후 계획은…

이번 대회에서는 COALA 운동의 정체성과 역할을 더욱 분명히 정의해야 할 필요성도 부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흥 목사는 “사람들이 가끔 ‘COALA가 무엇이고, 누가 참여하느냐?’고 묻는다”라며 “COALA의 DNA는 무엇이며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 한 단계씩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목사는 향후 계획으로 “올해 10월 한국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복음연맹(WEA) 총회 기간 중 COALA 3.5로 명명된 별도 트랙 모임을 갖고, 여기서 COALA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며 협력 실행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자리에서 COALA의 사역을 나누며 많은 비서구권의 이해와 참여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COALA 4.0 대회는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며, 싱가포르 세계선교센터(SCGM)의 마니크 코레아 대표 팀이 준비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서구 선교단체들의 옛 거점이자 토착적 아시아 선교 운동의 성장 중심지로서, 대륙 간 선교 연결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 위치로 평가된다. 마니크 코레아는 “싱가포르는 작은 나라지만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전략적 장소를 차지하고 있다”며 “COALA가 와서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이 각 지역 교회의 불꽃을 지피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라틴아메리카에서 COALA 3.0을 개최한 것은 이 지역 교회의 성숙을 보여주는 신뢰의 표시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카스트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이러한 운동들이 우리를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전 세계에서 온 50명의 리더가 한 방에 모여, 그들이 대표하는 수많은 교회와 선교사들을 생각하며 함께 고민했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하다”고 말했다.

COALA 3.0에서는 차세대 지도자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대만 출신의 젊은 여성 목회자가 전체회의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서는 등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할당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강대흥 목사는 “우리 모두 나이가 들어간다. 젊은이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언젠가 책임을 떠맡게 될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고 동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간의 대회를 마무리하는 저녁 폐막식에는 모든 참석자가 성찬식을 나누며 영적 연합을 다졌다. 또한 사흘 동안 열정적으로 진행된 비전 공유와 문화 교류, 관계 형성을 하나님께 봉헌하며 다시금 선교 사명을 새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KWMA는 “비록 COALA 운동의 미래 청사진이 아직 완전히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파트너십의 형성, 지역별 자발적 이니셔티브의 확산, 높아진 선교 긴박성을 바탕으로 단순한 네트워크를 넘어 다수세계 주도의 연합 선교를 위한 촉매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