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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선언문에 나타난 로잔신학’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한국로잔위원회 분과위원회인 한국로잔교수회, 목회자위원회, 신학위원회, 국제협력위원회(선교사), 청년학생위원회(YLG), 전문인위원회에서 목회자, 교수, 선교사 등 50여 명과 평신도 50여 명이 참여해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컨퍼런스는 강남중앙침례교회(최병락 목사), 강남제일교회(지성윤 목사), 늘사랑교회(송호철 목사), 성광교회(김재홍 목사)가 후원했다.
1부 예배는 한국로잔교수회 총무 마민호 교수의 사회로 박형진 교수(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의 기도, 한국로잔교수회 2대 회장 장훈태 교수의 설교로 드려졌다. 장 교수는 ‘예수의 복음’(마 4:12~17, 23~25)이라는 주제의 설교에서 “예수님은 큰 빛의 복음, 회개의 복음, 천국 복음을 선포하셨다”라며 “저와 여러분도 이러한 복음을 전하는 사명자의 길을 걸어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이 길을 걸어가려면 하루 성경을 40장씩, 1년에 13~14번 읽으며 말씀 속에 빠지고, 한국교회를 향해 더 깊은 기도와 부르짖음으로 엎드려야 할 것”이라며 “다시금 깨어 일어나 ‘한국교회여 일어나라! 신학자여 일어나라! 복음으로 일어나라!’는 메시지를 외치며 승리할 수 있기를 축복한다”고 말했다.
한국로잔교수회는 앞서 로잔교수회를 위해 봉사하고 학회 발전에 기여한 회장들에게 공로패를, 제4차 로잔대회에서 헌신한 교수들을 위해 감사패를 전달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2012년 한국로잔교수회 초대 회장 박영환 교수(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2012년 2대 회장 장훈태 교수(백석대학교 은퇴교수), 2016년 5대 회장 김승호 교수(한국성서대학교), 2018년 7대 회장 김성욱 교수(총신대학교)에 공로패를 전달했으며,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에서 한국로잔위원회 총무로서 역할을 감당한 최형근 교수(서울신학대학교), 2023~2024년 로잔교수회 회장으로 역할을 감당한 구성모 교수(성결대학교)에 감사패를 각각 전달했다. 이어 김재홍 목사(성광교회 담임)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로잔의 총체적 선교신학, 세계 복음화에 공헌”
안희열 회장이 좌장으로 섬긴 2부 컨퍼런스 발표회는 발표 1에서 변진석 박사(GMTC·한국해외선교회 2대 원장)가 ‘로잔 문서에 나타난 복음주의 총체적 선교신학’에 대해 발제하고, 최형근 박사가 논찬했다.
변 박사는 먼저 20세기의 1, 2차 로잔대회와 21세기의 3, 4차 로잔대회에서 산출된 기초 문헌들을 중심으로, 로잔의 총체적 선교신학(integral mission)의 형성 과정과 내용, 한국교회와 선교운동에 미친 영향과 의의를 소개했다.
이어 “로잔운동이 발전시켜 온 총체적 선교에 대해 여전히 석연치 않아 하는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고, 일부 총체적 선교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복음 선포를 경시하는 경향을 복음주의자들은 경계하는 목소리를 발하곤 한다”며 “예를 들어, 크레이그 오트(Graig Ott) 트리니티신학교 교수는 창조 명령은 하나님과 화해를 통해서만 가장 깊은 차원에서 성취되고 복음 명령은 오로지 교회만이 받았기 때문에, 창조 명령과 복음 명령을 구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변 박사는 “그러나 저는 ‘창조 명령’과 ‘복음 명령’이 두 가지 명령이 아니라, 실제로는 한 가지 명령이라는 주장을 하고자 한다”며 “예수님의 ‘최후의 명령’(유언)이라고 일컫던 지상명령이 사실은 인류가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던 ‘최초의 명령’으로, 하나님은 원래 창조목적을 이루기 위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일하신다. 예수를 통해, 예수 안에서 하나님은 인류를 향해 원래 가지셨던 목표와 계획대로 하나님과 함께하고 하나님을 대리할 수 있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류를 재창조하는 과정을 성취하셨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님과 화목된 백성으로서 재창조된 교회는 장차 완성될 하나님 나라에서 회복될 인류의 모습을 미리 맛보여 주는 공동체로서 하나님의 창조 사역(혹은 재창조, 새창조 사역)에 참여하고 있다”며 “창조의 관점에서 선교를 다시 바라보게 될 때, 그리스도의 복음을 모든 인류를 위한 ‘공적 진리’로 세상에 더 담대히 선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진석 박사는 “우리의 선교 과업 또한 하나님의 온 우주를 향한 창조 목적을 이루는 일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럴 때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함께 참여하는 동역자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며 “로잔의 총체적 선교 신학이 복음과 성경에 충실한 내용을 발전시켜 세계 복음화에 크게 공헌해 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변 박사는 이와 함께 “로잔운동은 50년 동안 다양한 지역의 복음주의자들에게 총체적 선교 신학을 구축하는 네트워킹 역할을 해왔고, 대략 15년 주기로 개최되어 온 로잔대회는 시대를 이해하고 세계 복음화를 위한 신학적 통찰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참석자들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역할을 했다”며 “서구 중심의 신학적, 문화적 정체성을 해체하고 기독교의 다중심성(polycentric Christianity)을 드러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최형근 박사는 논찬에서 “로잔운동에서 촉발된 복음전도의 우선순위 논쟁은 제4차 로잔대회를 전후해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면서 “교회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하고 살아낸 하나님 나라의 가치, 즉 하나님 백성이 일상의 삶에서 복음의 본질을 구현하는 복음의 해석의 역사로, 제가 지난 26년 동안 로잔운동에 참여하며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교회의 궁극적인 목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에 만연한 이분법적 사고에 뿌리를 둔 ‘복음주의적 영지주의’를 넘어, 개인과 사회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총체적으로 변혁하고 갱신할 신학적 탐구와 성찰, 선교적 실천이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선언,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보편성을 다원주의 시대의 언어로 고백”
발표 2에서는 한철호 선교사(미션파트너스 상임대표)가 ‘로잔 서울 선언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시대적 이해’에 대해 발제하고, 구성모 박사가 논찬했다.
한 선교사는 제4차 로잔대회 전후 한국 보수주의 일각에서 ‘서울 선언이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악화시키고 종교 다원주의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배경과 신학적 쟁점을 소개하고, 다원주의 사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을 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철호 선교사는 “서울 선언문은 독립적인 문서가 아니라, 로잔 언약, 마닐라 선언, 케이프타운 서약 등 50년 동안 로잔에서 발표한 신앙고백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며 “1974년 로잔 언약에서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분명히 계승한다고 선포함에도 불구하고, 일부가 여전히 서울 선언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표현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한 착시 현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예수님은 진리를 주로 비유, 이야기 등 삶의 경험과 관계를 통해 전달하셨고, 진리를 삶으로 보여주셨다. 반면 초대교회는 진리를 보존하기 위해 철학의 언어를 빌려 교리를 정리했고, 서구 신학은 그 교리를 더 체계화하고 합리화하여 신학을 학문으로 발전시켰다”라며 “오늘날 신학과 교회는 다시 예수님의 이야기 방식, 곧 관계, 삶, 이야기 중심의 진리 전달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학자는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톰 라이트(N. T. Wright), 마히클 고힌&크레이그 바르톨로뷰,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 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날 기독교는 더 이상 유럽 중심의 서구 종교로 한정되지 않으며, 단순한 기독교 중심의 지리적 이동 차원을 넘어 복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청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며 “전통적인 서구 신학은 개념적이며 추상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문화권의 비서구권은 전통, 이야기, 드라마, 상징, 공동체적 경험을 통해 진리를 전달해 왔으므로 오늘날 신학은 교리를 ‘이야기’의 틀 안에서 다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은 필연적으로 그리스도의 보편성을 수반한다”며 “서울 선언은 복음이 특정 민족, 문화, 언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인류를 향한 보편적 구원의 메시지임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한철호 선교사는 다원주의적 사회에서 복음을 전할 때 △겸손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소통하고 △논쟁이 아닌 관계를 통해 복음 전하기를 시도하며 △문화적 감수성을 가지고 접근하고 △복음의 유일성을 독선적이 아니라 포용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공통된 인간의 질문에서 출발할 것을 언급하며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다원주의적 사회에서 ‘기독교만이 유일한 진리’라는 선언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이 직면한 문제에 유일한 답’이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논리적이고 신학적인 주장보다 경험과 이야기, 또 논리와 설득을 통해서가 아니라 공감과 초대를 제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탁월성, 유일성, 보편성을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서울 선언에 대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을 다원주의 시대의 언어로 고백하고자 하는 신학적, 선교적 시도의 일환이며, 다원주의적 문화와 세계관이 지배적인 오늘날 복음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효과적으로 소통하려는 복음주의 공동체의 집단적 응답”이라고 분석했다. 한 선교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이 현대 문화 안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복음이 각 문화의 맥락 속 언어로 번역되고 실현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과제 앞에 서울 선언은 문화적 감수성과 선교 전략이 결합된 표현을 모색하는 노력을 반영하고, 선교적 실제를 위한 실천적 지향을 담는다”고 말했다.
구성모 박사는 “본 발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을 다문화적 시대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전략과 신학적 지혜를 담고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에 대한 신학적 균형 감각과 다원주의 시대를 고려한 표현 방식의 전환, 신학적 포용성과 공동체성의 구현, 복음의 ‘문화 번역 가능성’에 대한 신학적 강조 등의 긍정적 부분이 있다”고 논찬했다. 그러나 “‘이야기 신학’이 신학적 명확성과 교리적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문화적 번역과 신학적 타협은 엄연히 다른 영역인 점, 로잔운동이 ‘성경의 권위와 능력’을 강조하지만 ‘성경의 완전 무오성’에 대한 명시적 진술이 부족하다는 점은 일부 비판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는 등 비판적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사역 현장에서 로잔 신학 확장을 위한 방안은?
이어 안희열 회장을 좌장으로, 발제자와 논찬자가 모두 참여하는 전체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한 목회자는 자신이 로잔대회에 다녀온 이후, 로잔운동에 대해 잘못된 프레임을 가진 성도가 교회를 떠났다며 대응 방안을 물었고, 한철호 선교사는 “누군가 올린 유튜브를 보고 성도가 그런 생각을 갖게 됐는데, 로잔 언약에는 분명히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말하고 다원주의를 절대 배격하는 표현이 있다”며 “겸손하게 경청하고, 최대한 설득하는 목회적 노력이 필요하고, 신학자들과 반추하는 분들이 철저히 반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형근 박사는 “이 세상이 가진 세계관적 전제나 확증 편향적인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오히려 이 로잔 문서를 가지고 성도들과 함께 나누길 권면한다”고 말했다.
안희열 박사는 “많은 평신도가 팩트 체크가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디어, 유튜브, SNS에 올라온 것을 백지상태에서 그대로 받기 때문에, (그것을) 맞는 것으로 안다”며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목사님들이 로잔 신학과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성도들의 질문에) 답변해 줄 수 없는데, 진행 측에서 평신도들이 오해하지 않게 이런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0년간 로잔운동이 진행되어 왔으나, 선교 현장에서는 로잔 신학보다는 교단 신학이 적용되고 많은 선교사가 로잔을 모르는 등 선교 현장과 로잔이 멀리 있는 것 같다는 참석자의 지적에 변진석 박사는 “(제가 있는) GMTC가 속한 GMF는 2015년 법인이사회가 로잔 문서를 GMF의 신학과 선교 방향으로 정하기로 결정 내렸다”라며 “현장 선교사들은 활동 중심적, 사역 중심적으로 하다 보니 신학적 성찰과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자기 교단과 신학을 넘어서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하나님 백성과 함께 이해한 복음과 선교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지교회별로 더 많이 노력하고, 선교단체들과 회원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근 박사는 “로잔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복음의 중심성이라고 생각한다. AD2000 & Beyond Movement, 10/40윈도우, 미전도종족 입양, 비즈니스미션, 마켓플레이스 등 로잔운동의 문서에 나온 실용적이고 적용 가능한 것을 한국교회가 다 했는데 로잔운동은 잘 모른다”라며 “한철호 선교사가 이야기한 타당성, 개연성 구조를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목회자, 선교단체, 신학교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없이는 한국교회를 갱신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성모 박사는 “신학의 궁극은 결국 교인이 바른 신앙생활을 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며, 이것이 부족하다면 신학은 신학자들의 고유영역으로 끝난다. 그런 면에서 이 문제를 좀 더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하고, 이것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주장한들 그들만의 리그에서 일어난 일이지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고 말했다. 구 박사는 “그래서 로잔운동의 향후 과제 중 중요한 것은 어떻게 구체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인가이다”라며 “교회 단위에서부터 평이한 로잔 내용을 가르쳐주는 운동이 전개돼야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파고드는 세력에 대해 버팀목이 되고 방어가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민호 박사는 “어떠한 선교 운동도, 어떠한 교회도, 어떠한 신학도 완벽한 신학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교회의 현재 최대의 문제는 복음의 총체성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들이 높아져 가고 있다. 우리는 부분성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거짓은 아니지만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는 오류에 빠져 있으면 안 된다”라며 “그래서 늘 어디에 있든지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들을 감당해야 한다. 토론공동체로서의 교수들은 오늘 나왔던 이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실천공동체에 있는 선교 현장의 선교사님들과 목회 현장의 목사님들은 그 아픔을 안고 어떻게 성도들을 바르게 인도하고 복음을 전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부담과 거룩한 부담을 가지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희열 박사는 이번 컨퍼런스에 대해 “로잔대회가 끝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로잔교수회에서 로잔신학을 재정립하고, 이곳에서 질의응답 받으며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성경적 복음주의 신학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로잔신학이 목회 현장과 선교 현장의 생명의 젖줄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발견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