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인 목사·조동진 목사 밑에서 선교 비전과 영성 배워
“주께 받은 것, 주 앞에 가는 순간까지 다 쓰고 가고 싶어”

김영휘 목사
▲김영휘 목사는 “내년 1월 선교지로 가면 우선 수마트라의 단중에님에 있는 현지 신학교에서 교수 사역과 제자 양육 사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어차피 노후로 못 쓰게 될 것들을 주님 앞에 가는 순간까지 다 쓰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더 귀한 가치가 될까요.”

내년 1월 중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오지로 선교를 떠나는 70대 은퇴 목사는 주저함이 없었다. 평생 ‘선교적 교회’와 ‘선교적 목회 리더십’, ‘선교적 삶’의 중요성을 지역교회에 확산하기 위해 헌신한 노(老) 목사는 스스로가 설파해 온 것처럼, 자신의 남은 인생의 일정 기간을 해외 선교지에서 보내기로 결단했다.

교회에서 2년만 더 목회하면 원로목사가 될 수 있는데도, 정년이 되기 전인 2016년 조기 은퇴한 목사는 지난 8년간 선교 훈련 프로그램 강사로, 교회 선교부 지도목사로, 청년 선교 헌신자들의 멘토 등으로 섬긴 후 모든 것이 낯선 인도네시아 땅으로 떠난다고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사모와 함께 선교지로 떠나야 했지만, 사모는 올해 5월 초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갑작스레 하늘로 떠났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김영휘 목사를 만나 개인의 인생 여정과 각오, 한국교회의 선교적 현안까지 두루 나눴다.

김영휘 목사는 직장 생활을 하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충현교회(당시 김창인 목사 시무)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다 미국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을 수료하고, 1995년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에서 동양인 최초로 박사 학위(논문 ‘설교에 있어서의 성령의 역할’)를 받았다. 인랜드한인교회에서 목회를 하며 학업을 병행했고, 한국에 돌아와 1998년부터 2016년까지 18년간 서울남교회에서 목회하며 선교를 교회의 본질로 삼는 ‘선교적 교회’로 체질을 변화시켰다. 이 외에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운영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명예(순회)선교사, 시니어선교한국 실행위원, 청년선교회 인턴선교사 지도위원, 은혜와평강교회 선교부 지도목사로 활동 중이다.

-인도네시아 선교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해외 선교를 결단하신 계기와 앞으로의 각오가 궁금합니다.

“사실 제 나이 또래가 되면 이미 목회 일선에서 은퇴한 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편히 쉬면서 노후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든 어디든, 선교지에 간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로 여겨져 주변에서도 걱정들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지에 가려는 이유는 제가 특별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요한복음 20장 21절에 예수님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에요. 모든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 ‘보냄 받은 자’의 의식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이지요.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에로의 ‘부름 받은 자’이지만 동시에 ‘보냄 받은 자’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고, 보냄 받은 자로 살기 위해 선교지로 가기로 결단했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더 놀라운 계획과 비전이 있으시겠지만, 저는 우선 수마트라의 단중에님에 있는 현지 신학교에서의 교수 사역과 제자 양육 사역을 통해 사람을 세우는 일을 하려고 해요. 또한 현지 교회의 목회자들과 사역자들의 재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을 영적으로 재충전시키고, 교회들을 건강하게 세우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 일을 위해 저는 한국에서 평신도 전문인 선교사들을 초청해 팀 사역을 하면서, 현지교회들을 자립형 교회로 세우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생각입니다. 하나님께서 건강과 여건을 허락해주시는 한 2년 정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과정은 어떠했나요.

“저는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군을 제대한 후 5~6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요즘 말로 ‘빡세게’ 일했지요. 물론 그 당시에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지만, 항상 주님께 대한 갈급한 심령이었습니다. 문득 ‘이렇게 인생을 마칠 수는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지?’하는 깊은 고민과 기도를 하던 중 하나님께서 목회자의 길을 가도록 결단하게 하셨어요. 그 이후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 믿습니다.”

-이후 영적, 사역적 성장에 큰 도움을 주신 멘토가 있나요.

“1970년대 초 제가 사역자로서 영적, 사역적 성장에 영향을 주신 두 분을 말씀드린다면, 충현교회를 설립하신 김창인 목사님과 당시 후암교회 담임목사이시고 후에 KIM선교회(현 GP선교회)를 창립하신 조동진 목사님입니다. 김 목사님의 지도 가운데 충현교회 부교역자이자 선교위원회 지도교역자로서, 특히 그분의 선교적 목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어요.

김 목사님은 커다란 세계 지도를 놓고, 중요한 지역마다 해외 한인교회를 세우고 그곳을 선교의 전초기지로 삼으셨어요. 그 당시에는 그것이 전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금은 그 한인교회들이 크게 성장하여 해외선교의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많이 줄었지만, 해외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 수가 약 6천 개이고 재외동포가 약 720만 명(2018년 12월, 외교부 재외동포통계 자료)에 이릅니다. 이들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와 국내 지역교회와의 선교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명실공히 엄청난 선교의 역사를 다시 회복할 수 있으리라 보는데요, 이런 면에서 김 목사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선교의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가지셨던 분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조동진 목사님을 통해서는 선교를 좀 더 전문적으로 알게 되었는데, 이는 하나님이 제게 주신 또 다른 은혜입니다. 조 목사님은 매년 여름에 동서선교세미나를 개최하여 외국의 여러 선교 분야의 석학자들을 초청하고, 선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들을 공유하도록 했지요. 저는 여기서 선교에 대한 많은 지식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김영휘 목사
▲김영휘 목사는 “김창인 목사님을 통해 선교적 목회를, 조동진 목사님이 개최한 동서선교세미나를 통해 선교의 지식과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선교계나 목회계의 리더십이 바뀌더라도 어떤 하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속성 있게 다루면서 구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노력과 성실성이 한국교회와 선교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미국 유학 및 이민교회 목회 시절은 어떻게 보냈나요.

“미국 유학을 가게 된 동기는 기왕에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바에는 세계를 좀 더 알고, 서양의 신학과 학문 세계를 널리 배워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또한 당시 모교회에서 실시했었던 ‘선교학교’(Mission Sunday School)의 과정을 처음으로 도입하고 지도하고 있을 때, 후에 제가 가게 된 미국의 풀러 선교대학원 커리큘럼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므로, 그 신학교를 꼭 다니고 싶었어요.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겪는 고난도 많이 경험했지만, 그 모든 과정을 지내면서 무엇보다도 제 아내와 함께 고난 가운데 얻는 하나님의 세미한 인도하심과 성취의 기쁨을 경험하는 감사의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더욱이 학업과 이민교회 목회를 병행한다는 것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가 다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두 마리를 다 잡게 하신 것도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한국교계와 한국선교계 리더로도 오랜 기간 활동해 오셨는데요, 한국교회와 한국선교의 미래를 위한 진단과 고견도 듣고 싶습니다.

“목회와 선교의 일천(日淺)한 경험자로서 한국교회와 선교의 미래를 감히 말할 자격은 없지만, 평소에 늘 생각해 오는 고민과 기도가 있어요. 첫째로 지난날 우리의 선교와 목회를 돌아보는 자성(自省)과 회개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한국선교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로 교회 성장과 더불어 복음을 ‘받은 자’로부터 ‘주는 자’로서 위대한 선교한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2천 년대에 들어, 어느 때부턴가 소위 선교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이른 후부터는 그 열정과 헌신이 식어서 정점을 이미 찍고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었다고 많은 분이 염려하고 있어요.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한국교회와 선교의 미래를 염려한다면 더 이상의 많은 사역을 계속해 나가는 일보다는 과감하게 선교의 모라토리엄(moratorium)을 선포하고,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자성과 회개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지난 코로나 3~4년의 기간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그런 적절한 기회였다고 보는데, 우리가 그것을 놓친 것이 참으로 아쉬운 것 같습니다.

둘째로는 교회와 선교가 항상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해외선교든, 이주민선교든 어떤 선교든지 간에 선교는 항상 교회와 함께 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우리는 흔히 당연히 함께 가야 한다고 말은 쉽게 하지만, 실제는 전혀 다르다고 봐요. 그러니까 교회와 선교가 함께 가는 것이 어떤 함의(含意)를 뜻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한 실제 방안과 실천들을 서로 피나게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셋째로 선교계나 목회계의 리더십이 바뀌더라도 어떤 하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속성 있게 다루면서 구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노력과 성실성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날이 갈수록 선교와 목회의 핫이슈들과 키워드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것들 가운데 급변하는 세상과 함께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간 오랫동안 지속해서 내려온 것들이 많다고 봐요. 예를 들어 다음세대 리더 양육의 문제는, 제가 알기로는 30년 전부터 거론되어 온 이슈인데 지금도 회자 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문제일지라도 그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문제에 대해 지속적이고 가능성 있는 실천 방안들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상호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역사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정말로 주님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국선교의 뿌리는 지역교회입니다. 지역교회를 선교적으로 일깨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교회론을 성경에 입각하여 다시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교회의 본질 혹은 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하여 성경 신학적인 정립을 다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교회가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신학교나 연장 교육을 통해 목회자가 모두 ‘선교적 교회의 목회적 리더십’을 확고하게 갖추어야 한다고 봐요. 더 나아가서 교회 선교나 교단 선교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The Kingdom of God)를 세우는 ‘킹덤 선교’를 지향해야 합니다. 더욱이 성도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선교적 삶을 살도록 지도해야 하는데, 요즘 이주민선교 시대를 맞아 성도들을 국내 이주민 선교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선교적 삶을 살게 하는 최적의 기회라고 봅니다.

또한 지역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3차원의 역동적인 선교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1차원으로는 그리스도와 인격적인 ‘만남’의 공동체, 2차원으로는 그리스도를 만나 성도들끼리의 진정한 ‘나눔’의 공동체, 3차원으로는 앞서 만남과 나눔의 지체들이 세상으로 ‘흘려보냄’의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3차원의 공동체의 특성을 가질 때 그 지역교회는 역동적인 선교적 교회로 거듭나게 되리라고 봅니다.”

김영휘 목사

-시니어 선교사로서 선교에 관심 있으신 시니어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권면과 도전의 말씀을 부탁드려요.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이제는 100세까지 사는 시대가 되었어요, 그렇다면 보통 사회에서 은퇴한 이후 3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그동안은 가정과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로 살아왔다면, 이제 남은 시간은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봐요. 심각한 고령화 시대에 교회도 적극적으로 시니어 성도들을 지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신문에서 인간의 물리적 몸값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 보통 건강한 사람의 몸속에 있는 모든 장기와 지체들의 값이 약 153억 원어치가 된다고 해요. 그러니까 어떤 장기나 지체가 고장이 나서 쓰지 못하게 될 경우, 치러야 할 가치는 그만큼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노화 현상으로 자꾸만 하나씩 하나씩 고장이 생기게 되고, 죽으면 다 흙으로 돌아갈 존재들입니다. 내가 정말로 그리스도를 만난 사람이라면, 우리가 지닌 모든 지체는 이미 내 것이라곤 하나도 없고 주님으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노후로 못 쓰게 될 것들을 주님 앞에 가는 순간까지 다 쓰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더 귀한 가치가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감히 이 나이에도 선교지에 가기로 결단을 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해요.

제 몸값이 153억 원어치는 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배우고 익히고 경험한 것들까지 합치면 적어도 그보다 더한 값어치가 되지 않겠어요? 그런 것들을 주님으로부터 거저 받았으니 이제 남은 인생은 거저 돌려드려야 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요? 저는 이것이 그냥 사장(死藏)돼 버리고 만다면 ‘냉동된 자산’(frozen property)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이 보시기엔 얼마든지 쓰임 받을 수 있는 자산들인데, 안타깝게도 주의 나라와 영광을 위해 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면 하나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안타깝게 여기실까요. 적어도 이런 마음을 갖는다면 시니어 세대들 가운데 선교적 자원으로 쓰임 받으실 분들이 엄청 많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