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하나님이 민수기를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 선교에 대해 묵상해 보고자 한다. 민수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하면서 시내산의 출발로부터 모압에 이르기까지의 약 38년간의 광야 여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오로지 하나님께 대한 반역과 불평으로 일관했었던 그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부가 죽음의 광야에서도 생존하여 마침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심판 가운에서도 긍휼과 자비를 잊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수기의 역사를 하나님 선교의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하나님의 군대와 선교’라는 제목으로 묵상해 보고자 한다.
먼저 민수기 9장 14절을 보면, ‘만일 타국인이 너희 중에 거류하여 여호와 앞에 유월절을 지키고자 하면 유월절 율례대로 그 규례를 따라 행할지니 거류민에게나 본토인에게나 그 율례는 동일할 것이니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이 아닌 타국인일지라도 유월절 축제에 동참하기를 원한다면 그들도 참석할 수 있다는 새로운 법령에 대해 말씀하고 있다.
그 대신 타국인이 유월절에 참여하려면 이스라엘과 동일한 규례를 지켜야 하므로 개종을 한 후에는 그들도 할례를 받아야 하고, 또한 히브리인의 율법에 순응해야만 비로소 유월절 예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출 12:48~49). 그러나 어찌 되었든 가장 이스라엘적이고 가장 선민적이라 할 수 있는 유월절 예식에 타국인도 함께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은 이스라엘이 단순히 혈연적으로만 구성된 폐쇄적 집단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는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함께 우거한 타국인들도 고아나 과부와 마찬가지로 3년마다 십일조와 농산물을 분배받을 수 있었고(신 14:29), 안식년에는 아예 토지의 전 수확물을 수거할 수 있음도 보여주고 있다(레 25:6). 또한 종교적인 면에서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들과 같이 정결 의식법(민 19:10, 레 17:13~16)과 안식일 법(출 20:10, 신 5:14)을 지킬 수 있으며, 속죄 제물을 바칠 때는 금식을 하고 희생물을 바치며 각종 축제일도 참석할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님을 섬기는 일과 사회적인 각종 혜택을 누리는 일에 있어서 이방인들과 이스라엘이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런 사실은 이방인들에게도 여호와 하나님께 대한 신앙과 언약으로 맺어진 신앙 공동체를 향해 일찍이 문호를 개방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며, 결국 이것은 장차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타국인도 하나님 안에서는 한 형제와 한 자매가 될 수 있다는 위대한 선교적 섭리와 비전을 미리 보여주신 것이다(롬 2:28~29).
또한 본문에서 특별히 시내산을 출발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인구 조사를 명하신 것은 우선 광야 여행 중에 효율적인 관리를 보여주신 의미도 되지만, 이는 가나안 정복 전쟁을 앞두고 하나님 군대의 편성 조직을 말해 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오늘의 교회들이 선교적인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어떤 결연한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와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인구 조사를 통해 이스라엘은 그간 애굽의 압박과 보호 아래 무의식적으로 가져왔던 노예근성을 완전히 청산해야 하는 한편, 보다 능동적으로 하나님의 영광과 자신들의 기업을 위해 힘껏 싸워야 할 하나님의 군사로서의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백성들의 인구 조사를 관장해야 할 각각의 지파 책임자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지적함으로써(4~15절) 그들을 당신의 막강한 군사로 양성하시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 주신 것이다. 이것은 오늘의 성도들이 세상에서 불가불 악의 세력들과 능동적으로 맞서 싸워야 할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엡 6:12), 하나님의 교회를 ‘전투적 교회’라 부르는 이유인 것이다.
그러므로 민수기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군대로 개편하여 다루신 모습을 보면서 오늘의 교회들이 죄와 사탄과 싸워야 할 ‘전투적 교회’의 모습으로 무장해야 할 것과 성도들의 신앙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의 군대가 모든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60만 명이나 되는 많은 병력의 숫자보다는 자신들을 도우시는 하나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앙 때문이었다. 또한 그와 더불어 이스라엘의 군대조직이 상당히 공고했음을 잊어서는 안 되는데, 이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적과 싸워 능히 이길 수 있는 정예부대로 조련하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민 21:1~3, 21~35, 31:1~54).
그렇다. 오합지졸의 군대는 결단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영적 무장을 견고히 갖추지 못한 교회 역시 영적인 전투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도 바울도 분쟁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고린도 교회를 향해 경고하면서 승리를 위해서는 먼저 견고한 영적 질서를 갖추어야 할 것을 강력히 권면한 사실을 본다(고전 14:33, 40).
그러므로 오늘날 적지 않은 교회들이 “죄와 싸우되 아직 피 흘리는 정도로는 대항치 아니”(히 12:4)하는 안일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교회가 세상에 대해 패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는 하나님의 전신 갑주로의 무장과 하나님의 군대로서의 철저한 인식의 전환, 그리고 이에 따른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갖추지 못한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모든 교회들이 하나님 나라 확장에 대한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기 위해 부름을 받은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뿐만 아니라, 이에 따라 강력한 영적 군사로서의 훈련과 조직을 갖추어야만 영적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민수기에서 이스라엘의 군대조직으로써 필요한 인원 점검은 모세와 각 지파 우두머리들의 지휘 아래 이루어진 것을 본다(민 1:4~16). 그러나 모세와 그들을 세우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군대를 조직한 분 역시 하나님 자신이시다. 나아가서 군대의 계수를 명하신 분도 하나님인 것(민 1:1~3, 1:19)은 역시 하나님이 군대 조직의 주체이심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의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은 각 시대마다 믿음의 선한 싸움을 위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만한 군사들(성도들)과 우두머리들(교회 지도자들)을 세우신다. 따라서 복음의 일꾼으로 부름을 받은 우리는 보다 더 비장한 마음으로 영적 전투(선교)의 최전방에 서서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할 것이다.
[말씀묵상기도]
1. 구약시대에도 여전히 타국인(이방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저희들이 그동안 폐쇄적인 마음을 가졌던 것에 대해 회개하게 하시고 그들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갖게 하소서.
2. 오늘의 교회들이 당시 이스라엘의 군대조직과 같이 영적인 싸움을 잘 싸우기 위해 ‘전투적인 교회’들로 무장 되도록 견고한 조직과 훈련을 갖추게 하소서.
김영휘 목사/선교사
KWMA 운영이사
시니어선교한국 실행위원
서울남교회 은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