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의 세례는 순교의 실천으로 나아가는 과정
사도 바울에게 세례는 전인적인 삶의 일치이자 표지재세례의 ‘아나’는 ‘다시’뿐 아니라 ‘위로부터’ 의미
세례 이후 부단한 실천과 성화의 과정 가야
현대교회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오늘날 많은 성도의 의식 속에 구원의 수속 정도로 전락한 ‘세례’의 의미와 위상을 복권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전겨자씨교회 김영심 담임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목회와 선교의 중심축에는 세례가 자리하고 있다”라며 “목회와 선교의 변질에는 세례의 변질이 수반되는데, 역으로 목회와 선교의 회복도 세례의 회복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주대학교 선교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Th.M), 전주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철학박사(Ph.D) 학위를 취득한 김영심 목사는 박사 학위 논문 ‘세례의 본질과 선교적 함의: 재세례파를 중심으로’에서 세례의 본질 회복과 적용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논문은 ‘예수의 세례와 선교’(리버트리)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출판됐다.
김 목사는 이 책에서 세례의 본질과 목회적, 선교적 의미를 ‘선재(先在)적 텍스트 상황성’이라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선재적 텍스트 상황성’에 대해 김 목사는 “교회사적 집단에 내재된 사상을 단순히 인정하는 방식과는 전혀 별개의 방식”이라며 “상황에 텍스트를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가 지닌 상황을 끌어가는 방식이다. 곧 컨텍스트의 상황을 ‘선재된 상황화’로 읽은 후에, 그 맥락을 우리 시대의 실현 가능한 ‘공존의 상황성’으로 다시 가져오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성서에 나타난 세례의 예형으로, 구약은 세례의 기원을 ‘창조 원리’와 ‘이스라엘 공동체의 구속사적 의미’에서 접근하고, 신약은 ‘예수님의 세례’와 ‘세례자 요한의 세례’를 구분하여 접근한다고 소개했다. 김 목사는 “세례의 기원은 이미 창조의 원리 속에서 찾을 수 있다”며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요 1:15)도 궁극적으로 ‘선재된 텍스트 상황화’로서, 창세기의 근원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교회사에 나타난 세례의 역사적 과정에 대해선 “초대교회에서 세례가 예전으로 갖추어지고, 순교의 실천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된다”며 “중세교회에서는 제식화와 형식화의 길을 걷게 되는데, 종교개혁 시기 루터와 칼뱅의 세례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재세례파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와 함께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평가하고 그 한계도 분명히 제시하면서, 세례의 본질을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 차원에서 바라보고, 개인과 교회, 선교에 적용하는 통찰을 제공했다.
김영심 목사는 특히 “‘재세례’(αναβαπτιζω)라는 헬라어 용어에서 ‘아나/아노’(ἀνα/άνω)는 ‘다시’(again) 성령으로 태어난다는 의미뿐 아니라 ‘위로부터’(up, above) 성령으로 태어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하고 “세례의 기원이 선재하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비롯됐으나, 주님의 명령에 따라 선교에 임하다가 어떤 한계에 직면했을 때 ‘다시 성령으로 세례를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는 신앙적 순수성과 절차상 허락하는 목회적 결단으로 실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만 볼 수 없다. 어디까지나 ‘위’(άνω)로부터 비롯된 선교적 결단에 근본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세례’라는 말은 ‘세례’가 갖는 원천적 본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본래 기독교인이었는데 우상숭배로 돌아섰다가 되돌아온 성도, 또 이단으로 넘어갔다가 돌아온 성도, 아예 신앙의 출발을 이단 혹은 사교적 터 위에서 시작하고, 어떤 변화의 과정도 없이 정통교회에 스며들어와 있는 성도들도 필요하다면 다시 세례를 받아도 될까? 김 목사는 “정통한 세례의 어떤 경험도 갖추지 못했다면 ‘새로운 시작’이자 ‘하나님의 재창조의 과정’으로서, 또 ‘전인적 삶의 변화’를 위한 이정표로서 ‘다시, 위로부터’ 받는 성령의 세례가 필요하다”고 봤다.
세례를 베푸는 목회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목사는 “세례를 포함한 성례는 목사라는 직제의 명확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세례와 성례는 목사의 고유한 권한이며 중요한 요소”라며 “따라서 세례를 베푸는 자의 자격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사도 바울은 세례를 통해 그의 성육신 사역을 완성해 갔다. 바울은 세례를 통한 거듭남을 강조하면서,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은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거하는 삶으로 철저히 변화된다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또한 “바울은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연합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바울에게 세례는 제식화나 형식화된 의례가 아닌, 전인적인 삶의 일치이자 표지였다”며 “그런 의미에서 세례자 자신의 갱신된 삶이 선행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세례자는 세례에 대한 투철한 갱신의 체험이 있어야 하고, 수세자의 변화와 갱신된 신앙과 삶을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심 목사는 구약에 나타난 갱신 또는 재생, 재창조로의 세례 모티프로서 창세기의 ‘홍수 심판’과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당시 ‘홍해 도하 사건’을 소개하며 “세례를 받은 이후 성화의 과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베드로전서 3장 20~21절은 창세기의 ‘창조의 물’을 세례로 이해했다. 또 고린도전서 10장에서 바울은 ‘구름과 바다에서 받은 세례를 받고’라고 말했다”라며 “바울은 자기의 조상들이 모세와 함께 구름의 인도를 받아 홍해 바다를 건넌 체험을 그리스도와 합하는 세례로 보았고, 구름 기둥과 홍해를 건넌 경험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돼 광야에서 새 생활을 시작했다고 봤다. 곧 구원받은 백성이 예수 그리스도와 새 생활을 시작했음을 비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여기서 우리는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크신 은총을 입었지만, 많은 사람이 인내와 절제를 이기지 못해 언약의 땅인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했음을 상기해야 한다”며 “세례를 받더라도 구원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그 세례에 대한 부단한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원죄를 사함 받고 구원을 받은 이후 세례는 죄가 제거되기 ‘시작했다’는 하나님의 표지로서 평생에 계속되어야 하는 과업이고, 그 완성은 마지막 날 부활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이때 하나님은 세례가 완성되기까지 양육의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이 사람을 재창조하신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심 목사는 “현대교회,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의 목회적, 선교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작점이 ‘세례의 진정한 의미와 위상의 복권’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세례의 회복을 통해 거룩하고 전인적인 삶의 변화로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운동이 한국교회 내에 일어날 수 있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한 “세례와 성찬은 먼저 계신 예수님과의 연합”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성례에 대한 바른 성경적 이해가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바람직한 성례로 거듭나지 않은 이단 교회나 집례자에게 성찬과 세례를 받았다면, 다시 예수님과 연합되는 세례와 성찬을 받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