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은 단일 민족, 국토의 원상회복과
억압받는 동포의 자유와 인권 회복하는 일북한 노동력·자원, 남한 자본·기술 합친 ‘강대국 국가’ 비전
동북 3성-북한-연해주-북해도 연결 동북아 벨트 잠재력 커독일, 평화적 흡수 통일했으나 몇몇 통일 정책은 실패
‘불합리한 화폐 통합’, ‘동독 내 토지 소유권 문제’,
‘졸속 법률 행정 제도 이식’으로 동독 경제 붕괴 및 부작용
주베를린총영사관 영사를 지낸 채원암 장로는 “20년 전보다 남북통일은 점점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며 “1990년 평화적 흡수통일을 이룩했지만, 독일의 실패한 통일 정책들에서 우리는 ‘반면 교사’를 삼아 남북통일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프린스호텔 별관 2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107차 세계선교연대포럼’에서 채원암 장로가 ‘다가오는 남북통일’을 주제로 강연했다. 채 장로는 1968년 외무부에 입부하여 1989년 주베를린총영사관 영사, 1995년 주영국대사관 참사관 등 25년간 외교부에서 근무했다. 특히 채 장로의 선대 고향과 처가 고향이 각각 함경남도 북청, 평안북도 신의주로 모두 이북이었는데, 1989년 9월 주베를린 영사로 부임한 지 2개월 만에 베를린 장벽 붕괴를 목격하면서 남북통일의 비전을 갖게 되어 지금까지 기도하고 고민하며 왔다. 채 장로는 서울대 신문대학원 신문학 석사, 파리7대학 국제정치학 석사, 감리교신학대학 신학 석사를 마쳤다.
채 장로는 이날 남북통일 문제에 앞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갖는 특징을 소개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큰 대륙에 붙어 있는데, 북한으로 인해 완전히 섬이다. 북쪽에 북한, 그 옆에 남한의 100배 큰 중국, 두만강을 건너 남한의 250배 큰 러시아에 끼어있고, 앞에는 해양 세력인 일본이 있고, 또 멀리에서 와 있는 미국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도에서 본 것처럼 우리는 해양 세력을 지배하는 미국, 대륙 세력을 지배하는 중국 사이에 끼어있어, 과연 어느 세력을 가까이할 것이냐의 기로에 있었다”라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945년 해방되고 1992년 중국과 수교하기 전까지 남한은 47년간 대륙 세력과는 교류하지 않고, 오직 해양 세력인 미국과 일본과 교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5천 년 역사 속 전무후무한 경제적, 국가적 발전을 이룩했으며, 현재가 그 결과다.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를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고 강조했다.
채 장로는 분단 이후 80년 가까이 흐른 지금, 국내에서도 특히 MZ 세대 가운데 통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을 전하면서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남북은 단일 민족으로, 남북통일은 영토 확장 야욕이 아닌 1945년 이전 국토를 원상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또 공산주의 사교 집단(cult)에 억압 받고 있는 북한 동포의 자유와 인권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북한 형제자매의 구출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사명이며, 굶주리고 헐벗은 북한 동포를 돌보는 것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 장로는 아울러 “통일 이후 강대국 국가 비전 때문”이라며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합쳐지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계기가 된다. 이 시너지 효과는 어느 역사에도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통일된 남북한이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몇 가지 근거로, 광석, 희토류, 원유 등 북한의 풍부한 광물 자원과 남한의 저출산 문제 해결, ‘동북아 벨트’ 구성을 꼽았다. 채 장로는 특히 “중국 동북 3성+북한+러시아 연해주+일본 북해도 4개 지역이 동북아 벨트를 구성하면 세계적인 큰 벨트가 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각 지역이 각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뒤떨어진 지역이지만, 동북아 벨트로 구성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사실상 ‘섬나라’였던 남한이 통일 이후 대륙과 도로, 철도로 연결되면서 컨테이너, 원유 및 가스 운송비의 큰 절감을 가져 온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남한은 수출입에 육로 이용이 불가해, 배나 비행기만 이용할 수 있었다. 한 예로, 유럽까지 20ft 컨테이너 1개를 운송할 시 배로는 45일이 걸리고 2,800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기차로는 10일 만에 990달러의 비용으로 운송 가능하다고 했다. 원유도 송유관을 설치해 운송비를 절감하고, 가스도 배로 운반할 때 온도를 낮춰 기체를 고체화하는 과정을 육로 가스관 이용 시 생략할 수 있어 비용의 15%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 장로는 이날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결코 밝은 미래가 오지 않는다’라는 아놀드 토인비의 명언을 언급하며 “저는 통일하는 방법을 역사 속에서 찾았다”라며 베트남, 예멘, 독일의 통일 사례를 전했다. 베트남, 예멘, 독일, 그리고 한국은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동서냉전의 산물로 당사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분단된 4개국으로, 한국만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독일 통일이 평화적 통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 부족과 정책적 실패 등으로 인한 현실은 냉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역시 통일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중요한 이유다. 채 장로는 1871년 독일 제국을 통일한 초대 수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자신의 실패에서 배우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현명한 사람은 남의 실패에서 배운다’는 명언을 들며, 한국이 독일 통일에서 반면 교사로 배워야 할 점으로 ‘불합리한 화폐 통합’, ‘동독 내 토지 등 소유권 문제’, ‘졸속 법률 행정 제도 이식’을 들었다.
또 그는 “동독 내에서 나치 시대 및 동독 정권 수립 시기에 국유화 또는 몰수된 재산을 원소유주나 상속인에 되돌려 주기로 하면서 토지, 건물 소유권 분쟁이 236만 건이나 발생했다”며 “동독 토지의 3분의 1이 소송에 휘말리고 동베를린 주택 3채 중 1채가 소유권 분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채 장로는 “이러한 토지 소유권 분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이 불가능해져 동독 인프라 구축에 큰 걸림돌이 됐다. 1만 2,100여 개 기업도 헐값에 매각됐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도 소유권 반환청구의 90%가 해결되지 못했다고 한다. 채 장로는 “우리나라도 1910년 한일합방 당시 일본이 이조 왕권 재산을 몰수했고, (분단 이후) 북한에 김일성 정권이 들어서면서 토지를 몰수해 독일과 대단히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원암 장로는 “서독 사람들도 통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는 2013년 방한 당시 ‘독일 통일은 도둑 같이 왔다’고 했고, 1989년 디벨트 여론 조사에서 53%는 30년 내 통일이 불가능할 것이라 했으며, 빌리 브란트 서독 전 수상은 1989년 10월 방한 때 ‘독일 통일은 유럽 통합 후 10여 년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남북통일도 언제 될지 모르지만 20년 전보다 더 빨리 통일이 다가오고 있다. 특별히 이번에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되느냐가 남북통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 통일전문가들의 공통적 예견”이라고 말했다.
2부 선교포럼은 세계선교연대 대표 최요한 목사(명동국제교회 담임)의 인도로 최태선 목사의 기도, 박재천 한국문인교회 목사의 3.1절 기념 시 낭송, 선교사들의 찬양, 김정 교수의 찬양, 이선구 이사장, 한국사회시민단체연합 총재 고종욱 장로의 인사, 선교사들의 사역 소개 등이 있었다.
이어 신영수 두바이 선교사, 배점선 불가리아 선교사, 양주림 멕시코 선교사, 박영애 일본 선교사, 유진숙 탄자니아 선교사, 안태룡 인도네시아 선교사, 김병일 우즈베키스탄 선교사, 김정모 일본 선교사, 유창무 인도 선교사, 토고 유학생 마틴 등이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