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개척할 때 꿈이 있었습니다. 나이 들면 ‘어깨 하나 정도는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였어요. 진실한 사람을 만나면 칼국수 한 그릇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해도 힘을 얻을 수 있죠. 전 그 힘이 필요했었거든요, 어린 나이에 목회했을 때.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함께 이야기하고 ‘괜찮아’ 하며 손잡아 줄 수 있는 집 하나만 주셔도 감사하겠다는 저의 꿈에 하나님이 역사하셔서 강원도에 1만 5천 평을 주시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영성센터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제순 안산 순복음샬롬교회 담임목사(67)는 스스로를 ‘약한 자들을 위한 희망의 증거’라고 말한다. 작년 7월 같은 이름의 책도 펴냈다. 역경의 세월을 지나 31세 때부터 단 위에 서서 말씀 선포 사역을 시작하고, 37세 땐 교회를 개척했다. 1993년 12월 20일 성탄절을 앞둔 추운 겨울날, 건물 지하에서였다. 그리고 어느새 30년의 세월이 흘러 지난 10월 14일 감사성회를 열었다. 눈물로, 무릎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던 개척교회 시절을 떠올리며 안산 지역의 작은 교회 30곳을 초청했다. 30주년을 앞두고 이제순 목사를 교회 인근에서 만나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ㅡ지난 30년의 사역을 돌아보실 때 감회가 어떠신가요.
“제게 시키시는 일을 사명, 헌신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특권이라 생각하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습니다. 그랬더니 처음에 주신 비전이 다 이뤄지는 것을 보고, 하나님의 일하심에 감사하고 감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닌데, 철저하게 말씀대로 살아보려 몸부림쳤던 것은 육신의 것만 구하던 제 심령 가운데 영적 각성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반드시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싶은 비전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고난과 아픔도 많았지만, 그 기간은 제 계획을 하나님 뜻이라고 여겼던 어리석은 것을 다 깨트리고, 하나님이 이 땅에 이루고자 하시는 것을 세우기 위한 것임을 뒤늦게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세 가지 비전을 주셨는데, 먹이고, 가르치고, 깨우치라는 것이었습니다.”
ㅡ먹이고, 가르치고, 깨우치는 것이 순복음샬롬교회의 핵심 사역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 같은 사람을 부르신 이유는 약한 자들의 희망의 증거자가 되라고 부르신 것이지, 다른 것이 없었어요.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 많은데 마른 막대기 같은 인생을 왜 불렀을까, 내가 아버지 뜻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영혼들을 바른 곳으로 인도할 수 있을까 너무 고민되고 많이 울었는데 하나님께서 세 가진 비전을 주신 거죠. 그래서 1기 사역 땐 빈곤 사역, 2기 사역 땐 교육 사역, 3기 사역 땐 영성으로 깨우는 사역을 했고, 미미하지만 다 이뤄진 것 같습니다.”
“IMF 때는 지하실 교회였지만 푸드뱅크 사역 등을 하고, 이후 무료 식당도 운영했습니다. 지금은 식당을 하진 않지만, 30년간 저를 사용해주신 주님께 너무 감사해서 푸드트럭을 헌물로 드리기로 결단했습니다. 내년 1월부터 매주 월~목요일 주 4일간 고잔역, 중앙역, 한대앞역, 상록수역에서 아침을 못 먹는 분들에게 따뜻한 아침밥을 제공하려 합니다.
교육 사역은 우리 교회의 역량이 부족해서 한국에서는 하지 못하고, 캄보디아에서 엉끄롱 반석 국제학교를 운영하고 있어요. 선교사들이 학교 운영을 감당 못 해 하나님이 저희에게 주신 학교입니다. 1천여 평에 100여 명의 학생이 자라고 있는 사립학교이고, 교회도 지어져 있습니다. 지금 저희 교회가 파송한 선교사 부부가 사역하고 있습니다.
영성 사역으로는, 강원도에 1만 5천 평 정도 되는 땅에 영성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원래 20평 정도의 작은 성전을 지으려고 교회 성도 중 40명이 모여 3시간씩 기도를 3차까지 했습니다. 올해 3월, 1차 기도를 했을 땐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기도 중 하나님이 나라와 민족이 너무 위태로우니,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셔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건축 허가가 안 나면 비닐하우스 성전이라도 지으려 했는데, 비닐하우스를 세우려 해도 2천만 원이라는 큰 재정이 필요했습니다. 재정은 없고, 하나님께 사인을 달라고 기도했는데, 집회 후 성도들이 30분 만에 1억 원이 넘는 작정 헌금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로 60평 건물 건축 허가가 나서 지금 공사 중입니다. 완공은 하나님 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의 역사가 있는 곳에 생명들이 살아나고 부흥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30년간 저 같은 사람에게 여전한 은혜를 주셔서 사용하시고, 열매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또한 하나님의 비전에 순종하면 하나님의 비전을 가진 하나님의 심부름꾼들이 오는 것 같습니다.”
ㅡ30주년 기념 행사를 미자립교회 초청 감사 성회로 개최한 이유가 있나요.
“‘내려놓은 꿈을 다시 들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도 외롭고 힘들고 목회 환경이 굉장히 열악했습니다. 저와 남편 모두 집안에서 신앙을 처음 믿었기 때문에 가족들 가운데서 돕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또 여자였고, 사람 많은 곳에선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능력이 있어서 사용하시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당신의 일을 하기 위해 우리를 쓰십니다. 뒤집어 보면, 아무리 도구가 좋아도 하나님의 임재와 기름 부으심이 없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 자신의 수치스러움과 약한 것에도 하나님의 임재가 있으면, 그것이 영광이 됩니다.
저는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검정고시를 하고 교단 신학교를 나온 뒤, 목회하면서 성도들 몰래 대학에 다녔습니다. 그 당시는 제가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혹시 하나님께 영광이 안 될까 봐 대학을 마친 후에 선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한 아들을 천국에 보냈습니다. 끼니도 못 먹어 봤고, 목회하고 개척하면서도 17년 동안 교회 밖으로 거의 안 나갔던 시절도 있어요.
한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는 중매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여 밤낮 시간만 나면 기도했는데, 주님께서 제게 감동을 주셨습니다. 이 시대 종들이 도구를 많이 만들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임재라는 것이었죠. 목회에 배움이 필요하지만, 배우기만 해선 목회가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상식과 지식만 있는 사람을 쓰시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사람을 사용하시니까요. 물질도 사명을 따라 주시니, 주신 것을 잘 사용해야 합니다.
옛날에 개척할 때 꿈이 나이를 먹으면 어깨 하나 정도는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강원도 영성센터는 작은교회 목사님들을 한 달에 한 번씩 초청해서 수련회를 열려고 합니다. 약한 자들, 없는 자들, 희망이 없는 자들에게 예수님이 희망이고, 우리처럼 살아보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목회자님들이 되면 좋겠어요. 또 참석했던 모든 교회의 사역 현장에 놀라운 성령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ㅡ앞으로 목회 계획이 궁금합니다.
“철저한 순종으로, 철저히 아버지 뜻대로 살고, 천국 가는 그날까지 변질되지 말자는 다짐을 합니다. 아버지를 만나 그 사랑에 심장이 뛰고, 그 첫사랑의 기쁨으로 단에 서길 원합니다. 만일 제가 단에 서 있을 때 그런 감동으로 선 것이 아니라면, 성도들이 아무리 은혜받고 박수를 치더라도 내려올 때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은 주님이 제일 좋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깨달은 대로 성실하게 순종하고, 또 날마다 죽고 날마다 태어남으로 매일 새로운 은혜로 모험을 하는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아서 34세에 죽는다는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는 병이 우리 목숨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명이 끝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할 일이 있어 제가 살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