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세은 평택대 부교수 인터뷰

“음악 전공 청소년들의 열정·순수함·꿈이 발휘할 가치와 힘 믿어
전문연주자뿐 아니라 음악 통해 사회에서 활동할 분야 많아”

현대는 수많은 직업이 존재한다. 2020년 발간된 ‘한국 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은 대한민국의 직업 수를 1만 2,923개, 직업명은 1만 6,891개로 보고했다. 그리고 이젠 인공지능(AI)과 로봇,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 전 지구적 환경문제 등으로 직업군도 끊임없이 재편되고 있다. 기존 직업군이 빠르게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직업군이 빠르게 생겨나기도 하는 시대를 맞아 문화비전코리아와 기독일보가 청소년이 되고 싶어 하는 직업군들을 조사하고,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기획했다. <편집자 주>

음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아 온 예술의 한 분야이다. 특히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층이 배우고 있는 피아노는 거장들의 노력과 오랜 역사로 인해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본, 멋진 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이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준비해 나가는 것이 좋은지 피아니스트 김세은 평택대학교 음악학과 부교수를 만나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김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종교음악과와 동 대학원 피아노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석사학위, 미시건주립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세은 교수
▲김세은 교수는 “학생들에게 본인 악기, 본인 전공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악기들의 구조도 알고 접해보고 다른 악기 연주회들도 가보라고 권한다. 또 미술 전시회, 연극이나 뮤지컬 관람, 독서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것”을 당부했다.
Q. 연주자로의 진로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피아노 반주자로서 교회 예배, 찬양팀, 학교 음악 시간, 합창제 등에서 다양하게 쓰임 받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대학을 진학하니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싶었고, 미국에 가서 계속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교보문고에 가서 미국 지도를 구입해 머리맡에 붙여놓고 50개 주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미국 유학을) 꿈꾸었습니다.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니 또 박사 공부가 하고 싶어졌어요. 그때 당시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 ‘교수가 되고 싶다’라는 원대한 꿈보다는 피아노가 재미있고 공부가 계속하고 싶었습니다.

Q. 연주자의 길을 가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할까요.

A. 연주는 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청중을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주 중 일어나는 작은 실수들로 인하여 본인이 연습한 만큼 연주가 안 되어 자책하고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100% 완벽이라는 건 없지만, 연주자들은 언제나 그 완벽을 위하여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몰아붙이는 경향이 많아서 조바심을 낼 때도 많고요. 이러한 부정적 감정들이 실제로 연주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저는 부정적 생각이 들거나 힘들 때마다, ‘내가 마음과 정성을 다해 연주하는 그 한 음 한 음들이 모여서 한 마디가 되고, 프레이즈(악구)가 되고, 한 악장이 된다면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거야’라는 자부심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시킵니다. 그래야 목표를 향하여 지치지 않고 연습과 연주에 매진할 수 있으니까요.

Q. 피아노 연주자이자 음악가로서 연습시간과 연습을 어떻게 해왔나요.

A. 연습시간을 하루 6시간 목표로 세웠다고 가정하면, 저는 아침에 2시간, 오후에 2시간, 저녁에 2시간씩 나누어서 연습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사람이 6시간 동안 밥을 먹게 되면 체하고 과부하가 걸리겠지요? 연습도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는 내가 2시간 동안 연습한 모든 것이 내 몸에서 소화되고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집중력과 체력이 2시간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인 것도 있어요.

Q. 특히 좋아하는 작곡가는 누구인가요?

A.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작곡가는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입니다. 곡을 완성할 때마다 ‘솔리 데오 글로리아’(Soli Deo Gloria, 모든 영광을 주님께)라고 고백했던 바흐의 신앙을 닮고 싶어요. 바흐의 음악을 들을 때면 ‘각각의 독립적인 선율들이 만나서 가장 강력한 화성을 만들어 내는 작곡가’라는 것이 정말 뼈저리게 느껴지다가도, 감히 그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없는 들을수록, 볼수록 매력적인 작곡가입니다. 그다음으로는 리스트(F. Liszt, 1811~1886)를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는 리스트의 화려한 피아노 음악이 좋았지만, 박사과정 중에 리스트의 신앙관을 접하게 되었고 그의 삶 자체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의 구도자와 같은 삶이라는 걸 느낀 후로는 그의 음악의 또 다른 면모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Q. 가을에 어울릴 만한 클래식 음악도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A.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입니다. 가을은 천고마비, 수확과 결실의 계절이잖아요.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을 찬양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하이든의 <천지창조>의 긍정적 에너지가 형형색색으로 다채로운 모습을 선사하는 가을과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스승과 제자의 하모니
▲지난 5월 평택남부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스승과 제자의 하모니’ 연주회 모습. 김세은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김세은 교수 제공
Q.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학생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보람찹니다. 거의 매년 제자들과 피아노 앙상블(여러 대의 피아노에서 다수의 인원이 함께 연주하는 형태, 1 piano 4 hands, 2 piano 8 hands 등) 연주회를 해오고 있는데, 학생들도 본인들의 선생님과 같이 연주하기를 기대하고요, 함께 연습하고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해합니다.

Q.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미리 경험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A. 위대한 예술가들을 보면 당대의 문인, 화가, 무용수 등과 교류하면서 상호작용을 통하여 서로의 예술세계에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본인 악기, 본인 전공을 열심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악기들의 구조도 알고 실제로 접해보고, 다른 악기 연주회들도 가보라고 권합니다. 또 미술 전시회도 둘러보고, 연극이나 뮤지컬 관람, 독서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저희 평택대학교 음악학과에는 ‘피아노 콜라쥬’라는 소모임이 있는데, 최근에는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라울 뒤피,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회 등을 감상하며 미술과 음악을 연계시켜 감상 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말이 있듯이, 음악도 유튜브나 음반으로 백 번 듣는 것보다 직접 음악회장에서 라이브로 들었을 때 그 감흥이 엄청나고, 미술작품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갤러리에 가서 보았을 때 그 감동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강의실 밖에서 예술적 경험들을 확장할 수 있게끔 지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예술적 경험들이 모였을 때 그것이 학생들의 연주에 주요한 자양분이 되고, 또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Q. 재직하고 있는 평택대학교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A. 평택대학교(총장 이동현)는 주님의 은총으로 111년이라는 역사를 갖고,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고 있는 학교로, 대학 이념인 성경, 연합, 선교의 정신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성경적 인성을 갖추는 현재의 나’, ‘타자와의 협동을 통해 성장하는 나’, ‘창의적 도전으로 변화를 창출하는 미래의 나’를 통해 기독교적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인 학교입니다. 또한, 여러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미국·일본·중국의 경우 현재 등록금 면제와 학기당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고 학점도 인정하여 학생들의 국제화를 돕고 있습니다.

저희 음악학과는 피아노, 성악 및 뮤지컬, 관현악 전공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준비되어 있고, 재학 중 각종 음악학과 특별장학금 혜택과 본교 해외 자매대학 연수와 해외 연주, 외국의 저명한 교수를 초빙하여 글로벌 수업 및 문화체험 또한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졸업 후 가장 고민인 직업에 대해서도 교육자 활동뿐만 아니라 방송, 영상, 멀티미디어, 음악기획 등의 응용 분야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음악을 전공하기를 원하거나,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격려와 응원의 말이 있나요.

A.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은 정말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학생들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 열정과 순수함, 꿈들이 앞으로 발휘할 가치와 힘이 어마어마하다고 믿습니다. 전문연주자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아동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회 문제 등에 관한 음악치료사, 콘서트·뮤지컬 음악감독, 클래식 음악 매니지먼트 기획사, 각 지자체의 문화재단 공무원과 관련한 음악경영, 학원 운영, 중고등학교의 교사로서 활동하는 음악교육, 작곡 및 창작활동을 통한 뮤지컬 작곡, 영화음악, 게임음악 등으로 인한 저작권 수입 등 음악을 통하여 사회에 진출하여 활동할 수 있는 분야는 정말 다양하답니다.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