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심각한 가뭄으로 땅이 갈라져 있는 모습
▲인도에서 심각한 가뭄으로 땅이 갈라져 있는 모습
지구 전체가 급속한 기후의 변화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4월 16일에는 인도의 경제도시 뭄바이 근역의 나비-뭄바이에서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수 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가 14명이 일사병으로 쓰러져 죽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유력한 정치단체에서 사망자 수가 50명이라고 발표한 것을 보면 정부의 발표가 상당히 축소되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지역의 4월달 평균기온은 섭씨 30도에도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며칠 동안은 4월인데도 불구하고 40도를 웃도는 기온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 만 명이 모이는 행사에서 의료팀의 지원이나 폭염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이 모임을 강행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사실 인도는 전 세계에서도 더위에 가장 많이 노출되며 또 더위에 취약한 국가들 중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대폭 늘어났으며, 2050년까지 2배에서 4배까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폭염이 나타나는 시기도 훨씬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이는 폭염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잦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1990~2015년 사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2만 2백여 명이나, 전문가들은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기간 중 최악의 기록을 갖게 된 1995년에는 1,67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5년에도 최악의 기록을 갖고 있는데 이 해에 2,000여 명이 죽었습니다.

인도에서 나타나는 치명적인 폭염은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기후의 변화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영국 기상청은 전날 인도·파키스탄 폭염 관련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폭염 가능성이 그 전보다 100배가 높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나라에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2010년 4월과 5월을 기준으로 312년에 한 번꼴이었지만, 최근 겪는 이상고온 탓에 그 확률이 대략 3년마다 한 번꼴로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0년 4월과 5월 사이로 비교 기준을 정한 이유는 해당 지역에서 1900년 이후 평균 최고기온을 기록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폭염 사태로 북인도 지역의 주민들도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하늘을 날던 새가 탈수 증상에 지쳐 떨어져 죽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인도의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한 동물병원은 한 달간 약 2,000마리의 새를 구해서 치료했습니다. 새들 중에는 멸종위기종인 이집트대머리수리를 포함해서 솔개, 검은 뻐꾸기, 원숭이 올빼미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해당 동물병원은 새들에게 충분한 수분과 종합 비타민을 투여해서 치료를 합니다. 수분을 보충하고 건강이 회복된 새들은 다시 자연으로 보내지는 것이죠. 일부 시민들은 부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창틀이나 발코니에 새들을 위한 물그릇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원래 인도에서 한동안 이어지는 더위는 항상 6월에 몬순기후가 오기 전에 나타나는 지역적인 기후의 특징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폭염이 한동안 없다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인공적인 원인을 갖고 있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 기상청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를 폭염의 배경은 강수량 부족 때문이며 근본적으로 보면 지구온난화가 그 원인이라고 하였습니다.

인도의 아마다바드시에서는 인도 최초로 폭염 행동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계획을 보면 기온이 45°C 이상 올라가면 붉은색 경고가 발령되는 등 3가지 색상으로 구분된 경보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당 계획은 더위에 대비하여 실내 머무르기, 외출 전 물 많이 마시기, 몸이 좋지 않을 경우 응급실 방문하기 등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 계획의 수립으로 2013년 이후 2018년까지 폭염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의 규모가 3분의 1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도 전국적으론 이러한 폭염 시 행동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폭염 대책은 단순한 일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열기가 뜨거운 지역엔 나무를 심거나, 열이 모이지 않거나 빨리 빠져나갈 수 있는 건축 설계 디자인 등을 채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뜨거운 꼭대기 층에서 낮은 층으로 옮기는 것과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도 생명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너무 더운 날엔 작업자에게 보호 장비를 마련해 주거나, 그것도 안 되면 잠시 쉬거나 일의 강도를 늦추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 계획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들입니다.

하지만 인도 국민들은 여전히 더위를 얕보며 그 위험성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비-뭄비아 지역의 행사 현장에서도 시민 수천 명이 차양이나 가리개 없이 뜨거운 태양 아래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머리덮개를 쓰는 문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에 수건을 두른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기온이 50°C까지도 올라가는 5월, 델리 지역에서는 아직도 양산을 들고 외출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문화적인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기후의 변화에 따른 생활습관과 문화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인식의 변화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윤식 NIM 북인도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