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현상으로) 어디가 미션필드냐고요?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어디든지 선교지이고 누가 선교사인지 모릅니다. 이게 현대 선교의 트렌드라 할 수 있습니다.”
고든대학교 안성호 선교학 교수(OMF 선교사)는 한국로잔위원회가 최근 온라인 줌으로 진행한 2023년 제1차 로잔 선교적 대화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은 선교적 디아스포라 공동체”라며 디아스포라와 난민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도전을 전했다. 본지는 안 교수가 ‘디아스포라 신학: 흩어진 파종을 받은 공동체’라는 주제로 전한 강의를 세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편집자 주>
◇신약에 나타난 디아스포라 다민족, 다문화 선교
안 교수는 신약의 사도행전에 나오는 예루살렘교회, 사마리아교회, 안디옥교회에 나타난 선교적 디아스포라 다민족, 다문화 공동체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예루살렘 초대교회는 오순절 때 성령이 임해 15개 언어로 통역하여 예수를 믿게 된 선교적 디아스포라 공동체였다. 또 베드로의 설교로 결신한 성도 3,000명 중에는 120명만 아람어를 쓰는 히브리 유대인이고 2,880명은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으며, 다른 성도 5,000명 중에도 1,000명이 히브리 유대인이고 4,000명은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다는 것이다.
안성호 교수는 “예루살렘교회에는 이스라엘 내에서 출생한 히브리파 유대인과 해외에서 출생한 디아스포라 헬라파 유대인이 있었다. 히브리파 유대인은 아람어를, 헬라파 유대인은 만국공용어인 헬라어를 사용했고, 히브리파 유대인은 사도로서 목회 사역을 하면 헬라파 유대인인 일곱 집사는 행정사역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히브리파 유대인은 단일문화, 단일민족으로 사마리아인과 이방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었으나, 헬라파 유대인은 다문화, 다민족화 되어 사마리아인과 이방인에 대한 열린 마음이 있었다”라며 “예수님이 온 유대와 사마리아 땅 끝까지 가라고 이야기하셨지만, 히브리파 유대인은 편견과 전통 때문에 가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헬라파 유대인들을 오순절 때 예비하셔서, 이들이 아무 선입견 없이 복음을 전함으로 사마리아 난민교회, 안디옥 난민교회가 세워졌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선교(미시오 데이)에 의한 핍박과 환란을 주셔서 그들을 다시 흩으시고 난민으로 파종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도행전 9장까지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예루살렘교회가 받았지만, 이제 무대에 등장하는 라이징 스타는 안디옥교회였다”며 “예루살렘교회는 자문화 선교, 유대인 선교를 했지만, 안디옥교회는 다문화 선교, 다민족 선교를 하여 다민족교회를 번식, 증식시켰다. 이것을 이루는 데 10년이 걸렸는데, 예루살렘교회가 안디옥교회를 잉태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면, 하나님이 새로운 (다민족, 다문화) 교회를 만드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예루살렘교회가 유대문화적 교회이고 단일민족교회였다면, 안디옥교회는 헬라문화적 가치관으로 헬라 사람들이 할례받지 않고도 마음껏 주님을 찬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교회로, 두 교회가 분리 개척됐다”며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예루살렘교회를 바꾸지 않으셨다. 그것은 굉장히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은 셀 수 없는 민족과 열방의 찬양을 받으시는 분으로, 다중심적이며 헤드쿼터가 없다”며 “하나님은 어느 문화에도 속하지 않으시지만(global, 순례자), 철저하게 한 민족과 문화 가운데 녹아 들어가시는 노예의 하나님으로(local, 노예) ‘글로컬 갓’(Glocal God), 디아스포라의 하나님이시다”고 강조했다.
◇디아스포라 난민들에 의해 일어난 종교개혁과 세계선교
안 교수는 또 “실제적인 종교개혁 운동의 핵심은 위그노”라며 “위그노 난민들이 네덜란드 종교개혁교회와 스코틀랜드교회를 세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위그노들이 프랑스 왕조의 핍박을 받고 네덜란드(75,000~100,000명), 독일(45,000명), 잉글랜드(40,000명), 스위스(22,000명), 웨일즈,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스칸디나비아, 덴마크 등 유럽, 남아프리카, 러시아, 북미, 브라질, 베네수엘라, 카리브해 등 중남미까지 이동하는데, 가장 많이 이동한 곳이 네덜란드와 스위스였다”며 “이 난민을 위해 존 칼빈이 종교개혁 운동의 센터인 제네바 아카데미를 만들어 훈련시켜 재파송시켰다. 그중 한 명이 존 녹스이고, 칼빈의 영향을 받아 에딘버러에서 종교개혁운동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위그노 난민이 네덜란드로 가서 종교개혁교회를 세우고, 일부는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종교개혁의 핵심은 자국어 성경번역과 유럽 전체에 종교개혁 운동을 확장시킨 위그노인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존 녹스가 종교개혁을 시작한 에딘버러대학에서 공부하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정오예배 설교목사로서 다민족, 다문화, 다지역 관광객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했다. 그는 존 녹스 종교개혁의 중심이 된 세인트 자일스 교회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1차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 교회가 위그노 난민 후예들의 교회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과 벨기에 루벤 복음주의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조사한 결과,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프랑스 난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알게 됐다. 안 교수는 “예루살렘의 헬라파 유대인들이 난민이 되어 퍼져나가면서 안디옥교회를 세운 것처럼, 종교개혁의 무브먼트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전 유럽과 심지어 캐나다, 북미 가운데 퍼뜨렸다”고 강조했다.
◇‘모든 지역에서 모든 지역으로’
미국의 유명한 디아스포라 선교학자는 디아스포라 선교의 3단계로 ‘디아스포라를 위한 단계’(Missions to Diaspora), ‘디아스포라가 현지인과 자국민을 선교하는 단계’(Missions through Diaspora), ‘디아스포라가 모든 민족을 위해 선교하는 단계’(Mission beyond Diaspora)를 제시했다. 안 교수는 “구약과 신약성경, 위그노와 모라비안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처럼 디아스포라, 난민 사역의 목표는 디아스포라가 모든 민족을 축복하는 선교적 공동체 단계까지 되도록 훈련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유럽에서 경험한 디아스포라, 난민 사역의 실제를 전했다.
안 교수는 네덜란드의 디아스포라, 난민 교회들의 네트워킹인 SKIN에서 1년에 12주 동안 리더들을 위한 신학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한 리더인 콩고 투치족 난민인 폴 무타마는 12살 때 종족 살상으로 아버지와 누나를 눈앞에서 잃고 유엔의 도움으로 네덜란드에 와서 예수님을 영접했다. 이후 무타마는 자신과 같은 난민을 돕기 위해 투치족 교회와 콩고, 부룬디, 르완다에서 온 난민을 위한 국제교회를 개척해 아프리카 난민과 유럽인 사역을 했다. 또 아프리카 선교 컨퍼런스를 여는 등 네덜란드의 아프리카 교회가 선교적 교회가 될 수 있도록 깨우는 다민족 리더 역할을 하게 됐다. 무타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자기 민족을 섬기기 위해 콩고로 재파송 되어 국제교회, NGO를 세우고 현지 리더 신학교육원을 운영하며, 내전 지역에서 난민사역을 하고 있다. 안 교수는 “디아스포라를 위한(to) 선교가 디아스포라를 통한(through) 선교, 그리고 디아스포라를 넘어서(beyond) 선교하는 것으로 바뀐 사례로, 제2의 안디옥교회 교인, 제2의 위그노, 제2의 모라비안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나님은 안디옥교회를 향한 말씀을 21세기에도 성취해 나가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옌추엔 중국인 디아스포라 교회를 소개했다. 1세 성인공동체는 만다린어, 광동어 예배를 드리지만, 2세 청년공동체는 네덜란드어, 만다린어, 광동어, 영어, 독일어, 불어 등을 사용하는 너무나 중요한 선교적 자원이었다. 안 교수는 주일예배 설교로 관계를 형성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2주간 디아스포라 선교학교를 열었다. 그는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선교에 대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요르단으로 단기 선교사를 파송해 시리아 난민사역을 하고 있다”며 “최소 5~6개 문화로, 어디가 선교지이고 어디가 후방인지가 없다. 모든 지역에서 모든 지역으로, 모두를 위해 모두에 의한(Mission from everywhere to everywhere, by everyone for everyone) 선교가 이뤄지는 것이 현대 선교의 트렌드”라고 주장했다.
◇“한인교회가 파종의 정체성 깨워주는 선교적 교회 되길”
안성호 교수는 “(현재) 많은 디아스포라 난민이 오는 북미와 유럽은 심각한 선교지다. 이들은 자신의 종교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영적전쟁이 벌어진다”라며 “이제 어느 곳이나 선교지이며, 이는 곧 어느 교회나 다 선교적 교회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전 세계에 730만 명의 디아스포라를 보냈고, 이 중 기독교인 비율은 45%(350만 명)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파송이 아니라 파종으로 열방을 축복하기 위한 선교적 디아스포라로서 한인교회를 전 세계에 흩으신 것”이라며 “한인교회가 파송의 고정관념에 붙잡혀 있는 선교적 교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모든 성도에게 파종받은 정체성을 깨워주는 선교적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권면했다.
안성호 교수는 또한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우리의 선택의 결과라고 말할 수 없고, 우리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연약한 민들레 씨가 바람이 부는 대로 휩쓸려 갈 수밖에 없고 바람이 멈추는 곳에 떨어지지만, 파종 받은 민들레는 아스팔트를 파고들어서 꽃을 피운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있는 자리도 성령님이 인도하신 파종의 자리(요 3:8)”라며 “풀뿌리처럼 파고 들어가 생명력을 낳아 주인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 한인 디아스포라 선교적 공동체가 가져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1차 로잔 선교적 대화는 한국로잔위원회 총무 최형근 교수의 사회로 김광성 주안대학원대학교 교수의 기도, 한국로잔위원회 의장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의 인사, 로잔동아리연합회 회장 이권식 전도사의 케이프타운 서약서 낭독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이재훈 목사는 “로잔운동은 복음전도와 선교에 있어서 필수적인 운동”이라며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과 ‘복음 안에서 하나 되는 것’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영역이 아니라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셨던 예수님처럼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고 있다”고 말하고 “(2024년 9월 한국에서 열리는) 4차 로잔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복음에 합당한 과정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회 준비 과정뿐 아니라 복음주의 선교운동, 복음에 합당한 선교적 교회운동이 한국교회 안에 계속 일어날 수 있도록 이 모임이 중요한 원료의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지난 3월 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로잔신학위원회에 참여한 총무 최형근 교수는 “4차 로잔대회는 1차 로잔대회의 슬로건과 거의 유사할 것 같다. 온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본체를 온 세상에 드러내자는 내용이 될 것”이라며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한 주간 5천 명의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와 선교단체가 모여 기도하고 친교하며, 성경을 연구하고, 네트워킹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2024 로잔대회’를 앞두고 2023년 제2차 로잔 선교적 대화는 오는 6월 3일 온라인 줌으로, 로잔 신학교수들의 포럼은 6월 16~17일 제주도 ACTS29 선교훈련원에서 열린다. 714 기도대성회는 7월 14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약 5천 명이 참여하는 가운데 진행되며, 곧이어 카운트다운 청년대학생 집회가 7월 15~16일 같은 장소에서 약 1만 명이 참여하는 가운데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