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떨어진 한 알의 밀알 최순기 선교사와 제자들 다룬
복음에 빚진 선교사 열전 1 ‘누군가 사랑하면 누군가 산다’
6일 CTS센터서 출판 감사 예배 및 북콘서트 성황리 열려
“알았지? 바닷물이 짜다는 걸. 너희들이 이제야 바다가 뭔지 진짜 안 거야! 이런 게 바로 하나님을 경험한다는 말과 같은 거란다. 바다가 눈으로만 보면 물이 많고 넓기만 하지만, 그 맛은 직접 들어가 보지 않으면 영영 모르는 거거든. 우리는 하나님도 그렇게 경험하고 알아야 해.”
바다가 없는 내륙국인 몽골의 제자들에게 바다를 보여주며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던 선교사가 하늘의 별이 된 지 벌써 17년이 흘렀다. 대신 선교사가 11년간 친자식처럼 길러낸 현지인 제자들이 전역으로 퍼져나가 교회를 개척하며 몽골 부흥을 이끌었다. 긴 세월이 지났어도 그의 제자들과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 안에서 최 선교사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몽골 1세대 목사로 몽골목회자협회 회장을 역임한 조수아 뭉흐(Joshua Munkh) 새생명교회 담임목사는 거리에서 방황하던 자신을 품어주고 제자로 길러준 영적 스승이자 아버지 고(故) 최순기 선교사의 삶을 기리며 최근 저서 ‘누군가 사랑하면 누군가 산다’(부제 ‘전부를 쏟아 부어 사랑할 때 거두는 열매’)를 펴냈다.
카자흐스탄 농아축구팀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하고 조선농인축구단 국가대표 감독대행으로 활동하는 이민교 선교사(글로벌블레싱 대표)가 설립한 도서출판 ‘사도행전’이 펴낸 ‘복음에 빚진 선교사 열전’ 첫 번째 시리즈다. 항상 “끝까지 믿어주고, 끝까지 사랑하라!”고 가르치며 먼저 본을 보여주었던 최 선교사의 이야기는 그가 남긴 열매인 현지인 제자의 증언이기에 더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다.
미국 시민권자인 최순기 선교사(LA영락교회)는 LA에서 보석 세공 전문가이자 보석 사업가로 일했다. 그러다 늦깎이로 신학교에 들어가 50대 초반 목사안수를 받자마자 1994년 몽골 선교사로 파송됐다. 70여 년간 소련의 영향으로 공산국가였던 몽골이 민주화되는 혼란한 시기였다. 몽골인 첫 제자 8명과 함께 새생명교회를 개척한 최 선교사 부부는 부모 없이 방황하던 수많은 거리의 아이를 먹이고 재워주며 제자로 길렀다.
‘내려놓음’의 저자 이용규 몽골 선교사는 저서 ‘같이 걷기’에서 최 선교사에 대해 “거리의 아이들이 집안의 물건을 훔쳐 도망갔다가 갈 곳이 없어 돌아오면, 선교사는 아무 말 없이 목욕탕에 가서 아이들의 등을 밀어주고 따뜻한 밥을 먹이고 피곤할 테니 들어가 자라고 이불을 깔아주었다고 한다”고 썼다. 또 “최 선교사가 소천한 후 ‘그분이 진짜 우리 아버지였다’며 그리워한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최 선교사가 개척한 새생명교회는 성도 수가 200명이 안 됐고, 그 외 지방 교회를 몇 개 더 개척했을 뿐이지만, 그가 떠난 이후 새생명교회는 조수아 뭉흐 목사를 중심으로 제자들이 몽골 전역에 흩어져 몽골 21개 도의 절반 이상 지역에 20개 이상 교회를 세웠다.
이북에서 남한으로 내려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최순기 선교사는 고향인 북한 선교의 비전도 품고 있었다. 그의 외할아버지가 이북에서 중국을 거쳐 몽골까지 가서 당나귀에 쪽 복음을 싣고 선교했었던 만큼, 몽골을 통해 다시 이북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족의 꿈이었다고 한다. 최 선교사는 2006년 기증받은 항생제 2만 개를 북한에 전달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가, 3월 22일 62세의 나이에 평양 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소천했다. 그가 섬겼던 LA영락교회 설립자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김계용 목사 역시 북한을 방문했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 결국 시신을 찾아오지 못했던지라, 전례대로면 최 선교사도 시신을 받아올 수 없었다. 하지만 뭉흐 목사 등이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3월 31일 몽골로 시신을 운구하여, 4월 5일 재몽골한인선교사회(KMWM), 몽골교회 연합체이자 새생명교회가 주축이 된 몽골복음주의협의회(MEA)가 공동으로 장례를 치르고 가조르트 묘역에 안장했다.
이 책에서 뭉흐 목사는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는 말씀을 읽을 때마다 아버지를 추억하며 전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은 한 알의 밀이 몽골 땅에 떨어져 죽어 수많은 새가 깃들 만큼 많은 열매를 맺은 역사의 기록”이라며 “나는 그 열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선교에 헌신하여 누군가를 자기 목숨처럼 사랑하는 것이 ‘선교의 본질’이며, 그러면 누군가 살아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또 현지인에게 선교사역이 어떻게 이양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어, 일선 선교사와 후원하는 한국교회에도 유익한 인사이트를 준다. 책 부록에는 몽골 선교를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몽골 기독교 역사도 함께 소개한다.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원로목사는 “한국 선교사님들 중에 숨겨진 보배 같은 분들이 많다”며 책을 추천했고, 임현수 큰빛교회 원로목사는 “몽골과 북한의 복음화가 이루어질 때, 크게 빛날 분”이라고 책을 추천했다. 또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선교사가 양육한 현지인이 뭉흐 목사처럼 될 수 있다는 증거를 볼 수 있다”, 이웅조 갈보리교회 담임목사는 “몽골에 건물이 아닌 교회를 세운, 위대한 복음의 능력을 확인한다”, 류철배 보배로운교회 담임목사는 “최 선교사를 통해 깨닫게 된 선교란, 그들과 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황덕영 새중앙교회 담임목사는 “하나님께서는 이런 선교사를 찾고 계신다”고 추천사를 전했다.
한편, 6일 CTS멀티미디어센터 11층에서는 ‘복음에 빚진 선교사 열전’ 출판 감사 예배 및 북콘서트가 열렸다. 1부 출판 감사예배는 추미유키 전도사(도서출판 사도행전)의 사회로 미가 목사(분당지구촌교회 몽골어예배 담당)의 대표기도, 박종근 목사(모두함께 이사장, 글로벌블레싱 자문위원)의 ‘이 마음을 품으라’(빌 2:5~8)는 제목의 설교, 강대흥 선교사(KWMA 사무총장), 조용중 선교사(KWMC 사무총장), 이은용 선교사(KWMF 사무총장), 이일영 박사(글로벌블레싱 고문)의 축사, 이민교 선교사(글로벌블레싱 대표)의 환영사, 문선식 목사(북녘 한센인위원회 위원장, 글로벌블레싱 후원이사장)의 축도로 드려졌다.
2부 북콘서트는 남바나바 PD(땅의 모든 끝 선교팟캐스트)의 진행으로 찬양사역자 브라이언 킴의 축하공연, 책임 편집자 이한민 대표의 저자 소개, 조수아 몽흐 목사의 저자 인사, 권영훈 대표(스튜디오 세나클), 신대리 선교사(C국 디아스포라), 신선해 선교사(아시아 I 지역)의 북토크와 조수아 뭉흐 목사가 작사, 작곡한 ‘가장 귀한 주님께’ 찬양 등으로 진행됐다.
저자인 뭉흐 목사는 1975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공산주의 공무원인 아버지와 초원 출신의 불교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92년 거리에서 방황하던 10대 시절 선교사의 전도를 받고 예수를 ‘보르항’(몽골어로 ‘하나님’)으로 믿은 그는 서양 선교사가 세운 교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몽골인 교회를 시작했고, 마침 미국에서 온 최순기 목사와 함께 새생명교회를 개척했다. 뭉흐를 비롯한 최 선교사의 첫 제자 8명은 선교사 집에서 가족처럼 먹고 자면서 제자훈련을 받았다. 예배당이 없어 기관 건물을 빌리고, 들판에서 기도하고 예배할 때도 달동네와 시골 각지를 찾아가 전도하고 교회를 개척하는 사역을 훈련했다. 이에 30년이 지난 현재 20개 교회가 개척됐고, 목회자를 양성하는 학교를 온라인과 각지의 게르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