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비무장지대)는 지난 70년간 남북 대립의 긴장과 갈등이 끊임없이 흘러온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 되어 왔다. 그러나 한반도의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려나갈 때, 분단의 상징이었던 DMZ가 오히려 남북의 화해와 평화, 상생, 통일을 준비하는 지역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는 민간 차원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경기도 파주 문산읍 통일로에 개관한 새한반도센터(NCOK, New Center for One Korea, 센터장 황덕영)는 개관식에 이어 첫 포럼을 열고, 보수와 진보의 정치색을 떠나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연구해야 할 남북한 평화와 안보, 국제 평화와 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민간 차원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천 방안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김병로 교수 “궁극적이고 지속 가능한 평화 위해 친밀한 관계 만들어야”

새한반도센터 포럼
▲김병로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한반도 평화운동의 방향’에서 “싸우고 나면 항상 정의가 세워지고 평화가 더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담이 더 쌓이는 것밖에 남지 않는 것 같다”면서 “팀마샬의 책 ‘장벽의 시대’는 처음에는 안전을 위해 장벽을 쌓는데, 시간이 지나면 장벽을 내리지 않는 모든 나라에서 파괴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써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장벽을 오래 쌓고 버티게 되면 장벽의 안쪽과 바깥쪽에서 모두 파괴되고 역동성과 창의력을 잃게 되면서 결국에 소멸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로 연결하고 소통할 때 기회도 만들어지고 창의력과 역동성이 증진하는데, 장벽을 거두고 싶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며 “찰스 쿱찬 교수의 ‘적은 어떻게 친구가 되는가’에서 적이 친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포용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그다음 단계는 양쪽이 자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세 번째 단계는 통합을 지속적으로 이루어야 하고, 마지막 단계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비전이 실현되려면 결국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화해가 어렵다는 것을 역사적으로도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한을 보면, 한국의 경제력이 50배 정도 크고, 북한이 양보해서 될 것 같진 않다”며 “한국이 양보해서 화해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가 이뤄진다면 한국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교수는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전략이 없이는 안 된다. 평화의 전략은 세 가지로, 첫 번째 평화를 유지하는 단계, 두 번째 평화를 만들어가는 단계, 세 번째 평화를 구축하는 단계가 있다”며 “힘으로는 소극적 의미의 평화가 이뤄지는데, 궁극적이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가려면 담을 쌓고 힘으로 평화를 지키는 것이 아닌, 친밀한 관계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 과정으로 협상, 조정, 중재 등 외교적 활동을 통한 ‘평화조성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로 교수는 또 “이러한 활동을 주로 하는 외교관들, 대사, 영사들을 넘어서서 국제사회에서 평화협정, 평화조약 체결과 그 이후 서로 간 노력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며 “평화는 장기적 계획을 세워 나가야 한다. 안보, 외교, 경제의 세 바퀴가 유기적으로 구축돼야 평화가 실현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큰 그림에서 유기적으로 전략을 구축하고 빅딜을 하는 대전략가들이 한국에도 있어야 한다”며 “비핵평화를 위해 핵대응 전략과 협상, 경제적 협력을 유지하면서 삼축체제를 계속 작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동시에 남북이 화해하고 진짜 통일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과거에 경험한 트라우마로 인한 갈등과 상처, 해소되지 않아서 문제를 일으키는 영역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결국 생활 세계 내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공간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간은 장소이기도 하고 기구이기도 한데, 공간적 평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평화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DMZ 안에 유엔평화기구가 들어오고, DMZ를 남북과 국제협력 소통지대로 만드는 창의적 노력에 다 같이 참여해서 한반도의 평화 모델을 세계인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권구일 교수 “국제평화활동 위한 국가급 콘트롤타워 필요”

새한반도센터 포럼
▲권구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권구일 국방대학교 국제평화활동센터 교수는 ‘유엔 평화센터의 비전과 역할, 국제사회와의 공조 방안’에서 “남북 분위기는 계속 바뀐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진영 논리 없이 꾸준히 평화를 준비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급 국제평화활동센터 구축 방안을 소개했다.

주로 해외 파견 군인들을 대상으로 교육해 온 권 교수는 이날 “분쟁의 스펙트럼에서 분쟁 이전에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외교적, 정치적 활동을 하지만, 분쟁으로 들어가면 외교, 정치적 수단으로 평화조성, 그것이 안 되면 쉽게 말해 유엔군이 무장해서 들어가 전투를 하는 평화강제, 분쟁이 어느 정도 정전되면 평화유지 단계로 들어간다”며 “평화유지가 최종 상황이 아니라, 계속해서 평화구축이 되고 국가가 완전한 평화가 유지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한국군은 주로 평화유지 단계에서 많은 임무를 해왔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유엔에서 정의할 때 통상 평화활동은 강제적 무력을 쓰는 단계를 제외한 나머지 분쟁 예방이나 평화조성, 유지, 구축을 말한다”라며 “평화유지 활동은 최초에 군인들이 주로 들어갔지만, 90년대 이후에는 군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사법체계부터 경찰, 그리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갖기 위해 민간도 다 같이 참여하는 평화유지 활동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화구축의 시급한 과제로 사법체계 유지, 인권 보호, 민간인과 아동, 여성 보호, 선거 업무 등이 생기니 군인만으로 될 수 없고, 법치 전문가, 선거 관리와 관련 전문가가 필요하게 된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이 군 이외에 민간인으로서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 파병을 나간 경우는 한 명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한국의 평화유지 활동은 주로 군 위주 활동이었는데, 앞으로 군뿐만 아니라 경찰, 민간에서도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한반도센터
▲새한반도센터 전경. 경의중앙선 운천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지희 기자
권 교수는 이어 “유엔은 전략 개발 시 전 세계에서 분야별 전문가들을 뽑아 연구를 하게 한다. 또 유엔 정책이 나오면 평화활동의 선진국들은 바로 이를 연구하여 핸드북을 발간해 국제사회를 주도한다”라며 이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유엔 관련 교리, 교법, 정책 분야에 대한 연구자와 국가급 국제평화활동센터, 유엔정책연구소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제평화활동센터는 정부기관과 국제기구, 유엔기구, NGO가 모두 포함되는 곳으로, 새한반도센터는 NGO 분야에서 리딩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라며 “결국 국제평화활동센터가 전체 컨트롤 타워가 되어 유엔, 국제기구, NGO, NPO 등이 통합되는 평화복합단지를 만들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평화활동센터의 역할은 컨트롤 타워뿐 아니라 민간, 군경이 통합된 교육기관을 신설하여, 이곳에서 교육받은 이들이 유엔 등에 진출해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참고로 유엔 회원국 193개국에서 한국의 유엔 파병 병력은 전 세계에서 37위, 유엔 분담금은 9위로 엄청난 분담금을 내고 있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그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1년도 데이터로 유엔에 나가 있는 한국 사람은 193명으로 매우 적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청년들이 국제 사회에 진출할 여건을 만들어 줄 것”을 거듭 요청하며 “외교부, 코이카 외에도 지자체의 협조로 대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도 방학 기간 유엔 조직과 국제기구 중 420여 개 조직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최저임금을 부담한다면 대학생들이 국제기구에서 경험을 갖고 국제기구에 진출할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과 관련해서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파병을 같이 나가는 것처럼 북한도 국제평화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라며 “강 대 강 분위기 속에서 군사적 접근만이 아니라 소프트파워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한반도센터
▲새한반도센터 현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희 기자
◇김정필 회장 “청년들, 한반도 평화에 앞서 일상 속 평화 접근 도와”

김정필 한국청년지속 가능발전협의회 회장은 ‘접경지역에서의 청년평화활동, 평화토크콘서트’에서 작년 11월 춘천에서 진행된 평화토크콘서트를 소개했다. 김 회장은 “청년들이 문화적, 감각적으로 일상 속 평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평화토크콘서트를 기획했다”며 “운동선수, 장애인 코미디언, 군인이자 성악인, 학부생 등이 평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나누며 내 몸의 건강은 물론이고 인간관계, 의사소통 등 일상 속에서 내게 와 닿는 평화를 찾고 비폭력 대화 등을 실천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정필 회장은 또 “박경호 통일촌 커뮤니티센터 센터장님과 이영길 새한반도센터 공동대표님도 오셔서 공공외교에서 청년들이 평화 활동의 주인공이 되어 앞장서고, 세대 간 협력도 추진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라며 “특히 접경지역에서 평화를 논할 때, 접경지역에 살아본 사람들이 바라보는 평화와 외부에서 바라보는 평화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도 공감되고 외부 사람들도 공감되도록 냉철한 시각으로 분명하게 접근해야 지속 가능한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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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NCOK 포럼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김영봉 원장 “분쟁지역이 평화지역 바뀌면 의미 있는 공간”

김영봉 한반도발전연구원 원장은 ‘접경지역 국가정책과 방향’에서 “접경지역이 벽처럼 막힌 지역이 아니라, 분쟁지역도 평화지역으로 바뀌면 상당히 의미 있는 공간이 된다”며 “DMZ 축을 생태 축으로 개발하여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키고, 남북을 연결하는 관문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접경지역 시군의 특성을 하나하나 연구하면서 그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같이 누릴 방안들을 제안했다.

◇박경호 센터장 “아픔 공감하면 통일에 좀 더 빠르게 접근할 것”

박경호 통일촌 커뮤니티센터 센터장은 ‘접경지역에서의 평화활동과 국제협력’에서 접경지역 마을에 사는 주민으로서 접경지역의 중요성과 새한반도센터와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에 대해 브리핑 했다. 박 센터장은 “보통 휴전선 너머 북쪽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저희 마을은 북한 송악산이 보인다. 결국 매일 분단의 현실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그런 현실 속에서 독일 통일촌 같은 훼텐슬레벤과 교류하며 말이 통하지 않아도 분단의 아픔에 대한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남한과 북한) 두 백성 모두 아픔을 공감하면 통일에 좀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