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와 화해, 통일문제에 관심 있는 개인과 단체의
물리적 공간, 인적 서비스 공유하는 플랫폼 방식 운영”

DMZ(비무장지대)는 지난 70년간 남북 대립의 긴장과 갈등이 끊임없이 흘러온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 되어 왔다. 그러나 한반도의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려나갈 때, 분단의 상징이었던 DMZ가 오히려 남북의 화해와 평화, 상생, 통일을 준비하는 지역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는 민간 차원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경기도 파주 문산읍 통일로에 개관한 새한반도센터(NCOK, New Center for One Korea)는 개관식에 이어 첫 포럼을 열고, 보수와 진보의 정치색을 떠나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연구해야 할 남북한 평화와 안보, 국제 평화와 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민간 차원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천 방안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새한반도센터
ⓒ이지희 기자
새한반도센터 이사장 황덕영 새중앙교회 담임목사는 포럼 개회사에서 “이 센터를 통해 하나님이 하실 일이 너무나 기대된다”며 “이곳을 쓰시는 분들이 내 집이라고 생각하시고 마음껏 이 땅을 밟아주시고 기도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북녘 땅으로 가는 굉장히 중요한 길목에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오고 가게 될 텐데, 주의 사랑과 은혜, 비전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고 함께해 달라. 저도 함께 같이 기도하면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세영 공동대표 “통일은 남북이 합의해서 지나가는 것, 좋은 문화 만들어야”

새한반도센터 포럼
▲박세영 공동대표가 포럼을 인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포럼을 인도한 박세영 새한반도센터 공동대표는 “이곳을 많이 쓰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공간, 전문가들이 강의하고 만나고 싶은 분들과 만나 서로 이야기하면서 정보도 듣는 곳이 되게 하려 한다”며 “1층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카페와 같은 공간이고, 2층은 연구소로 포럼을 주로 열고, 유튜브 스튜디오처럼 만들어 누구든지 와서 자료를 만들게 하려 한다. 또 디지털 아카이브같이 전 세계 국경지대의 정보도 모아서 이곳에서 연구와 토론도 하고, 필요하면 현장에 가서 보기도 하고 그것을 모아 노래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어떻게 하면 통일에 접근할 수 있을까, 또 쉽게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를 나누려 한다”고 설명했다.

박 공동대표는 “중국에서 21년간 지내면서 주로 북한과 중국의 입장에서 도시 연구와 실천을 했다. 한 예로 중국에서 진행한 두만강 축제에 북한 사람들도 초대하기도 했다”며 “여기서도 물리적으로, 또 개념과 벽을 깨면 되지 않을까 했다. 문제는 우리의 사고, 가치관인데, 그것을 도가니처럼 잘 섞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도가니는 그 안에 다양한 것을 넣어 끓여서 나오면 그 물이 아주 절묘한 맛이다. 그게 통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세영 공동대표는 이 외에 “새한반도센터에서는 각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 어떻게 (통일을) 실천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실제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나누게 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오래 산 뒤 한국에 와서 드는 생각은, 통일을 이야기할 때 주로 분단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문화적 차이와 현실도 이야기하고 실제적인 통일을 어떻게 할지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그것을 서로 인정하고, 연합이 아니라 어떻게 연결할지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공동대표는 “포럼 등에 가면 제가 아는 정보와 너무 다른 이야기들, 경험하지 않은 정보가 너무 많고 차이가 있다”라며 “통일을 생각할 때 한국에서는 북한을 해방시켜 자유세계와 경제를 회복하고 마치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오히려 통일은 북한이 우리가 들어갈 ‘골인점’이 아니라 ‘지나가는 곳’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어디로 가냐면 중국과 세계로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공동대표는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노동력이 서로 합쳐 공동으로 다른 나라에 가서 돈을 벌고 수익을 나눠도 된다”며 “통일은 둘이 합의해서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경제가 회복된다”고 말했다. 또 “경제가 지속적으로 가능하려면 문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공장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일하기 때문에 자녀들을 위한 교육, 놀이공원 등 문화를 준비해야 한다”며 “그래서 ‘문화는 경제를 싸는 보자기’라고 한다. 결국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은 경제를 싸는 보자기와 같아서 어디든 가져가 경제를 보존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새한반도센터에서 이야기되고, 실제 연결하여 사업을 하고 필요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길 공동대표 “새한반도센터의 상징과 핵심기능은…”

새한반도센터
▲앞서 개관식에서 새한반도센터 이영길 공동대표가 이사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영길 공동대표는 이날 마지막 시간에 새한반도센터의 비전과 계획을 나눴다. 이 공동대표는 새한반도센터를 설명하는 세 가지 상징으로 첫째 ‘사랑방’, 둘째 ‘땅콩하우스’, 셋째 ‘벽(wall)’을 소개하고 “사랑방, 땅콩하우스, 벽은 모두 접경지역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먼저 ‘사랑방’에 대해 “전통가옥 구조에 있는 사랑방은 바깥사람이 거실로 바로 들어오기 어려우니 안과 밖을 연결하는 공유 공간으로,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중간단계를 설정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하고 “새한반도센터는 남과 북이 통일하기 전 중간지대를 설정하는 데 관심을 갖고, 접경지역에 남과 북이 최소한 전적 통일은 아니더라도 실험적 통일지대를 만들어 사랑방같이 북쪽에서도, 남쪽에서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중간 공유지대의 의미를 갖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랑방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쪽에서 먼저 사랑방 같은 공간을 창출한 것으로, 접경지역의 민간통제선 안에도 통일촌 커뮤니티센터가 있고, 민통선 밖 닿아있는 지역에도 새한반도센터가 생겨 사랑방과 같은 기능을 하면서 북쪽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적 환경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땅콩하우스’에 대해 이 공동대표는 “땅콩알 두 개가 땅콩집에 있는데, 독립적인 두 개체가 하나의 집을 이루고 있다. 두 살림 한 지붕인 셈”이라며 “남북이 바로 통일하기 어려우니 집안에서 각자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공유, 협력할 수 있는 실험적 평화공간, 공존의 평화지대(피스 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랑방과 같은 개념이지만, 이것은 북쪽도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동의 실험지대로, DMZ를 중심으로 설계하고 국제사회가 참여해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유엔의 참여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한반도센터
▲새한반도센터 전경. 경의중앙선 운천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지희 기자
이 공동대표는 “왜냐하면 분단 과정에 유엔군이 참여했고, 유엔이 접경지대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엔 중립국 사무소가 있는 스위스, 스웨덴과의 외교도 중요하다”며 “그래서 새한반도센터는 유엔 외교, 중립국 외교, 특히 스위스와의 외교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갖고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2023년부터 제네바 유엔 청년외교인턴십을 진행하고, 이 외에도 유엔교육연구소(United Nations Institute for Training and Research), 유엔 NGO인 제네바연구소(Geneva Institute for Leadership & Public Policy)와 핵심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할 계획을 밝혔다.

세 번째 ‘벽’에 대해 그는 “DMZ는 접경지역을 나누는 일종의 벽으로, 벽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분단을 상징할 수도 있고 갈라진 두 지역을 연결하는 문이 될 수도 있다”며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벽으로 막혀있을 뿐이지, 벽을 설계를 잘하면 관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문도시의 개념을 가지고 접경지역의 관문도시들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한반도 접경 도시에는 3개 축이 있는데 강원도 고성 축, 강원도 철원 축, 그 다음 경기도 문산 축이다. 새한반도센터는 문산에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접경지역 전체에 관문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도 접경분쟁지역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서쪽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동쪽에 남한-북한, 중앙에 인도-파키스탄-중국 분쟁지역이 마치 한반도의 고성, 철원, 문산의 세 축같이 분포한다”며 “그래서 접경지역 간 네트워킹으로 서로 아이디어와 성공 사례 등을 나누고, 모범 사례를 다른 쪽에서 적용해보고, 공동으로 세계적인 어젠다를 만들어 접경지역 운동을 하는 글로벌 접경지역 네트워크를 또 하나의 핵심적 활동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공동대표는 새한반도센터의 핵심기능으로 “첫 번째가 DMZ 접경지역의 평화운동, 두 번째가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의 접경지역 네트워크, 세 번째가 국제사회의 연계인데 특히 유엔과의 공공외교, 중립국 감시단을 파견한 스위스, 스웨덴과 같은 유럽국가, 미주·아프리카·남미·중앙아시아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국제 사회와의 공공외교 연계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같은 뜻을 가진 다양한 개인과 단체가 사무실을 가질 수 있도록 물리적 공간과 인적 서비스를 공유화시켜 공유오피스 같은 개념으로 운영하려 한다”며 “그래서 자체 어젠다도 있지만, 남북의 평화와 화해, 통일문제에 관심 있는 개인과 센터들이 재정 때문에 선뜻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물리적 기반, 인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플랫폼 방식으로 운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창게즈 영사 “파키스탄 정부, 민간단체들과 새한반도센터 협력 원해”

새한반도센터 포럼
▲창게즈 파키스탄 영사(좌)가 발표하고 이영길 공동대표가 통역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창게즈(Colonel Syed Changez Zafar)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 영사는 ‘파키스탄과 인도 접경지역의 평화구축 사례’를 소개하며 한반도에서의 적용점을 생각해볼 것을 당부했다. 창게즈 영사는 이날 ‘피스 게이트 웨이’로서 와가 아타리 보더(Wagah Attari Border)에서 두 민족이 선물을 교환하고, 버스가 오고가며, 인도의 시크교도들이 파키스탄 시크교 성지에 가는 사례들을 전했다. 또 양국이 하키, 크리켓 등 스포츠로 평화외교를 하거나 군사평화활동으로 인도-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군대 간 협력을 하고, 콩고에서는 파키스탄과 인도 군인이 함께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창게즈 영사는 “파키스탄의 유엔평화센터와 한국 유엔평화센터가 최근 MOU를 맺었는데, 새한반도센터와도 협력하기 원한다”며 협력 영역으로는 “인도-파키스탄 사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파키스탄에 올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싶다. 또 이영길 공동대표와 오랫동안 협력해 왔는데 정부와 정부, 정부와 민간, NGO가 공동으로 참여해 파키스탄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관광 가능성을 모색하여 관광이나 무역을 촉진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한반도센터와 같은 민간연구단체가 한반도 문제에서 특화된 연구 주제가 있을 때 파키스탄과 어떻게 유기적 연관성을 가질지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계속>

새한반도센터
▲2부 NCOK 포럼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