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시대를 앞두고 북한교회 회복과 북한선교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작업이 공식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북한선교 1세대 원로들과 북한선교단체 리더십, 탈북민 목회자, 통일 및 북한선교 전문가와 학자 등 30여 명은 8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컨퍼런스룸에서 한국교회 원탁회의 제1차 준비모임을 진행했다.
한국교회는 1990년대 49개 교단과 13개 기관 단체가 참여한 ‘북한교회재건운동’을 추진하고 북한선교의 3원칙, 곧 ‘연합의 원칙, 단일교단의 원칙, 독립과 자립의 원칙’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 교단 차원의 동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교회의 상황과 인식은 물론 북한선교 현장도 크게 달라져 시대에 맞는 북한선교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이에 따라 KWMA와 선교통일한국협의회(선통협)는 북한선교를 위한 한국교회의 공통된 원칙과 주요 의제를 설정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교단 선교부를 비롯해 한국교회에 제안하기 위해 이번 원탁회를 준비했다.
◇“북한선교, 교단과 교파 넘어 접근하고 사람 키우는 데 집중해야”
1부 모두 말씀 시간에는 KWMA 사무총장 강대흥 목사의 사회로 KWMA 법인이사 여주봉 목사(포도나무교회)의 여는 기도, KWMA 법인이사 조봉희 목사(지구촌교회 선교목사)의 모두 발언,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박종순 목사와 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TMTC) 대표 임현수 목사의 격려사 등으로 진행됐다.
강대흥 목사는 이날 “교단마다 북한교회를 세우겠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선교하면 결국 북한선교는 망한다고 판단했다”며 “북한교회를 재건하려는 교단마다 통일 이후 북한에 어떻게 접근해나갈지, 전문가들을 모시고 의논하여 매뉴얼을 만들어 드리려는 첫 번째 모임”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조봉희 목사는 ‘통일 후 북한교회 재건을 위한 사람 세우기 준비’라는 제목의 모두 발언에서 “교단별로는 오래전부터 북한교회 재건을 다각적으로 준비해 왔지만, 교단과 교파가 중심이 되면 혼돈의 여지가 있다”며 “KWMA가 아니고는 교단과 교파를 다 총망라해서 끌고 갈 기반이 없다. KWMA 주최로 이 모임을 발족하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또한 “북한의 최고 전문가들은 결코 프로젝트 중심으로 (북한교회 재건을) 끌어오지 않았다”라며 “외형적 프로젝트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순 목사는 격려사에서 “어쩌면 통일이 빠를 수도 있고, 더딜 수도 있다. 하나님의 때가 돼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기다리고 접근해야 한다”며 “(그래도) 통일이 될 것인데 그때는 하나님만 아신다. 문제는 정치권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분당·분파·분열, 이단 사이비의 이단 교리 전파와 물량 지원, 교회와 신학교를 각각 설립하며 선점과 과열, 경쟁하는 한국교회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제 개인의 바람은 우리 시대 통일이 이뤄지는 것이고, 저와 여러분이 통일의 현장에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또 통일 이후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역할을 위해 공감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든다는 것은 좋다. 오늘 우리들의 논의가 진행형이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임현수 목사는 “20년 이상 보아온 북한은 매년 가뭄이나 장마이고, (쌀 생산량도) 감소이지 증가가 없었다”라며 “사람도, 동물도, 땅도 다 저주받는데, 저주가 심해질수록 보니 김일성 동상 숫자가 더 늘어나는 만큼 그 저주가 커졌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지구상에서 인권이 제일 유린당하는 땅으로, 사회주의, 공산주의, 김일성 독재국가도 아니고 2천만 광신도를 거느린 가장 사악한 사이비 종교집단으로서 세계 10대 종교가 됐다고 저는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이어 북한에 2만 교회를 세우는 비전과 전략을 언급했다. 임 목사는 “북한의 207개 군, 곧 약 200개 군에 교회를 100개씩 세워 당장 약 2만 개의 교회를 세울 역량이 한국에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열리면 목회자 3만 명, 안식년 등으로 북에 들어갈 선교사 3만 명, 탈북민 3만 명, 헌신된 한인 교민 청년 3만 명, 남한의 청년들과 여전도회, 남전도회 등이 총 2만 교회를 세우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임현수 목사는 “그래서 교회부터 회개하면서 이 운동을 하는데, 아무래도 컨트롤타워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또 (북한에 세워질 교회가) 한국 군대 (교회) 같으면 좋겠다. 군목들은 교단 소속이 돼 있으나, 군교회는 교단, 교파가 없어도 다 열심히 사역한다”면서 이 원탁회의가 지속되길 기대했다.
◇“교계, 교단, 교회적 종합계획 갖고 북한선교라는 퍼즐 조각 맞춰 나가야”
이수봉 목사는 “저희가 북한에 접근하는 방식은 교회 재건 방식이 아닌, 선교 방식을 표방하려 한다”며 “KWMA가 선교단체와 한국교회 전체를 통합하기 때문에 명분이 있고 실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한 사항들은) 교단과도 협의하여 교단도 공감하고, 선교사들도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늘 안타까웠던 것은 시간은 가고, 탈북자들은 많이 한국에 들어왔고, 디아스포라 교회가 많이 생겼는데, 다시 한번 북한을 향한 범교회적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며 “북한교회재건운동은 선교단체와 교단이 같이 합의해서 일을 추진해야 하고, 북한선교에 관심 있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장을 크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크게 만들려면 큰 가슴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안 그러면 모을 수가 없고 모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또 김 목사는 당시 북한교회재건위원회가 편찬한 ‘무너진 제단을 세운다’(1995), ‘평화통일과 북한복음화’(1996), ‘한국교회 북한교회재건백서’(1997) 등 3권을 준비해 보여주며 “1997년에 완성한 북한교회재건 백서는 그때로써는 치밀했으나, 25년이 되어 북한교회 재건을 맡은 당회장들은 다 은퇴하고 현 당회장 목사님들은 북한교회재건 계획을 거의 모르고 있다”면서 “과거의 계획을 참고하여 교계의 통합적 계획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북한 복음화에 대한 구체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다 퍼즐 조각처럼 전체 그림의 어디에 붙일지 찾아내야 한다. 현재로서는 교회와 선교단체를 포함한 KWMA 같은 단체가 장을 넓게 열어 모두가 참여해 북한선교라는 퍼즐의 조각들을 맞추어야 한다”며 “옛날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지만 여러분이 노력하면 이것이 가능할 줄로 생각하고 그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교회재건 3원칙 추가 보완하고, 통일에서 대한민국이 리더십 가져야”
또 통일 이후 북한교회에서의 주요 문제들로 △통일 후 바른 신학을 세워나가기 위한 신학공관작업 △이단과 사이비에 대한 연합 공동 대응 △경쟁적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선교지 분할 협의 △북한교회 회복의 주체 △창구의 단일화 △교회 용어 재정의 △북한 출신 목회자와 남한 출신 목회자의 역할 △교단과 교회의 역할 등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복음통일 준비를 위해 과거 논의됐던 북한교회 재건 3원칙, 곧 △북한에 전도하고 교회 세우는 일에 창구 일원화 △단일기독교단 세우기 △북한교회는 독립적, 자립적 교회로 세우기 등을 소개했다.
조기연 교수는 “한국교회 47개 교단과 13개 기관 단체가 합의하여 도출된 원칙인 북한교회재건 3원칙은 북한교회재건운동에 있어 가장 특별한 성과로, 유지 계승해나가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그러나 이 원칙을 합의한 지 벌써 25년이 지났고, 지금은 3만 4천여 명의 북한 사람이 남쪽에서 함께 살고 있으며, 탈북민 출신 목회자가 70개 가까운 교회를 남한에 개척하여 섬기고 있다. 북한 역시 25년 전의 북한이 아니라, 장마당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사회 중심세력이 되어가면서 국가 지도자에서부터 주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가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이에 “북한교회재건 3원칙을 기준으로 현시대에 부합하는 좀 더 구체적인 원칙을 추가 보완하여 모든 교단이 동의할 만한 ‘북한교회 회복을 위한 10대 원칙’을 깊이 연구하며 세워나가는 것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계승, 보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통일은 하나님이 하시지만 실제 사람을 통해서 하시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통일을 잘 마무리하는 방법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고, 논문도 쓰고, 기도하며 저의 비전이 되었다”라며 “중요한 것은 원칙과 실리로, 주민들이 어떤 의사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우리는 90% 이상 북한 주민의 자유의사가 남쪽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원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결국 이 과정이 올 때, 평소에 북한 주민의 마음을 미리 사 놔야 그들이 남쪽 체제를 원할 것”이라며 “특별히 인도적 지원, 곧 식량, 의료, 모자 보건은 어떤 상황에서도 많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회 재건보다 선교 차원으로 접근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