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밀러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지휘권을 이양하고 사임하면서 미국이 아프간서 벌여온 20년 전쟁이 실질적으로 종료됐다. 이에 많은 외교 정책 전문가들이 철군 이후 아프간 여성들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보도했다.

CP는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외교 정책 전문가와 군 고위 지휘관들은 이 결정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라고 전했다.

아프간의 여성들
▲아프간의 여성들(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은 없습니다). ⓒpixnio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9·11 테러 20주년이 되는 9월 11일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든 군대를 철수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모든 미군은 8월 31일까지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국민들은 지난 20년간 정부를 대신해 원조해 온 미국을 대신해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미군이 이 지역에서 철수하면서 탈레반은 선전 영상을 게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건설한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 사이 국경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을 보여주면서 현재 아슈라프가니 대통령이 이끄는 아프간 정부보다 더 많은 영토를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 탈레반 관리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85%가 탈레반 통제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다른 일부는 “탈레반이 현재 국가 전체 구역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있으며, 아프간 보안군이 전투를 하지 않고 항복한다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최근 미국 정보기관은 아프간 정부가 미군이 철수한 지 6개월 만에 탈레반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육군 특수부대 사령관을 역임하고 현재 가족연구위원회 부대표인 제리 보이킨 중장은 CP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미군 주둔은 탈레반을 견제하고 여성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라면서도 “미국이 전투부대의 주둔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한 직후 최전선 전투 병력을 철수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두를 철수시키는 것보다 강력한 군사 자문단을 유지하여 아프가니스탄인들을 훈련시키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사관을 보호하는 보안군과 해당 지역에서 또 다른 공격이 올 경우 조기 경보를 제공하는 다중 기관 정보 기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미군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탈레반이 사실상 국가 전체를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며 여성을 차별한다는 뜻이다. 법과 관습에 따라 여성을 잘 대하겠다고 서약했지만 더 이상 여성을 교육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의 권리는 계속 제한되어 있었지만 지난 2001년 이후 미군과 연합군의 주둔으로 인해 여성들은 교육을 받고 성공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보이킨 중장은 “즉각적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초점을 잃고 나머지 세계가 다른 것에 집중할 때 그렇게 될 것”이라며 “2001년 시행되었던 똑같은 법이 다시 시행될 것이며 여성에서 매우 좋지 않다”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더 많은 여성들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탈레반에 더 많이 반발할 것”이라며 “좋은 소식은 우리가 그곳에 있었던 20년 동안 미군의 존재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교육을 받은 여성 세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탈레반이 생각하지 못한 힘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탈레반에게 큰 장애물이 될 세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미국이나 다른 서방 국가에 사는 여성들처럼 ‘해방’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더 많은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탈레반에게 큰 걸림될 것”이라며 “그들은 교육받은 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모든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철군하고 탈레반이 통제력을 확대하면 아프간 여성들이 지난 20년 동안 얻게 된 권리가 역전되고 교육이 제한된다고 경고한다고 CP는 덧붙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탈레반이 장악하면서 아프가니스탄 북부와 중부에서 여성들이 총을 들고 거리로 나와 저항을 표시했다고 한다.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 의복 및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아프간 사회운동가이자 정치평론가인 샤브남 나시미는 최근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많은 아프간 여성들이 미국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경험한 기념비적인 이득을 강조했다.

나시미는 “수백만 명의 소녀들이 이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정치의 정상에는 여성이 있다. (여성들은) 하원과 상원 의석을 합해 28%를 차지한다. 주요 도시에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이 거의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탈레반이 통제권을 되찾으면 아프간 여성들이 이룬 모든 진전을 잃을 수 있다”면서 “서방 세게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면서 20년 동안의 피와 보물을 낭비하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수백만 명의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 특히 2001년 탈레반 몰락 이후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믿게 된 여성들을 배신하고 있다”라고 했다.

부시 전 대통령 또한 지난 4월 NBC ‘투데이쇼’에 출연해 미군 철수는 잔인한 탈레반에게 힘을 실어주고 소녀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그는 “그 나라의 여성과 소녀들이 처한 곤경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킨 중장은 “미 대사관의 보안군과 강력한 정보 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완벽하고 지속가능한 미군 주둔”이라며 “미국이 떠난 후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이 철수하는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