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간 목회와 선교에 전념하며 일생을 바친 미국인 목회자 부부가 코로나19에 걸려 지난 1일 몇 분 간격으로 숨을 거둔 사연이 알려졌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호스피스에 입원했던 빌과 에스더 일니스키(Bill & Esther Ilnisky) 부부는 이번 주말 67번째 결혼기념일을 몇 주 앞두고, 한날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이 같은 사연은 AP통신 등 외신들이 21일(현지시각)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빌(88)과 에스더(92)는 미국에서 목회와 중동, 카리브해 선교에 60여 년을 헌신했다.

빌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성장했으며 16세에 하나님께 삶을 드리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의 하나님의 성회가 운영하는 센트럴 바이블 칼리지에 다니게 되었다. 빌은 인근 교회에서 설교를 하면서 피아노 반주자가 필요했는데, 친구들이 에스더를 소개해 주었고 이후 둘은 결혼했다. 부부는 서로를 잘 보완했다고 한다. 빌은 독서광이었고, 에스더는 외향적이고 카리스마가 있었다.

이번 주말 67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지난 1일 빌(우측)과 에스더 일니스키 부부는 함께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이번 주말 67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지난 1일 빌(우측)과 에스더 일니스키 부부는 함께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사라 밀루스키
부부의 외동딸 사라 밀루스키(Sarah Milewski)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청혼했을 때 ‘나는 당신에게 부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많은 모험을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어머니는 정말 많은 모험을 했다”고 말했다.

졸업 후 결혼한 빌과 에스더는 미 중서부에 교회를 개척했고, 1950년대 후반 다른 성도들과 함께 자메이카로 선교를 떠났다. 부부는 자메이카 몬테고베이에서 10년간 교회를 운영하면서 미 마이애미 양로원을 통해 외동딸인 사라 밀루스키를 입양하기도 했다.

1969년 가족은 레바논으로 사역지를 옮겼다. 빌이 대학생 사역을 하고, 에스더는 아웃리치센터를 운영하고 기독교 록밴드 사역을 했다.

하지만 1975년 레바논 내전이 발발하면서 수도 베이루트가 전쟁터가 되고, 가족이 살던 아파트 근처에서 두 번이나 폭탄이 터져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었다. 첫 번째 폭발에서 밀루스키가 침대에서 쓰러졌고, 두 번째 폭발에서는 빌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밀루스키는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와 나는 밤새도록 화장실에 숨어 울며 기도했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총알 구멍은 그들이 머무는 층을 제외한 모든 층의 벽에 뚫려 있었다. 밀루스키는 “기도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빌 가족은 1976년 미 해병대가 미국인을 대피시키는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본국에 돌아왔다.

빌은 플로리다주 웨스턴팜비치에서 라이트하우스 크리스천 센터 인터내셔널(Lighthouse Christian Center International)의 전신인 갈보리 성전(Calvary Temple)의 목사가 되었고, 에스더는 어린이들에게 기도를 가르치기 위한 에스더 네트워크 인터내셔널(Esther Network International)을 시작했다.

빌은 플로리다에서 40년간 목회를 했으며, 3년 전쯤 은퇴했다. 약간의 치매가 있었으나 건강한 편이었다. 에스더도 최근까지 기도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줌 통화를 했다.

사라 밀루스키와 남편은 어머니의 생일인 밸런타인데이 때 부모님을 방문했다. 며칠 후 어머니가 아팠고, 2월 중순 부부는 코로나 확진 판정 후 병원에 입원했다. 처음에는 병세가 나쁘지 않았지만, 상태가 악화돼 2월 27일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다.

사라는 방역 지침 때문에 창밖에서 부모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마이크로 “사랑해요”라고 말하자 빌은 고개를 끄덕였고, 에스더는 뭔가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입을 열지 못했다. 부부는 평소 잘 때처럼 빌이 오른쪽에 누워있고, 에스더가 빌을 바라보는 자세로 누워있었다. 에스더는 이날 오전 10시 15분 먼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고, 15분 후 빌도 부름을 받았다.

사라는 “두 분이 함께 가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너무나 소중하고 놀랍고 따뜻해지는 일”이라며 “두 분은 항상, 항상 함께하셨다. 두 분이 정말 그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