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지 거쳐 정착지로 가는 여정 속에 하나님 사랑 전해
본토보다 신앙 자유 있는 해외에서 훨씬 많은 수가 영접

COVID-19 이동 제한으로 난민이 난민에 복음 증거 활발
처음부터 난민이 난민 선교 주도, 선교사들은 돕는 역할

아프간 본국 비밀 신자·해외 난민 신자 함께 온라인 예배
젊은 난민 많아 디지털 미디어 기술로 전도·성경공부·훈련

“아랍권, 페르시아권에서 나온 난민들이 다른 나라에서 예수를 영접한 후 또 다른 난민에게 자신이 체험한 예수를 증거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자기 나라에서 사역할 때는 핍박받고 순교할 수도 있는데, 지금은 줌(Zoom), 왓츠앱(WhatsApp) 등 미디어를 통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7차 아랍페르시아유럽네트워크(A-PEN, 에이펜) 난민포럼을 주최한 A-PEN 국제 대표 코디 허보통 선교사는 난민 선교에 대해 “선교의 문이 닫히는 지역에서 하나님이 거꾸로 난민들을 대규모로 ‘출애굽’ 시켜 복음을 듣게 하신다”며 “특히 COVID-19로 난민들도 캠프에 갇힌 상태에서 복음을 들은 난민이 다른 난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고, 온라인상에서 본국의 비밀 신자들과 해외 난민 신자들이 함께 예배하고 교제하는 장도 형성됐다”고 말했다.

지난 22~25일 온누리교회 안산M센터에서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열린 난민포럼 현장을 23일 방문, 허보통 선교사를 만나 A-PEN 사역과 난민 사역 현황, COVID-19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난민 사역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들었다.

제7차 A-PEN 난민포럼 허보통 선교사
▲허보통 선교사는 “난민 사역의 열매는 난민이 난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또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실제로 난민캠프에서 난민이 난민에게 복음을 전하여 많은 신앙공동체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ㅡ아랍권, 페르시아권 난민 사역은 어떻게 시작됐나.

“난민들이 선교 제한 지역인 나라에서 대거 이동하여 ‘출애굽’하는 과정에 복음을 전할 기회를 하나님께서 만들어주셨다. ‘아랍의 봄’ 이후 많은 난민이 그 나라의 분쟁과 어려움 속에서 좀 더 나은 환경으로 나오다 보니, 선교사들이 이전과 달리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요르단 선교사들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온 난민을, 레바논 선교사들도 시리아에서 온 난민을, 터키 선교사들은 이란과 아프간에서 온 난민을 만났다. 언어도 다르고 자신이 대상으로 하는 선교지 사람들이 아니어서 잘 모르고 지냈는데, 이들에게 복음을 증거할 기회가 생겨 전도해보니 굉장히 전도가 잘 되었다. 그래서 지금 시대에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움직이시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아랍의 봄이 거의 10년이 돼 간다. 저희는 그 나라들의 문이 열려 개방되면 선교사들이 들어가서 복음을 전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더 문이 닫히고 더 큰 환란과 핍박이 일어났다. 교회가 폭탄세례를 받고 자살테러가 발생하고 교회들이 문 닫고 많은 순교자가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저희는 하나님께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문을 열어주신 것 같은데 왜 이런 일이 있습니까’라고 기도했다. 그때 하나님께서 거꾸로 그들을 대규모로 ‘출애굽’ 시키신 것을 깨닫게 하셨다. 강한 이슬람 지역에 들어가 복음을 전해도 그 안에서는 교회를 세우기 참 힘들다. 모임을 하더라도 발각되면 핍박받는다. 그런데 그 나라의 어려움 가운데서 나온 난민들이 유럽과 같은 자유로운 나라에 가서 예수를 믿으면 물론 개인적으로 받는 핍박은 있겠지만, 신앙 때문에 가족이나 주위에서 핍박받지 않을 수 있는 법적 보호가 있어 자기 나라에 있을 때보다 수백 배 더 많은 신자가 나오고 있다.”

ㅡA-PEN은 어떻게 활동해 왔나.

“난민 사역자들이 터키, 요르단, 레바논, 유럽 등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님들에게 ‘지금 난민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시는데, 여러분이 복음을 전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도전했다. 그래서 처음 모였던 때가 2016년 프랑스 파리에서였다. 그전에도 터키나 요르단에서는 선교사 모임이 있었지만, 아랍-페르시안, 유럽 네트워크로 난민 선교의 중요성을 알리고 더 많은 사역자가 난민 선교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A-PEN(Arab-Persian-Europe Network, 이사장 김요한 프랑스파리제일교회 목사)이 설립됐다.

A-PEN은 영역적으로 ‘난민’을 다루며, 계속 이동하는 난민의 특성으로 인해 지역적 연합체가 아니다. 특히 아랍권과 페르시아권에서 나온 난민을 섬기기 시작하면서 자연적으로 지역을 초월해 이집트, 레바논, 유럽, 또 한국까지도 연결되어 협력선교의 장을 만들었다.”

ㅡ제7차 난민포럼을 첫 공개포럼으로 준비한 이유는?

“난민들은 발생지에서 경유지를 거쳐 정착지로 가는 과정에서 계속 이동하므로 선교사들이 정보를 나누고 협력하기 위해 그동안 A-PEN 난민포럼을 개최해 왔다. 처음에 난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필요를 도와주며 여정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낼 때, 결국 그들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정착지에 가서도 예수를 믿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원래 선교사들이 현장에서 비공개 포럼으로 모였는데, 이번에는 COVID-19 때문에 현장에서 모일 수 없어 줌으로 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선교단체와 교회들이 기도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행사를 공개하기로 했다. 현지인 강사와 선교사 수십 명이 자신의 체험과 경험, 사역 방법을 나누고, 또 현지인 성도들도 참여하면서 아주 풍성한 잔치를 열게 되었다.”

ㅡ난민이 다른 난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R to R, Refugee to Refugee)이 활발히 일어난다고 했다.

“아랍권, 페르시아권 선교 현장에서 선교사들이 선교사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사역이 많지 않다. 또 COVID-19로 현장에 들어갈 수 없고, 난민들도 난민캠프에 갇힌 상태에서 복음의 씨를 뿌렸던 난민들이 열매로 맺어져 다른 난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난민 사역의 열매는 난민이 난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또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포럼에 참여한 아랍권, 페르시아권 현지인 사역 지도자들은 난민 출신으로, 다른 나라에서 예수를 영접한 후 다른 난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들은 자기 나라에서 사역하면 핍박당하는데, 지금은 줌, 왓츠앱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됐다.

COVID-19로 디지털 미디어 사역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특히 생명의 위협이 있는 현지인 사역자들은 처음 전도 과정과 신자들의 ‘스크린’ 과정에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사용해 안전하면서도 더 많은 효과를 얻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전에는 교회 모임을 비밀리에 하고 흩어졌는데, 지금은 아주 공개적으로 전 세계의 믿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끼리 온라인에서 모인다. 한 나라에서 찬양하면 다른 나라에서 말씀을 나누고 서로 교제하고 있다. 전에는 이런 일들이 없었는데, (COVID-19 상황에서) 갑자기 업그레이드되었다. 이 온라인 예배에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비밀리에 믿는 신자들도, 해외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도 핸드폰으로 참여한다.”

ㅡ더 깊이 있는 신앙훈련은 어떻게 하나.

“우리에게는 성령님이 계신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신앙 양육방법보다 계속 이동하는 난민들은 그들에 맞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온라인 공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교제 등이 그것이다. 성경에서도 방금 예수님을 믿어 기뻐하는 사람들이 제일 좋은 전도자들이다. 사마리아 여인, 거라사의 귀신 들린 자도 그러했고, 바울도 예수를 만나자마자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증거했다. 난민들을 너무 오랫동안 훈련시켜 사역에 투입하려 하면 안 된다. (복음을 듣자마자) 처음부터 전도의 경험을 하도록 해야 하고, 또 실제로 선교사들보다 그들이 전도를 더 잘한다. 우리의 경험으로 어떤 신학교를 나와 목사, 전도사의 타이틀을 가져야만 사역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줌 시대에는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본다. 우리에게는 성경이 있고, 또 성령께서 함께하시고, 공동체에서 서로 책무를 이행하면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민 중에는 젊은 세대가 많다. 이들은 핸드폰에 굉장히 익숙하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도착한 난민들이 제일 먼저 하는 질문도 ‘여기 와이파이가 어디 있느냐’이다. 파도를 만나 가진 것을 다 버려도 핸드폰은 안 버린다고 한다. 그들에게 핸드폰은 여권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또 이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인터넷을 사용한다. 그래서 난민들을 훈련시킬 때 성경책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SIM 카드를 충전(charge)해준다. 그러면 그 안에서 필요한 것을 다 찾아볼 수 있다. 더 이상 교육을 받고 머리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안에 있는 것을 찾아 쓰도록 하면 된다.

아랍권, 페르시아권 난민들은 주로 구전 문화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야기를 잘하고, 대화가 삶의 한 부분이므로 성경을 놓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배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도 그러한 방식으로 가르치셨다. 또 함께 먹고 자면서 삶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고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 있다면 그것이 바로 교회다. 예수 그리스도와 말씀, 하나님을 믿는 자들의 공동체가 그렇게 커지는데, 이와 같은 공동체들이 난민들이 있는 캠프에서 일어나고 있다. 선교사들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 난민들이 스스로 복음을 전해서 만들어진 공동체들이다.”

ㅡ난민 사역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나.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

“난민들은 건물 교회가 아닌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교회로 모인다. 텐트 안, 언덕 위 등에서도 예배를 드리고, 신앙공동체를 이뤄 다른 난민을 도와주고 있다. 그래서 난민 사역을 할 때 (사역자가) 내가 다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우리는 외부인으로서 꼭 믿음이 있는 난민들의 인도를 받고, 그들이 직접 복음을 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일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5~6년 전 처음 난민 사역을 시작했을 때에는 난민 인구가 6~7천만 명이었는데, 벌써 8천만 명이 넘었다. 대한민국 인구보다 더 많은 수다. 전 세계에서 기근, 재해, 분쟁, 전쟁, 핍박과 환란을 경험하고 나오는 난민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난민 사역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우리가 더 뜨거운 기도와 네트워크를 가지고 난민들을 섬겨야 한다.

작년 난민포럼 후 난민을 돕기 위한 기도모임을 시작했다.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위해 현지 사역자들이 먼저 기도하고, 기도 콘텐츠를 한국교회와 나누는 일을 국제기도회(Global Intercessory Prayer)가 1년간 매일 하고 있다. 이번 포럼 후에도 난민 사역자들이 권역별로 모여 계속 기도하게 된다. 이전처럼 선교를 1년에 한 번 단기선교에 가서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줌만 열면 오늘 일어나는 일들을 서로 나누며 하나님이 하시는 선교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온라인에서 누구든지 비전과 관심, 마음이 있으면 동참하여 기도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포럼에서도 이야기했는데, 포럼을 끝내지 말고 계속 (온라인상에서) 이어가자고 했다. 예전처럼 오프라인에서 나누고 끝나는 포럼이 아니라, 포럼 후 온라인 단체대화방, 줌, 기도모임 등을 통해 계속 사역 정보를 나누면서 난민 사역에 대한 이해와 전략을 더 축적하고 관심자들이 더 많이 동참하는 기회를 만들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