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60년대 초까지 기독교인이 3%였다. 이후 폭발적 성장은 제가 보기에는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고, 그러므로 거품이 사라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행복한 일이다.”
“한국교회가 1920년대와 2010년대의 모습이 흡사하다고 하면, 현재로는 계속 추락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성장과 쇠퇴의 순환이 있다면 한국교회도 다시 반등해서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 아닌가.”
옥성득 교수(UCLA 아시아언어문화학과)는 “한국 기독교가 400만으로 가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며 “후기 기독교 사회에서 어떻게 기독교다운 교단과 교회를 만들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 교수는 좋은경영연구소(소장 박철)가 6일 온라인 줌으로 개최한 제19회 겨울세미나 세션2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의 전망’을 발표하며,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를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했다.
이날 옥 교수는 “한국 종교사에서 위기 실패와 극복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1920~30년대 쇠퇴를 경험했던 한국교회 상황을 함께 소개했다. 그는 당시 “장로교가 대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중산층과 도시에서 대형교회가 나오면서 유물화, 대형화가 되었다”며 “교회 내 노년층과 청년층의 균열이 일어나 분쟁과 분열의 시대를 맞이하는데, 1920~30년대 기독신보에는 전국적으로 매주 분쟁 기사가 나왔다. 마치 그것이 바로 2010년대 한국교회 상황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자유신학을 받아들인 감리교 등은 결국 친일파가 되어 반민족성을 가지게 되었다”며 “이를 거부하고 보수적 근본주의로 간 장로교는 극히 일부이지만 반신사참배 운동을 하고 그것이 민족운동으로 연결된다. 한국이 식민지였기 때문에 갖는 아이러니가 있다”고 덧붙였다.
1920년대와 2010년대 한국교회 문제의 유사성은 ①교회 분쟁(교권주의자들이 교회 선거 조작, 반대파 책벌) ②신구 세대 갈등(독서 내용이 다르고 문화 차이로 소통 불통) ③신학의 보수화(근본주의 도입과 강화) ④반기독교 운동(기독교는 비과학적, 인종, 성차별 집단 낙인) ⑤교인의 대량 탈교회 현상(의무 잃은 가나안 교인 급증) ⑥목사나 교회 비판 언론(비매 운동 압력, 언론사 운영) ⑦목사 장로와 2세 양육(화류계 출입, 밀수, 고리대금업, 횡령, 음주, 가무, 연회, 오늘날은 해외 여행, 골프, 별장)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거기에다 오늘날에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교회 쇠퇴가 가속화, 심화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1884년 복음이 전파된 이후 1910년까지 성장하던 한국교회는 점점 쇠퇴하여 1945년 해방 당시 최저점을 찍었다. 그리고 1980년대까지는 성장세를 이어가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교인 수도 2015년까지는 증가했다가 이후 감소 추세다. 이에 대해 옥 교수는 “1980년대 한국교회 100주년 때, 지도자들이 계속해서 교회가 성장할 것으로 프로젝션하면서 하드웨어를 엄청나게 늘린다”며 “그때 한 번 (재편의)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2007~2008년 경제위기가 왔을 때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1984년과 2008년에도 계속 교회가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한국교회 재편에 지도자들이 관심이 없었다. 프로젝션 자체가 잘못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몇백만을 위한 하드웨어와 500만을 위한 하드웨어는 모든 것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지금 그 갭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정교 유착’ 속에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상실’한 것이다. 옥 교수는 “실제 정교분리가 아니고 완전한 유착 속에서 정권을 지지하다 보니 예언자적 목소리를 상실하고, 정권이 달라지는 상황에서는 반정부적 활동을 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위 말하는 1980~90년대 신복음주의 지도자들과 현대 지도자들을 비교해볼 때 보수적, 복음적 한국교회의 대표적 지도자들의 질이 제가 볼 때 상당히 하락했고, 이분들의 한국사회 발언권이 약하다는 것이 한국교회의 큰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5년 개신교인을 600만으로 잡았는데, 실제 숫자는 더 적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현재로는 계속 교회가 추락하리라 보지만, 성장 쇠퇴의 순환이 있다면 다시 반등해서 올라갈 희망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교회에 일어난 일 가운데 지난 1년간 가장 뜨겁게 논쟁한 것은 ‘주일성수’ ‘예배’였다고 했다. 옥 교수는 “한국교회가 주일성수 이데올로기에 매여있었기 때문에, 이 논쟁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면서 “주일성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는 발언을 하지만, 제가 보기에 대형교회가 지난 30년간 파괴해 온 것이 주일성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주일 오후예배를 스크린 예배로 드리고, 토요예배·열린예배 등 다양한 예배를 만들고, 온라인·유튜브·TV 방송으로 예배하지 않나”라며 “주일 오전예배에 대한 신화는 이미 붕괴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주일 성수 신화는 붕괴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와 함께 코로나로 인한 ‘규모의 신화의 붕괴’ 현상도 일어났다고 했다. 옥 교수는 “대형교회를 지양하고, 한 명의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교회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여러 번 일어나면서 대형교회일수록 취약하고 위험해졌다”며 “또한 신천지 예배나 예배 때 소금물 분사 사건 등 ‘집단주의 신화의 붕괴’ ‘개교회주의의 위험’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주일 성수 신화, 규모의 신화, 집단주의 신화의 붕괴로 인해 한국교회는 ‘예배냐, 예배당이냐?’는 문제에 직면했고, 예수 그리스도가 말씀하신 ‘성전 체제의 종언’에 역행한 여러 가지 일을 반성하면서 ‘도대체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 가운데 ‘기독교는 무엇인가’ ‘교회를 떠난 기독교, 복음이 무엇인가’ ‘그것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일부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그러나 옥 교수는 “사실 한국사회 일반에서는 교회, 기독교에 대해 관심이 없고, 관심 자체를 끊었으며, 더이상 이런 교회와 기독교는 없어도 좋다고 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지난 1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국교회 신뢰도는 계속 추락했다”고 말했다.
옥 교수는 미국교회의 상황도 전했다. “마이크 브린(Mike Breen)이 말한 것처럼 19세기부터 회사형 교회(Corporate church)가 발전해 효율성을 중시해서 규모를 키우는 형태로 사람들을 돌렸다”며 “사람을 만들지는 않고, 자전거 두 바퀴가 돌아가듯 계속 굴러가야 한다고 하면서 1980년대 대형교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다가 대형교회와 작은교회(Small Church)로 나뉘는데, 작은교회는 지도자를 만들거나 어느 정도 세력을 만들기 어려우니 이상적인 교회를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로 보고, 사람을 만들면서 동시에 운동으로 굴러가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는 선교적 교회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실제 일어난 일은 ‘세습교회’였다”며 “이제는 새로운 개척이 어려워지면서, 과거 아파트촌에 세워진 큰 교회들이 자녀에게 넘겨지며 세습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옥성득 교수는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 개혁안으로는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①연약한 지체에 대한 지원책 마련(목사 기본 생계비 등) ②교회 조직과 규모 개혁(개 교회 규모 3천 명에서 2026년 500명으로 제한) ③노회와 총회 총대 할당제(30대 20%, 40대 30%, 50대 30%, 60대 20%, 여성 현 5%에서 매년 3% 인상하여 2026년 20%, 이를 위한 여성 장로, 목사 안수 늘려야 함) ④신학교 개편(신대원 정원 축소와 기존 목사 재교육) ⑤교회 안에 거룩한 적은 무리 세우기 등이다. 옥 교수는 특히 교회 조직과 규모 개혁에 대해 “교회를 쪼개는 것은 (이전에는) 꿈처럼 들렸지만 2020~2021년 실제로 많은 교회가 실시하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법적으로도 그런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사회, 한국교회에서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역사관 문제라고 했다. 옥 교수는 “한국은 지금까지 계급의 해방을 위한 민중사관(Liberation), 민족의 통일을 위한 민족사관(Unification),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뉴라이츠(Liberty)의 세 사관이 서로 싸우고 있다”고 분석하며 “한 사관에 속한 사람이 다른 사관도 공부하고 이해하면서 소통을 위한 어느 정도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학적으로 예언자, 제사장, 왕이 있다면 노동그룹의 차원에서 각각의 역할이 있고 의미가 있다”며 “예언자, 제사장, 왕이 함께 가는 모델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옥 교수는 하나님과 세상이 만나는 자리에 교회가 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미시오 데이’(Missio Dei, 하나님의 선교)이며 선교적(미셔널, missional) 교회라고 말했다. 또한 유교형의 하우스·패밀리(house·family) 교회, 불교형의 수도원(monastery) 교회, 가나안형의 온라인(online) 교회, 중국형의 문화적(컬처럴, cultural) 교회 등 다양한 교회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했다.
옥성득 교수는 “코로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본다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보다 더 힘든 2021년이 될 것”이라며 “여름까지 지속될 코로나로 1년 이상 주일예배에 안 나간 습관이 굳어지면서 주일성수가 붕괴되고, 25% 교인수 감소가 고정되면서 헌금도 20% 이상 줄어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로 연명하는 교회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교회 분열 심화, 극우 정치 목사 활동, 가짜 뉴스 기승, 목회자 우울뿐 아니라 경제위기, 이상 기후, 빈부 격차 심화 등으로 한국교회 70% 이상의 70인 이하 작은교회 다수가 봄 보릿고개를 넘지 못할 것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이 밖에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옥 교수는 “개신교 실제 출석교인은 400만 정도 될 듯하다”고 말했다.
옥 교수는 특히 “한국교회에 새로운 싹, 새로운 운동은 있지만 큰 흐름 속에서 앞으로 10년, 20년은 계속 쇠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것이 스트링펠로우의 ‘미국교회를 위해 현재 가장 건강한 사실은 종교의 쇠퇴’라고 한 말처럼 가장 복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옥 교수는 “동아줄 같은 랜선을 붙잡고 가나안 성도 공동체, 온라인 교회, 줌 기독교 모임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인간의 교만이 무너지고 무능과 고독 속에 하나님을 찾고 있는데, 그들에게 다가가 환대하고 삶의 가치를 주는 메시지를 전하는 교회는 건강할 것이다. 일부 교회는 더 교회답게 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세션2는 오종향 목사(뉴시티교회 담임)의 사회로 옥성득 교수의 발표, 조샘 인터서브 코리아 대표의 논찬으로 진행됐다. 조샘 대표는 “새로운 방향은 그냥 만들어질 수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 어떤 공동체가 신자들을 세상으로 파송하며 예수의 제자로 서게 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 속으로 나가는 총체적 복음의 회복, 교회 공동체의 진정한 관계회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세션1에서는 정연승 교수(단국대 경영학부)의 사회로 윤정구 교수(이화여대 경영대학)가 ‘코로나19 시대 기업경영의 변화와 대응’을 주제로 발표하고 배종태 교수(KAIST 경영공학부)가 논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