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홈페이지
▲27일 청와대에서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공동대표회장 김태영·류정호·문수석 목사를 비롯해, 소강석 목사(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상임고문), 김종준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 장종현 목사(예장 백석 총회장), 이영훈 목사(기하성 대표총회장), 한기채 목사(기성 총회장), 윤재철 목사(기침 총회장), 김윤석 목사(예성 총회장), 채광명 목사(예장 개혁 총회장), 이홍정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육순종 목사(기장 총회장), 장만희 목사(구세군 대한본영 사령관), 유낙준 의장주교(대한성공회)가 참석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오늘 앉아서 이렇게 말씀들을 나눴으면 합니다. 한국 기독교를 이끄는 교회의 지도자분들을 청와대에 모시게 되어서 무척 반갑습니다. 오늘 태풍 때문에 기상이 매우 나쁜데도 먼 지역에서도 이렇게 와 주셨습니다. 우리나라와 국민들을, 정말 어려운 상황인데 이것을 함께 걱정하는 그런 한 마음으로 함께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기독교는 우리나라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아주 지대한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구한말 우리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었을 때 근대교육과 근대의료를 도입하면서 개화를 이끌어 주셨고, 또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실력 양성 운동과 독립운동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해방 후에도 근대화와 민주화운동에 아주 주도적인 역할을 해 주셨고, 특히 나라가 가난해서 복지를 제대로 잘하지 못할 때 민간 분야 복지에서도 아주 주도적인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요즘에도 수해 복구에도 많은 교인들이 봉사활동을 통해서, 또 성금모금을 통해서 아픈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고 계십니다. 코로나 극복에 있어서도 대다수 교회가 정부의 방역 지침에 협력하면서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이렇게 해 주고 계십니다. 쉽지 않은 일인데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협력을 이끌어 주신 우리 교회 지도자님들께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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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청와대에서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청와대 홈페이지
그러나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특정 교회에서는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를 하면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1천여 명에 육박하고, 그 교회 교인들이 참가한 집회로 인한 확진자도 거의 30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던 한국의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고,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던 국민들의 삶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의도한 바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이 그쯤 되었으면 적어도 국민들에게 미안해 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지금까지도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고, 여전히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력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집회 참가 사실이나 또는 동선을 이렇게 계속 숨기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서 온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바로 기독교라고 생각합니다.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습니다.

8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의 절반이 교회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는 대면예배를 고수하는 일부 교회와 그 교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가진 분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하나님께 기대게 되고, 또 하나님께 더 간절하게 기도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시리라고 믿고, 자신과 가족들을 지켜주고 우리 사회를 구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종교나 신앙을 가리지 않습니다. 밀접하게 접촉하면 감염되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감염되는 그 이치에 아무도 예외가 되지 못합니다. 예배나 기도가 그 마음에 평화를 줄 수는 있겠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합니다.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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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홈페이지
예배를 정상적으로 드리지 못하는 고통이 매우 크겠지만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오히려 함께 힘을 모아서 빨리 방역을 안정시키는 것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예배, 정상적인 신앙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라 그렇게 생각하고 함께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 교회 지도자님들께서 그렇게 잘 이끌어 주시기를 당부 드리겠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국민들에게 더 큰 불안과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이 코로나 방역을 전쟁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말하자면 가장 큰 위기이고, 또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시 상황이 되면 휴가를 가거나 외출을 나갔던 군인들도 군대로 돌아와서 총을 잡습니다. 지금 이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전시 상황에서 거꾸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또 비유를 하자면 사상 최대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소방관들이 그 화재 앞에서 파업을 하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생각합니다.

의대생들이 지금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그 의대생 개인에게도 아주 막대한 손해가 일어나고, 국가적으로도 큰 부담이면서 큰 손실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우리 의료계가 이 코로나 때문에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또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한편으로는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법과 원칙대로 임하지 않을 수 없는, 그렇게 정부가 가지고 있는 선택지가 크게 있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 지도자님들은 교회에서만 지도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큰 어른들이십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여론을 일으키고 또 국민들의 마음을 환기시키고 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는 분들이시기 때문에, 우리가 코로나로 겪고 있는 이 공동체 모두의 위기를 모두가 한 마음이 돼서 하루빨리 극복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 드리겠습니다. 코로나 극복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아마 하실 말씀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좋은 말씀들 기대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늘 우리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서 많은 기도를 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