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인에게 예배는 목숨과 같아, 예배 폐쇄는 곧 교회의 해체”

대다수 한국교회가 코로나 종식과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방역 시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종교모임, 그중에서도 교회를 상대로 정상예배를 금지하고 비대면예배를 명령한 데 대해 한국교계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교회연합, 한국교회언론회 등에 이어 26일 오전에는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와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가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정문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교회가 정부와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
▲강무영 장로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들 기관은 “교회 모두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와 개인청결과 위생 캠페인에 적극 동참했다”며 “그러나 다시 코로나 확산의 위기 점에서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코로나 방역에 앞장서고 코로나 종식을 위해 더더욱 분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어떤 시책에도 적극 협조하고 솔선수범하여 코로나 퇴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현장 예배 금지 조치에 대해서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 기관은 “예배는 우리에게 목숨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며 “예배의 폐쇄는 곧 교회의 해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배를 지키기 위해 정부 시행 사회적 거리두기가 몇 단계가 되든지 잘 따르고, 정부 시행 방역 조치에 앞장서서 잘 실행하겠다”며 “지역 방역에도 최선을 다해 섬기고 코로나 시대 섬김과 나눔으로 이웃 돌봄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코로나는 교회의 책임이 크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치 못한 결과”라며 “교회가 다시 민족의 소망으로 우뚝 서야 하며, 우리의 죄악을 철저하게 회개하고 주께로 돌아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인사 및 말씀을 전한 강무영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 대표회장, 김진호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상임회장, 김선규 전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왼쪽부터 차례대로) ⓒ이지희 기자
이날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상임회장 김진호 감독(전 기독교감리회 감독회장)은 “교회는 강의실이나 공회당이 아니라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곳”이라며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에게 생명과 같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물론 정부가 염려해서 교회를 향해 말하는 것이 한쪽으로는 일리가 있다”며 “하지만 교회를 폐지하고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큰 모독이요 핍박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 김선규 목사(전 예장합동 총회장, 성현교회)도 “기독교 복음의 본질은 십자가와 부활”이라며 “주일은 구원받은 백성이 모여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날인데, 코로나 확산에 역할을 한 특수한 몇몇 교회로 인해 한국교회 전체 예배가 차단되는 것은 아픔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코로나19가 잦아듦으로 국민의 정상적 생활과 교회가 정상적 예배를 드리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 대표회장 강무영 장로(전 한국찬송가공회 이사장)는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성도들의 의무이자 본분”이라며 “우리 선배님들이 예배드릴 수 없는 힘든 상황에서도 목숨 걸고 예배를 사수하여 오늘 한국교회가 이렇게 부흥됐다”고 주장했다. 강 장로는 “우리도 이땅에 사는 동안 선배들의 목숨을 걸고 예배를 지킨 정신과 전통을 이어가서 후배들에게 전달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가 26일 긴급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기지협)는 1975년 고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18개 교단 목회자, 평신도 지도자들이 모여 창립됐으며, 현재는 50여 개 교단 2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45년간 국가와 사회의 이슈와 기독교 신앙과 교리를 수호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으며, 다양한 연합 활동을 펼쳐왔다.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한평지협)는 1988년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슬로건을 걸고 창립돼 현재 국내 28개 교단 1,000여 명의 평신도 지도자가 연합하여 교회 갱신과 일치, 이웃 사랑에 힘써왔다.

한국교회 성명서

2020년, 지구촌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난 8개월 동안 국민들의 일상은 무너졌고, 우리 모두가 경험하지 못한 길로 숨 막히게 달려 왔습니다. 9월을 맞이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불안의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런 힘든 상황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위대했습니다. 팬데믹 코로나 시대에 지구촌이 방역 모범국가로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국민 역시 자부심을 가지고 정부방역에 협조하여 최선을 다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교회는 정부의 시책에 적극 협력하며 코로나 종식을 위해 방역당국이 제시한 안전수칙을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교회 모두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와 개인청결과 위생 캠페인에 적극 동참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시 코로나 확산의 위기 점에 봉착했습니다.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코로나 방역에 앞장서고 코로나 종식을 위해 더더욱 분발할 것입니다. 우리는 코로나와 관련해서 정부의 어떤 시책에도 적극 협조하고 솔선수범하여 코로나 퇴치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이 지구촌을 흔드는 코로나 퇴치에 가장 탁월한 민족으로 세워지는데 헌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도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목숨과도 같은 것입니다. 아니, 목숨보다 더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것은, 바로 예배입니다. 그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반드시 드려야 할 우리 삶의 목적입니다.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에서 굶주린 사자들에게 뜯기고 삼키는 처절한 현장에서도, 일제시대 모진 고문과 핍박, 박해 속에서 그리고 6.25사변의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지켜졌던 예배!! 예배는, 기독교의 핵심이고 생명입니다. 예배의 폐쇄는 곧 교회의 해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기독인의 의무입니다.

정부는 교회가 드리는 현장 예배를 어떠한 경우에도 막아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예배를 지키기 위해 아래와 같이 실천할 것입니다.

교회는 예배를 드리는데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행할 것입니다.
교회는 정부가 시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몇 단계가 되든지 잘 따르겠습니다.
교회는 정부가 시행하는 방역 조치에 앞장서서 잘 실행하겠습니다.
교회는 정부시책에 협조뿐 아니라 지역 방역에도 최선을 다해 섬기겠습니다.
교회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섬김과 나눔으로 이웃 돌봄에 앞장서겠습니다.
교회는 코로나 퇴치를 위해 더 간절히 기도하고 온 몸을 다해 헌신하겠습니다.

한국교회에 각성을 촉구합니다. 코로나는 교회의 책임이 큽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치 못한 결과입니다. 교회가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교회가 다시 민족의 소망으로 우뚝 서야 합니다. 우리의 죄악을 철저하게 회개하고 주께로 돌아서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는 결단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대한민국을 지키시고 축복하실 것입니다.

2020. 08. 26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