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지난 지금, 소감은 한마디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다 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멤버케어를 통해 너무나 행복해하는 선교사님들을 볼 때 사역의 보람을 느낍니다."(이정건 선교사)

"저희도 선교사이지만 멤버케어 사역을 하면서 하나님이 선교사님들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고, 선교사님들을 섬기는 이 일을 정말 기뻐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멤버케어 사역을 위해 하나님이 저희를 분명히 사용하고 계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박은주 선교사)

3년간 고신총회세계선교회(KPM) 본부장으로 사역한 이정건·박은주 선교사 부부는 2016년 안식년을 보내면서 다시 파라과이 사역지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KPM 이사회로부터 멤버케어원 설립과 원장으로서 책임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정건·박은주 선교사는 "우리는 파라과이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더 좋은 적임자가 있을 것"이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이후 6개월간 밀고 당기고 기도하는 과정에서 "결국 최종의사결정권을 가진 이사회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KPM 멤버케어원 원장 이정건 선교사·박은주 선교사
▲이정건 원장은 “통합적인 선교사 멤버케어를 위해 아내와 24시간 ‘밀착 사역’을 하면서, 모든 생각을 공유한다. 제 생각과 아내 생각은 같다”고 말했다. 이정건·박은주 선교사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이지희 기자

ㅡ멤버케어 사역을 처음 결심하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박은주 선교사=하나님 앞에 나아가 두 가지 조건을 놓고 솔직히 기도했다. '첫째, 원활한 멤버케어 사역을 하려면 재정이 많이 필요한데 우리는 돈이 없습니다.' '둘째, 저희들은 상담전문가도 아니고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 일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 중, 두 번째 조건에 대해서는 사역 시작 후 처음으로 케어한 선교사 부부의 회복사건을 통해 응답하셨다. '너희들이 학위로 사역하는 것이 아니다. 일은 내가 한다. 너희들은 내가 일하는 통로만 되면 된다'는 것을 확증해서 보여주셨다.

첫 번째 조건에 대해서도 신실하신 하나님은 분명하게 응답하셨다. 저는 딸만 여섯인 집안의 맏이다. 넷째 여동생이 이른 나이에 8개월 동안 암 투병을 하다 하늘나라로 갔는데, 마지막 3일간 옆을 지켰다. 그때 여동생은 마지막으로 힘겹게 입을 열어 제게 부탁했다. 자신의 집을 팔고 차액의 십일조를 선교에 사용해달라고. 그러면서 '분명히 다시 말하는데 멤버케어에 사용해달라'고 말했다. 제부도 먼저 천국에 가고 세 자녀를 남겨두고 떠나는 여동생 입장에서 보면, 한 푼이라도 자녀들을 위해 남겨둬야 했다. 그런데 '멤버케어'에 사용해달라고 콕 집어서 말했다. 집을 매매하고 생긴 십일조가 1,450만 원이었다. 이 헌금이 현장 방문 케어를 시작한 종잣돈이 되었다.

남편은 쌍둥이 형님이 있는데, 퇴직하고 작은 개인기업을 운영하면서 선교에 열심인 장로님이시다. 동생이 하는 사역이 바로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일이라며, 1,000만 원을 내놓으셨다. 그 돈으로 선교사님 부모님들께 선물을 보내드리는 일을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봐라, 돈은 생각지 못한 데서 내가 준다'고 하신 것이다. 저희가 결단하고 사역을 시작하자마자 하나님께서 이렇게 일하시면서, 조건을 걸었던 저희의 입을 딱 닫게 하셨다.

KPM 멤버케어원 원장 이정건 선교사·박은주 선교사
▲B국을 현장 방문 케어할 때 선교사님들과 함께 찍은 사진. ⓒ이정건 선교사

ㅡ현재 하고 계시는 멤버케어 사역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이정건 선교사=멤버케어는 전 영역에서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멤버케어를 할 때는 사역, 일의 성과적 측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인격체로서 바라보고 고민과 미래 계획 등을 나눈다. 일반적으로 선교사들의 사역이나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교회가 기도하고 관심을 가진다. 그런데 사실, 선교사가 건강해야 사역도 건강해진다. 선교사 개인이 영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사역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멤버케어의 기본이다. 선교사가 건강해지고 신이 나면 사역의 성과는 자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박은주 선교사=팀사역을 새롭게 시작하는 선교사님 그룹을 위해서는 현장을 방문, 리트릿을 통해 서로 가까워지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화선을 제공한다. 사역 결정이나 전환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주기도 하며, 선교사 기도편지를 읽으며 일일이 피드백을 보내고 수시로 메신저 문자로 위로, 격려, 축하의 말을 전하거나 보이스톡으로 신속하게 상담을 진행한다.

선교사 자녀(MK)들에게는 한국 음식과 실제적인 필요 물품, 용돈을 전달하기도 하며, 학교 입학, 장학금 정보 등을 안내한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우울증을 앓는 MK를 위해 귀국 절차와 상담과 치료를 주선해주는 사역, '샬롬여성합창단' 공연 수익금으로 MK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사역, 군입대 MK들의 부대 적응을 위한 예비교육과 입대 시 선물, 성탄 선물 증정, 복무 중 어려움을 겪는 MK를 찾아가서 돕는 사역도 한다. KPM 자체 MK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MK NEST, KOMKED 등 MK 전문 사역단체와 연계, 위탁하여 프로그램에 참여 시 지원을 하기도 한다.

KPM 멤버케어원 원장 이정건 선교사·박은주 선교사
▲V국 현장 방문 케어 때 선교사님들과 함께 찍은 사진. ⓒ이정건 선교사

ㅡ멤버케어를 받은 후 선교사님들의 구체적인 회복 사례가 궁금하다.

이정건 선교사=현장 방문 케어를 통해 불편한 관계였던 동료 선교사들이 화해하고 아름다운 팀워크를 이루었다. 또 연말마다 전 선교사 부모님에게 보내는 선물에 감동하여 불신 부모님이 교회에 나가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은주 선교사=한 시니어 선교사님 부부는 이혼 직전의 심각한 상황이었다. 1년 안식년을 갖는 동안 정기적으로 선교사님 부부를 만나 대화하고, 좋은 상담전문가를 연결시켜드렸는데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회복되어 잉꼬부부가 되었다. 멤버케어 사역 초창기에 있었던 일이라,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확신과 이 사역을 계속해 나갈 힘과 용기를 얻었다.

한 번은 건강 문제, 비자 문제, 후원 문제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멤버케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교사님이 계시는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2박 3일간 선교사님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주고, 함께 맛있는 식사만 했는데 선교사님의 마음이 열리고 회복되어 한국에서 후속 케어가 이뤄졌다. 현장에서 탈진하여 쓰러진 한 선교사님이 병명도 알지 못하고 비행기로 급송됐을 때에는 공항에서 맞이하고 병원 응급실부터 입원실까지 동행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선교사님들은 자신들의 자세한 상황을 나누는 상대가 처음이라며, 들어주고 공감하는 상대가 있다는 것에 눈물을 흘리고 큰 위로를 받았다.

KPM 멤버케어원 원장 이정건 선교사·박은주 선교사
▲이정건 KPM 멤버케어원 원장(좌), 사모 박은주 선교사(우)와 지난 13일 크리스천투데이 사옥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이지희 기자
ㅡ선교사 멤버케어를 위해 교회 목회자와 리더십, 평신도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이정건 선교사=그동안 교회는 선교사의 사역이나 프로젝트를 위해 기도하고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해 왔다. 그런데 사역이나 프로젝트는 하나님께서 선교사를 통해 하시는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에 그 일을 수행하는 선교사가 건강해야 한다는 인식을 한국교회가 먼저 공유하길 원한다. 교회나 목회자, 특히 교회의 선교 리더십들이 선교 사역이나 프로젝트만큼이나 그 일을 수행하는 선교사님들에게 집중해 주시면 좋겠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로는 첫째, 탈진 선교사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이분들의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인 R&R(Rest & Renewal)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시면 좋겠다. 둘째, 안식년 선교사들이 잘 충전하여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안식년 기간 머물 수 있는 안식관을 제공해주시거나 필요를 채워주는 일에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 셋째, 대부분 선교사가 선교 현장에 있고 멤버케어원이 정기적으로 현장을 방문 케어하게 되는데, 기도와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시면 좋겠다. 넷째, 선교사가 은퇴 이후 거처할 수 있는 은퇴관을 준비하는 데 지원을 해주시면 좋겠다.

박은주 선교사=앞서 언급한 것처럼 MK는 매우 훌륭한 선교 자원이다. 한국 대학에 진학한 MK들이 한국에서 부모도 없고 이방인처럼 방황하게 되는 안타까운 일을 줄이기 위해 뜻있는 교회는 MK 학사관을, 각 성도님 가정에서는 MK들을 위한 홈스테이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좋겠다.

◈ 이정건 선교사=고려신학대학원 39회를 졸업(M.Div. Th.M)하고 미드웨스트대학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5월 파라과이로 파송받아 파라과이 이과비바교회 담임목사, 파라과이 장로교신학대학 이사장 및 학장을 역임한 후 본부로 부름 받아 2012년 9월부터 2015년 9월까지 KPM 본부장으로 섬겼다. 안식년 후 2016년 11월부터 KPM멤버케어원 원장으로 선교사들을 위한 통합적인 멤버케어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