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권사(서울경기 시니어선교학교 9기 수료생, 100주년기념교회)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20년 전에 예수전도단 훈련도 받고 간사로 여러 해 동안 헌신(?)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무슨 훈련이 또 필요하단 말인가?
작년 9월에 예정에 없던 키르기스스탄에 다녀 왔다. 그곳에 DTS가 생겼고 7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한번 와서 ‘하나님의 음성 듣는 법’, ‘말씀 묵상’, ‘용서’ 등 강의를 해 주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 왔다.
그곳에 나의 멘토 되시는 문 장로님도 계시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수락을 하였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내가 1995년에 단기선교로 다녀온 지 꼭 20년이 되는 해였다. 그때 단기선교를 함께했던 자매는 이미 거기서 교회사역을 아주 잘하고 있다. 파송예배를 드릴 때 나도 모르게 “먼저 가서 잘 자리 잡고 있어. 내가 뒤따라 갈게” 하고 얘기를 했다. ‘아뿔싸!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가긴 어디를 가?? 갈 형편이 도저히 안 되는데....’ 그리고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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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24일까지 2박 3일간 전주대학교에서 열린 시니어선교한국 글로벌 컨퍼런스 단체사진.
사진=시니어선교한국
20년 만에 다시 찾은 키르기스스탄은 참 사랑스러웠다. 10일 정도의 시간은 주로 고려인들과의 만남이었다. 강의 시간이 아닐 때는 주로 상담을 하면서 너무나 깨어진 가정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고, 고려인으로 남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한 자매는 자신이 고려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정말 사랑하는데, 자신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도 여전히 자신은 이방인이었다고 고백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 시점에 왜 나는 이런 방정맞은 생각을 했을까?
‘이들에게 와서 한국어도 가르쳐 주고 한국문화도 가르쳐 주면 참 좋겠다! 그런데 정말 가라고 하시면 어떡하지?’ 하면서 마음속으로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약속된 10일이 지나 서울로 돌아왔다. 그런데 왜 고려인들 생각이 자꾸 나는 것일까? 나도 모르게 한국어 교사 양성과정에 대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급기야 12월 서울대 평생교육원에서 하는 과정에 등록하였다. 5월까지 모든 과정을 마치고 시험도 치르고 동영상 과제도 제출하고 수료증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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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왜 나는 코이카를 고집했지? 비자 문제, 집 문제, 신변보장, 왕복비행기, 이주 비용 등 코이카가 대안이라고 스스로 확신했었다. 그러던 순간 하나님께서 내가 코이카보다 못 미더우냐고 물으셨다. 잠시 멘붕인 상태에 있을 때 배순호 장로님께서 시니어선교한국 글로벌 컨퍼런스가 전주대학교에서 있다고 와보라고 소개해 주셨다.
전주대학의 2박 3일은 새로운 도전이고 눈 뜨임이었다. 평균 연령 70세! 내가 오히려 젊은이 취급을 받을 정도.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시니어들이 2박 3일의 강행군 일정에도 전혀 피곤하거나 지루해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였다. 자신의 사역에 대한 열정, 또 다른 시니어들의 사역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고 경청해 주었다. 그 글로벌 컨퍼런스의 2박 3일은 내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기는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키르기스스탄에서 오신 여러 명의 선교사, 캄보디아, 네팔, 미주 지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순천, 익산, 부산 등 여러 지방에서 많은 시니어가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주를 위하여 섬기는 많은 분을 보게 되었다. 미련 없이 가을에 개강하는 시니어선교학교에 등록을 하였다. 이제 11주의 모든 훈련을 마치고 키르기스스탄을 향하여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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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예수마을에서 열린 수련회에 참석한 9기생들과(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시니어선교한국
시니어선교학교 첫 시간에 이시영 장로님께서 ‘만남은 축복’이라고 강의의 포문을 여셨다. 내 신앙의 여정의 첫 출발은 좋은 신앙의 선배를 직장에서 만난 것이었다. 1987년 내가 다니던 B은행을 그만두고 W은행으로 옮겼다. 표면적인 이유는 저변에 있지만 나는 분명히 하나님께서 좋은 신앙의 모델을 볼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고 믿는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모름지기 신앙인의 자세를 볼 수 있었다. 그분을 통해서 직장인 성경공부가 시작되고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져 갔다. 배 장로님은 그 후 A라는 은행으로 옮기셨고 무디신학교를 거쳐서 키르기스스탄 선교사로 가셨다. 이제 그분을 통해서 시니어선교학교와 만남을 갖게 되고 그 땅을 향하여 나아가고자 한다. 누군가는 앞서가며 길닦이 역할을 감당하고 후진들은 그 길닦이를 보며 따라가고 다음 세대를 위하여 다시 그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남은 축복이 아닐까! 귀한 만남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찬양을 드린다.
※김상현 권사는 키르기스스탄 선교를 준비하던 중 최근 건강상 이상이 발견되어,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때를 구하고 있습니다. 수술과 회복 과정에 능하신 주님의 손길이 함께하시어 깨끗하게 치유되도록 기도해 주세요.<시니어선교한국 뉴스레터 2016년 04호(2016년 12월 25일 발행)>
※시니어선교한국(www.seniormission.or.kr)=한국교회 안에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시니어 인적자원들(40~80세대)을 선교의 전문 인력으로 동원, 육성하여 총체적 선교사역의 활로를 개척, 지원함으로써 지상명령의 남은 과업을 이루기 위해 2007년부터 시작된 초교파 시니어선교운동입니다. 서울경기를 비롯한 각 지역 선교회에서 시니어선교학교를 개설,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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