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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첫 선교사가 1907년 제주도로 파송된 이기풍 목사라면, 한국교회 첫 해외선교사는 1913년 중국 산동에 파송된 사병순 목사, 김영훈 목사, 박태로 목사(사진 맨 왼쪽)다. 1912년 한국 장로교회가 미국 장로교회로부터 독립해 첫 총회를 조직한 이듬해 세 명의 목사에 의해 한국 해외선교의 첫 문이 열린 것이다.

올해는 한국교회 해외선교 100주년을 맞는 해다. 박태로 목사의 손자 박창환 선교사는 12월 선교타임즈에 실린 ‘한국 장로교회 세계선교 초창기 역사를 회고하며’라는 특별기고에서 한국 장로교회의 초대 중국선교가 우리에게 주는 성경적 의미를 소개했다. 1924년 황해도에서 출생한 박창환 장로는 1948년 장로회신학교 졸업 후 뉴욕 비블리칼 신학교, 프린스턴 신학교, 워싱톤 주 위트워스 신학교에서 수학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제13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인도네시아 초대선교사(1971~1974), 러시아 모스크바 선교사(1996~2001), 중미 니카라과 선교사(2009~2011)로 활동했다.

p2.jpg박 선교사(사진)는 우선 1912년 한국인에 의한 단독총회가 발족한 것에 대해 “당연한 일이었고 하나님의 교회 성장의 정해진 길이었다”고 말했다. 1984년 알렌 선교사, 1885년 언더우드 선교사 등이 한국에 정식 선교사로 파송되면서 시작된 한국에서의 선교활동은 이후 미국 북장로교회(평안도, 황해도, 서울, 충북, 경상도), 남장로교회(전라도), 캐나다 장로교회(함경도, 북간도), 호주 장로교회(경남 남단 진주, 마산, 부산)가 긴밀한 협력 하에 각각 지역을 나눠 이뤄졌다.

그는 “외국 선교사들을 통해 복음이 한국에 전파됐지만 그 운동은 한국 사람들을 통해 계속돼야 하는 것이었다”며 “여기에 하나님의 성령의 역사와 선교의 뜻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선교사는 또 “중국선교를 한국장로교총회가 창립되는 순간에 결정했다는 것은 선배들의 열심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성령 역사였다”며 “하나님의 선교 계획, 즉 인간 구원의 계획이 한국인들의 장로교총회를 통해서도 계승된 것이지, 이것이 특기할 만하거나 자랑할 만한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박창환 선교사는 한국교회의 초대 중국선교가 오늘날 한국선교에 주는 의미에 대해 먼저 “선교는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고 역사를 지배하시면서 가진 기본적인 사업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죄로 말미암아 타락하고 멸망할 수밖에 없는 인간을 구원하여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목적을 위해 하나님은 솔선하여 선교를 일으키시고 지휘하시고 오늘까지도 그 일을 계속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나님은 선교 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뚜렷한 계획을 세우시고 제 때 가장 적당한 방법으로 실행하신다”고 말했다. 아브라함을 가나안으로 보내신 것, 독생자 예수를 이 땅에 보내셔서 구체적으로 인간 구원의 작업을 하신 것, 성령을 보내어 제자들과 사도들이 용기와 능력을 얻어 선교하게 한 것 모두 바로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사명을 받고 선교 전선에서 활동한 하나님의 일꾼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전능하신 하나님의 뜻 가운데서 그 분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선교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뜻을 물어야 하고 하나님의 능력에 매달려야 하며 하나님의 영감 속에서 이뤄야 한다”며 “사람이 시작하는 선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힘으로 하는 일이 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창환 선교사는 또 외형적인 선교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교지의 정치적 상황, 박해, 선교사의 신체적 병 등 일신상의 문제로 선교는 중단될 수 있고 성장이 안될 수도 있다”며 “그 사실만 놓고 실망하지 말고 우리들이 할 일을 충성스럽게 하고 다음 일은 하나님께 맡길 것”을 당부했다. 그는 “보다 나은 선교를 위해 연구해야 할 것이나 악의 세력과 싸움을 하며 일진일퇴(一進一退) 할 수 있다”며 “열심히 기도하고 정성을 다하여 남은 일은 하나님께 의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병순 목사, 김영훈 목사가 이후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간 것은 당시 시대적 상황에 따른 결정이었을 것으로 그는 이해했다. 박 선교사는 “한일합방의 혼란 속에서 나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중국의 망명 독립투사들과의 만남에서 국권회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처음에 세운 뜻을 바꾸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방 후에도 해외 선교사로 파송된 선교사들 중에 다수가 임지를 버리고 미국으로 이주한 예들이 있다”며 “여러 이유로 선교사들이 초지일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선교의 성격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선교사는 “하나님은 인간을 위해 모든 진리와 자연법칙을 만드셨다”며 “선교를 통해 영적인 구원을 하는 동시에 물질 생활에서도 진리를 따라 행복한 경지에 나가게 하는 것이 구원사업의 중대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에게 하나님의 모든 진리를 가르치고 선용하게 하여 세상에서부터 물심양면의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영혼구원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헬라적 이원론적 이론이고 기독교의 진리와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00년 전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선교를 시작한 한국교회는 유례없는 급속한 발전을 이뤄 오늘날 2만 명이 넘는 선교사를 보냈다”며 “이 좁은 땅에 5만여 개 교회가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라며 “이는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선교적 의지를 깨닫고 하나님의 감동에 순응하여 선교에 투신했기 때문에 축복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교는 하나님의 지상명령”이라고 강조하고 “하나님이 처음부터 선교하고 계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 역시 하나님의 영광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